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 분말에서 시리얼 바까지 제품 다양화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매일유업 셀렉스, ‘영유아 벗어나 시니어 타깃’ 준비 기간만 3년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셀렉스’는 매일유업이 2018년 10월 선보인 성인 영양식 전문 브랜드다. 한국 최초로 성인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판매 중인데 출시 이후 반응이 심상치 않다. 첫 제품을 내놓은 지 약 1년째 되던 2019년 10월 누적 매출 500억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셀렉스의 흥행 성공으로 최근 주요 식음료(F&B) 전문 기업들도 단백질 관련 제품들을 하나둘 내놓으며 시장이 커지는 추세인데 이런 측면에서 셀렉스는 한국의 단백질 건강기능 식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올해도 판매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건강한 식문화가 새 트렌드가 됐다. 영양을 챙길 수 있는 식음료가 인기를 얻고 있고 셀렉스의 판매량 또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셀렉스가 향후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철저한 시장 조사로 브랜드 론칭 준비


셀렉스의 성공 비결로 가장 먼저 철저한 시장 조사를 꼽을 수 있다. 그 출발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일유업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우유·분유·발효유 등 유제품 사업에 주력하며 계속해 성장을 이어 갔지만 지나치게 영유아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사업 구조가 내부에 이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반면 고령 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런 측면을 감안할 때 매일유업은 머지않은 미래에 시니어 영양식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영유아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상품들을 이런 추세에 맞춰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매일유업 셀렉스, ‘영유아 벗어나 시니어 타깃’ 준비 기간만 3년
매일유업은 시니어 영양식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양한 시장을 들여다보며 고민을 이어 갔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량이 하루 권장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를 접했다.

학계에 따르면 건강한 근육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 권장량을 몸무게 kg당 1.0~1.2g이다. 하지만 한국 60세 이상의 약 절반은 하루 권장량 이하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었다.

당시 정부가 조사(2013~2014년)한 60세 이상 노인들의 단백질 섭취량을 보니 남성 노인의 47.9%, 여성 노인의 60.1%가 하루 권장량 이하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한국에서 믿을 수 있는 단백질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도 찾기 어려웠다.

단백질 관련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며 하나의 큰 시장을 형상한 미국 등 해외 국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매일유업은 한국에서도 조만간 해외처럼 다양한 단백질 제품들을 찾는 시니어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신사업의 방향을 정한 매일유업은 매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단백질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들어갔다.

2015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진행한 평창 코호트 연구(Cohort study)가 그 시작이었다. 코호트 연구는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하는 추적 조사 연구다. 특정 요인이 건강과 질병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용된다.

매일유업은 고령층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품 개발 목표 아래 약 1년 6개월간 187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운동과 영양 복합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연구를 통해 시니어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 솔루션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일유업에서 R&D를 담당하는 중앙연구소를 주축으로 이를 적용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 인력들의 숱한 노력 끝에 2017년 말 제품을 시중에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바로 제품을 내놓지 않았는데 바로 ‘맛’ 때문이었다.

내부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단백질 제품을 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맛이 없다’는 답을 가장 많이 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런 소비자의 인식을 깰 수 있는 제품 출시가 반드시 필요했다. 매일유업은 약 1년여간 맛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10여 차례의 소비자 평가를 진행하며 제품의 맛을 개선해 나갔다. 그 결과 2018년 10월 마침내 셀렉스 브랜드가 시장에 처음 나올 수 있었다.

◆소비자 니즈 파악한 ‘라인업 확대’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셀렉스는 큰 인기를 끌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건강’과 ‘맛’을 모두 잡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여기에는 기존에 매일유업이 유제품 시장에서 쌓아 온 좋은 기업 이미지도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도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만든 단백질 음료가 처음 나왔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번지기도 했다.

매일유업도 첫 제품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계속해 새로운 맛과 형태의 셀렉스 제품들을 내놓으며 다양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을 끌어안았다. 그 결과 현재 총 14종의 제품을 시중에서 판매 중이고 매출 기준으로 한국 단백질 건강기능 식품 시장의 ‘최강자’에 올랐다.

대표 제품은 분말 건강기능식품인 ‘코어 프로틴 플러스’다. 이 제품은 ‘아미노산 스코어’가 110점 이상인 것이 특징이다. 아미노산 스코어는 식품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9가지 필수아미노산 함량 수치로 총점을 매기는데 이 점수가 85점 이상이어야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단백질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해 준다.

근육뿐만 아니라 장 건강까지 고려한 ‘코어프로틴 플러스 식이섬유’ 제품도 인기다. 기존 ‘코어 프로틴 플러스’에 건강한 장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식이섬유를 보강한 제품이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액상 파우치 형태의 음료 ‘매일 마시는 프로틴’과 시리얼 바 형태의 간식 ‘매일 밀크 프로틴바’도 셀렉스의 흥행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서는 주요 타깃이었던 시니어 층을 넘어 다양한 연령대에서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나선 것도 특징이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매일유업 셀렉스, ‘영유아 벗어나 시니어 타깃’ 준비 기간만 3년
지난 7월부터 판매에 돌입한 ‘셀렉스 스포츠 웨이프로틴파우더’는 근육 운동 후 마시는 스포츠 영양식이다. 근육의 회복과 합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했다. 최근에는 이 제품을 간편하게 음용할 수 있는 즉석 음료(RTD : Ready to Drink) 형태로 내놓기도 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건강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덤벨 경제(dumbbell economy)’가 급성장하면서 이런 행보를 펼치게 됐다”며 “계속해 R&D를 이어 가면서 다양한 신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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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