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인공지능(AI) 딥러닝 분야의 3대 구루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얀 르쿤, 제프리 힌튼, 요슈아 벤지오가 선구자들이다. 2018년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았다.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구글 브레인에서, 그의 수제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페이스북 수석 AI 과학자로 일한다면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엘리먼트AI를 세웠다. 엘리먼트AI는 토론토에 둘째 오피스를 냈고 이어 2018년 2월 서울과 싱가포르에서 동시에 팀 빌딩을 시작했다. 엘리먼트AI 한국지사가 설립된 배경이다. 엘리먼트AI 한국지사는 2012년 12월 설립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한국을 주목한 결과다. 캐나다 몬트리올이 AI의 주요 기술 개발 허브로 통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정보기술(IT)·제조업의 강국으로서 AI 성장 잠재력이 크다.
엘리먼트AI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넓혀 왔다. 2017년 한화자산운용의 엘리먼트AI 시리즈 A 투자 참여를 계기로 주요 경영진이 수차례 한국에 방문하며 기업들과 교류했다. 현대차·SK텔레콤·한화가 각 1500만 달러를 출자해 조성한 ‘AI 얼라이언스 펀드’에 엘리먼트AI가 기술 자문을 맡고 있다.
엘리먼트AI는 ‘학교·연구소·스타트업’이 긴밀히 연결되는 구조로 기업들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몬트리올대와 밀라연구소 등의 리서치 파워를 기반으로 특히 제조와 금융 분야의 적용 사례(use case)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엘리먼트AI는 “기업들이 AI를 적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문제 해결 중심’의 AI 컨설팅과 솔루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엘리먼트AI 한국지사는 설립 이후 LG전자·신한금융그룹 등 대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 한국 기업들과 함께 AI 기술 기반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혁신 과제를 모색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캐나다 본사의 연구진과 소통하면서 한국 AI 생태계와 해외, 특히 캐나다 AI 생태계의 상생·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음병찬 엘리먼트AI 한국지사장 겸 동북아총괄은 LG EDS(LG CNS의 전신)와 IBM, 엑센츄어 등에서 시스템엔지니어링과 IT 컨설팅 업무를 했다. 카카오에서 AI 사업 개발을 담당하면서 AI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음 지사장은 “아카데미·연구 커뮤니티와 ‘함께’ 회사를 키워 가고 기업과 ‘함께’ 혁신적인 AI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먼트AI의 비전인 ‘워크 스마터, 투게더(work smarter, together)’는 ‘사람과 AI’가 함께 일한다는 의미다. 엘리먼트AI가 그리는 AI 생태계를 탐구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한화 드림플러스 강남센터에서 이경전 경희대 교수와 음병찬 한국지사장이 만났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엘리먼트AI를 스타트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AI 대가가 세운 기업인데) 스타트업이 맞는 표현입니까.”
음병찬 한국지사장(이하 음병찬) : “엘리먼트AI는 요슈아 벤지오, 장 프랑스와 가녜 등 5명의 창업자가 2016년 10월 설립한 AI 솔루션 스타트업입니다. 엘리먼트AI의 전체 규모는 350명 정도입니다. 규모는 작지 않지만 여러 의미에서 스타트업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제 기준에서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로 서비스와 솔루션을 만들어 가면서 시장에 변화를 주는 곳이거든요. 아직 확실한 수익 모델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엘리먼트AI는 주로 제조와 금융 산업에서 AI 전략 검토, 공동 연구, 솔루션 개발과 공급을 하고 있다. 주요 보유 기술로는 차세대 머신 비전 기술, 시계열 데이터 기반의 예측 알고리즘, 설명 가능한 AI 기술(explainable AI) 등이 있다. 다양한 포맷의 문서를 자동 처리해 주는 ‘도큐먼트 인텔리전스(document intelligence)’, 기업 내부의 지식 관리·공유 플랫폼인 ‘날리지 스카우트(knowledge scout)’ 등의 제품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AI를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FAT(Fair, Accountable, Transparent) AI 가이드라인과 기술 개발을 위해 각국의 정부·연구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음 지사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첨단 AI 연구를 현실 세계 기업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는 게 엘리먼트AI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전 : “솔루션 기반으로 사업을 하십니까. 아니면 컨설팅 회사로 봐야 합니까.”
음병찬 : “작년 말까지 우리 사업 포트폴리오의 약 90%가 서비스에서 나왔습니다. 주로 프로젝트 형식이었죠. 엘리먼트AI는 현재 본사 차원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동 연구나 컨설팅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특히 작년 말부터 솔루션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내년쯤에는 서비스와 솔루션의 비율을 9 대 1에서 5 대 5 정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솔루션은 전략적인 조언에 그치지 않고 기업에 필요한 해결책을 구체적인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타트업들은 초창기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하는데, 결국 수익을 창출하고 J곡선(J curve)을 그리기 위해서는 스케일업(scale-up)을 필요로 합니다. 엘리먼트AI만의 현안이라기보다 전반적으로 AI 스타트업들이 겪는 변화입니다.”
이경전 : “엘리먼트AI 홈페이지에 한국 고객사들이 첫 화면에 등장합니다. 한국 시장의 비중이 큽니까.”
