[비즈니스 포커스]
-불화수소 이어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추진
-2016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성장 ‘날개’
-잇단 인수·합작사 설립 등 공격적 투자
‘소부장 대표 주자’ 된 SK머티리얼즈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SK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3월 19일 11만6900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9월 8일에는 26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9월 16일 기준 시가총액은 2조5504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12위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 가스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2016년 SK에 합류한 이후 반도체용 초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 포토레지스트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정보기술(IT) 산업 종합 소재 회사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부장 대표 주자’ 된 SK머티리얼즈
◆코로나19 사태에도 올해 호실적 전망

SK머티리얼즈는 1982년 설립 이후 2001년 한국 최초로 삼불화질소(NF₃) 특수 가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 삼불화질소 글로벌 시장점유율 40%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불화질소는 반도체 공정에서 챔버 내 잔유물을 제거하는 세정용 특수 가스다.

SK머티리얼즈는 이 밖에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인 육불화텅스텐과 세계 2위의 모노실란 등을 제조한다. 디클로로실린과 디실린 등의 특수 가스도 생산한다.

SK머티리얼즈는 2016년 2월 SK에 인수된 이후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이 회사의 이전 이름은 OCI머티리얼즈였다. SK(주)는 통합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5대 신성장 분야로 제시한 반도체 소재 사업에 시동을 걸기 위해 OCI가 보유 중이던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했다.

SK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5년 연결 기준 3380억원이던 SK머티리얼즈의 매출은 지난해 7722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28억원에서 2148억원으로 늘었다.

SK머티리얼즈의 실적 상승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16일 기준 SK머티리얼즈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0.1% 증가한 2365억원이다. 매출은 20.3% 증가한 92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부장 대표 주자’ 된 SK머티리얼즈
어규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신규 메모리 라인 증설에 따라 반도체용 특수 가스 출하가 증가하는 가운데 3분기에도 SK에어가스·SK트리켐 등 SK머티리얼즈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인수한 한유케미칼 등의 신규 사업 확대를 비롯해 3D 낸드플래시 식각 공정의 핵심 소재인 ‘고선택비 인산’의 본격적인 양산으로 중·장기적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머티리얼즈가 이처럼 실적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게 된 비결은 SK의 지원에 힘입은 공격적 투자에 있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에 편입된 직후인 2016년 4월 SKC로부터 산업 가스 제조사인 SKC에어가스(현 SK에어가스)를 넘겨받았다.

한 달 뒤 일본 트리케미칼과 합작 법인 SK트리켐을 세워 프리커서(전구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합작사의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65%, 일본 트리케미칼이 35%다. 당시 초기 투자 금액은 200억원 규모였다. 양 사는 프리커서 수요 증가에 맞춰 공장 증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회로 위에 여러 화합물을 균일하게 증착하는 유기 금속 화합물이다. 반도체가 고집적화·미세화됨에 따라 안정적이고 균일한 박막 형성이 중요해지면서 핵심 소재인 프리커서의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프리커서 시장은 연간 7000억원 규모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반도체 소재 중 대표적인 고수익 분야다.

같은 해 12월에는 일본 쇼와덴코와의 합작 법인인 SK쇼와덴코를 통해 식각 가스 분야에도 진출했다.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51%, 쇼와덴코가 49%다. 초기 투자금은 약 210억원이었다.

식각 가스는 실리콘 웨이퍼상의 필요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반도체 공정인 식각 과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다. SK쇼와덴코가 생산하는 탄소·불소(CF)계 가스는 3D 낸드 적층화에 따라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1월 탄산가스 등 산업 가스를 제조하는 한유케미칼을 계열사로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400억원에 인수한 뒤 자회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설립했다.
‘소부장 대표 주자’ 된 SK머티리얼즈
◆SK그룹 반도체 수직 계열화의 핵심 역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는 반도체 핵심 소재의 국산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6월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를 국산화, 생산을 시작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세정용 특수 가스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매년 수요가 급증했지만 해외 의존도가 100%에 달했었다.

SK머티리얼즈는 경북 영주 본사에 15톤 규모의 불화수소 가스 생산 시설을 건설했다.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SK머티리얼즈는 해외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SK머티리얼즈는 내년에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생산 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소부장 대표 주자’ 된 SK머티리얼즈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올해 포토레지스트 사업을 중심으로 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와 관련 공장 증설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3년 이 회사의 매출은 1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SK머티리얼즈를 앞세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더욱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SK는 지난해 반도체 독과점 소재 시장 진입, 배터리 소재 진입 추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자체 기술 개발 등을 핵심으로 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