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AI 케이스 스터디 - SK텔레콤]
-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다양한 활용 상황 기획해 편의성 더 높일 것”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누구(NIGU)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조직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SK텔레콤의 모바일 네트워크 기획 및 전략 수립, 다양한 신기술 전략과 기술 기반의 신규 사업 발굴 업무를 수행해 왔다.
AI 스피커 관련 조직은 어떻게 구성됐나요.
“현재 AI서비스단은 스피커·IPTV·T맵·T전화 등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누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한 기반 기술유닛·서비스유닛·사업유닛·컴유닛(T전화)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 대표적인 성과는 나왔나요.
“2016년 9월 상용화를 시작할 때 처음 스피커 3000대 물량으로 시작했는데 출시하자마자 3000대가 다 팔려 추가 생산하느라 예약 가입자를 받았습니다. 2016년 12월말 기준으로 사용자는 3만 명 이상이고 4년이 지난 지금은 월평균 600만 명으로 약 200배로 사용자가 증가했습니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처음 5개의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약 150개(협력사 포함)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30배 정도의 서비스 커버리지가 늘어났습니다. 스피커로 시작한 이후 Btv(약 1000만 가입자), T맵(1300만 가입자), T전화(1300만 가입자)로 확대되면서 고객 접점도 넓어지고 사용자 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집-자동차-모바일을 심리스하게 이어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누구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AI 스피커의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누구의 모티브가 됐던 영화는 ‘허(Her)’였습니다. 스피커도 하나의 도구이고 AI는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AI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AI의 모습이 없었기 때문에 스피커가 눈으로 볼 수 있는 AI의 모습이었습니다. 초기에 어떤 분은 스피커 내에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도 했습니다. 스피커가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한다고 해서 눈·코·입을 붙여 의인화해 사용하기도 하고 ‘우리 집의 새로운 가족’, ‘우리 막내’ 등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누구가 제공하는 기능 서비스에 비해 많은 사랑을 줘 더 감사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객 접점으로 확대할 것이고 기술적으로도 지금보다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개발할 것입니다.”
누구에 쓰인 최신 기술과 접근법은 무엇입니까.
“누구에는 많은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음성 인식 기술도 지속 발전하고 있고 어린이나 어르신(시니어)의 말뿐만 아니라 사투리, 외국인의 서툰 한국어 등 더 다양하게 학습시켜 인식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언어 처리에서도 서비스 도메인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모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어 처리, 검색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음성 합성도 초기보다 많이 발전해 다양한 단어·문장도 자연스러운 발화로 생성할 수 있고 같은 목소리도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감정적인 톤 앤드 매너로 음성 합성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타사 대비 강점은 무엇보다 많은 사용자(매월 600만 명)와 서비스(약 150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 개선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데이터가 더 차별화된 서비스와 기능을 만들고 있습니다. KBS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1년 반 이상 제공하고 있는 누구 DJ(KBS라디오 밤 12시~새벽 1시) 서비스는 ‘아리아’ 음성만으로 음악방송을 진행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사례가 없는 서비스입니다.”
가장 공들인 작업은 무엇입니까.
“내부적으로는 ‘사용 동선’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신(scene)을 만들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음성 발화 신)을 기획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직접적인 서비스 사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음성 UX의 특성상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떤 발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충분히 사전에 기획되지 않으면 음성 UX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고 서비스의 편의성도 나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 중간에도 날씨를 묻거나 알람을 세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용자 조사를 진행합니다. 기획 단계에서도 유저 리서치를 진행하고 서비스 개발 이후 상용화 이전에도 사용자 리서치를 진행합니다. 또한 상용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성과 서비스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저 리서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리서치는 ‘프렌즈 오브 누구(Friends of NUGU)’라는 커뮤니티를 구성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내 구성원(타 부문)과 사외 참여자를 50 대 50으로 구성,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으로 ‘해당 서비스가 필요합니까. 당신의 생활에서 어떤 점이 달라지고 향상됐나요’를 묻습니다.”
‘누구 오팔’에선 어떻게 실버층의 니즈를 발굴했습니까.
“누구 오팔을 준비하면서 대학에 노인학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시니어에 대한 연구가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시니어를 하나의 세그먼트로 봤는데 알고 보니 그 내부에도 55~65세, 65~75세, 75세 이상으로 확연히 다른 니즈와 사용성을 가지는 것도 알게 됐어요. 시니어를 분석하기 위해 시니어 자신뿐만 아니라 시니어 케어에 관심이 있는 자녀들의 니즈까지도 같이 분석하게 됐습니다. 우선 시니어를 연구하는 학교와 교수를 만나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보건복지부·지자체 등 시니어 관련 정부의 정책과 실버 케어 산업 관계자와 인터뷰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누구 오팔(시니어케어 서비스)은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 한 분과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 한 분의 자문과 참여를 받았습니다. 시니어들은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고 음악이나 라디오 등의 서비스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반면 자녀들은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셨으면 하는 니즈가 강했습니다. 이에 따라 투약 알림, 두뇌 체조, 생활 습관 등의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봅니까.
“가장 많이 분석하는 것은 오발화·OOS·OOD라고 하는 실패한(failure) 발화입니다. 이러한 실패한 발화는 음성 인식이 안 됐거나 언어 이해가 안 되었거나 해당 콘텐츠가 없거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가장 필요한 데이터입니다. 또한 AI 관점의 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넘어야 할 기술적 문제는 무엇입니까.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화입니다. 아직까지는 주어진 명령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많은 사용자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줍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는 많은 대화 샘플 데이터를 수집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기술 영역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 AI업계의 큰 숙제 중 하나는 ‘설명할 수 있는 AI’입니다. 이것은 알고리즘 레벨에서도 다루고 있는 기술적인 숙제이기도 합니다.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도 꼭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끔 엉뚱한 답들을 만들어 냅니다. 데이터를 보강해 해결하기도 하지만 해결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때 이런 엉뚱한 답변이 나가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 아주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AI와 관련된 기회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시간’을 보다 ‘가치’있게 해주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지루하게 반복되던 일을 일정 부분 AI가 도와주고 인간이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게 해주는 영역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대체’는 아닙니다.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하는 반복되는 일부를 대신해 주고 인간에게 10~20%의 시간적 가치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사가 잠시 쉬고 더 생산적인 상담을 할 수 있게 무한 반복되는 단순 상담 대화를 AI가 대신해 주는 일 등입니다. 보안의 경우에도 보안 요원의 업무를 대체한다기보다 좀 더 실질적인 보안에 신경을 쓰도록 지루하게 반복되는 외부인의 얼굴 인식 등을 AI가 도와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하는 분야에 AI가 스며들며 이런 분야가 AI의 유망 분야가 될 것입니다.”
AI와 관련된 위험성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간 자체를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용 시장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인간의 일에 대한 정의가 좀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인간의 일이 아니라 AI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제거함으로써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위험보다 진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과 비전에 대해 들려주세요.
“2016년 누구를 출시하면서 만든 광고가 있습니다. 그 광고 카피가 ‘또 하나의 가족 누구’였습니다. 자연스럽게 AI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없으면 매우 허전하고 불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중·단기적으로는 누구 서비스에서 누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자 합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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