음병찬 : “대표적인 고객사들의 약 절반 정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고 한국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9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과 함께 가전 산업의 10년 후 변화 모습을 전망하고 이 전망을 근거로 향후 핵심이 될 AI 기술들을 도출한 바 있습니다. 세계 가전전시회(CES) 2020에서 이 프로젝트 결과를 바탕으로 LG전자 CTO와 엘리먼트AI 최고경영자(CEO)가 ‘(사용자를 위한) AI 기술의 진화 방향’을 공동 발표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2019년 5월 엘리먼트AI와 신한금융그룹이 전략적 제휴를 한 이후 올해 초부터 신한 AI와 함께 신한 AI의 AI 투자 자문 플랫폼인 ‘네오(NEO)’를 ‘네오 2.0’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해외에서는 제약회사 GSK의 약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일탈(deviation)’을 판단, 관리하고 과거의 유사 사례와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 효과적으로 ‘시정하고 예방 조치(CAPA)’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날리지 스카우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부품사인 아이신 세이키와도 중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생산하는 차량 부품의 용접 부분 불량 검출 정확도를 대폭 개선하고 불량 발생 원인을 추적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설명 가능한 AI’ 프로젝트를 진행해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경전 : “엘리먼트AI의 주요 인력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음병찬 : “2018년 튜링상을 수상한 세 분의 석학 중 제프리 힌튼 교수는 구글에 합류하고 얀 르쿤 교수는 페이스북 소속이 됐습니다. 요슈아 벤지오 교수는 학계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수한 제자들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아카데미와 연계하면서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식은 없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스타트업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입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B2B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중간 다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AI 과학자를 비롯해 산업별 컨설팅 경험을 가진 컨설턴트와 스타트업 분야 인력들을 채용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경전 : “엘리먼트AI와 일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 즉 방법론이나 솔루션에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다소 공격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요수아 벤지오라는 유명한 학자의 브랜드에 기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음병찬 : “기댄 게 맞습니다(웃음). 다만 시장은 냉정하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석학이라고 해도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주지 못한다면 그 명성에 오래 기댈 수는 없습니다.”
이경전 : “엘리먼트AI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과 같은 플랫폼 회사가 있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 기업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엘리먼트AI에서도 그러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압니다.”
음병찬 : “거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딥러닝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서비스는 훌륭하다고 봅니다. 주로 오픈 소스 형태로 AI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에서 도입하는 AI 서비스와 솔루션은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유사한 레벨의 기술적 깊이와 경험을 가지고 고객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업체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지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엘리먼트AI는 어떤 산업, 어떤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까.”
음병찬 : “첫째, 예측(forecasting) 영역입니다. 보통 예측이라고 하면 미래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원으로 생각하지만 현재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예측에 의존하고 있고 다운 스트림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고민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예측과 관련한 엘리먼트 AI 알고리즘 중 하나로 ‘N-BEATS’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시계열 경진 대회인 M4 컴피티션의 2018년 우승자(우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둘째는 머신 비전 분야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자기 지도 학습(self supervised learning)’ 기반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셋째는 설명 가능한 AI AI 분야입니다. 품질 문제의 근본 원인을 추적한다든지, 다른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FAT’입니다. 특히 금융과 제조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지사장님이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지만 AI가 아닌 컨설팅 분야의 경력을 가진 점이 실질적인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음병찬 : “AI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살아 있는 기술’입니다. 오늘 이 기술이 내일 만날 고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흔히 사업가는 ‘달러’로, 기술자는 ‘비트’로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AI 분야는 비즈니스와 기술의 간극이 더 큰 분야이기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이경전 : “최근 기업들이 챗봇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챗봇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음병찬 : “AI의 여러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챗봇이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단한 성공을 거둔 예는 보지 못했습니다. 챗봇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비전 기반 시스템이나 타임 시리즈 기반의 예측도 어려운 분야지만 자연어 처리(NLP : Natural Language Processing)를 둘러싼 챗봇은 훨씬 난이도가 높은 분야로 보입니다. 용어도 NLP이 아닌 자연 텍스트 처리(NTP : Natural Text Processing)로 부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는 사람의 언어가 일부의 텍스트로 표현된 것을 (제대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훈련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해야 할 때는 가능한 한 문제를 매우 좁게 정의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이경전 : “그 부분에서 저와 생각이 100% 같아 반갑습니다. 기업 관계자들이 AI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강인공지능이나 일반인공지능(AGI)과 같은 개념에 대해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십니까.”
음병찬 : “개인적으로나 회사의 시각으로 봐도 AI는 특정한 영역에서 제한된 역할에 강점을 가지는 기술입니다. 현재의 AI 수준으로 볼 때 AGI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AGI로 가는 단계도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현재 우리의 일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향후 10년 한국 AI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엘리먼트AI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캐나다에 소개해 주거나 도와준 사례는 없습니까.”
음병찬 : “아직은 없지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동 연구를 한다든지, 그 과정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AI 스타트업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계·스타트업·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건강한 생태계와 주요 해외 AI 생태계와의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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