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정치판에 뛰어드는데 대해 부담감…잇단 손사래 쳐 고심”
[홍영식 대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 7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 때까지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을지 여부는 재·보선 결과에 달려있다. 비대위원장직을 아무리 잘 수행해도 종착점에서 선거를 그르치면 재직 1년의 평가는 ‘도루묵’이 된다. 반대로 선거 결과가 좋으면 임기가 끝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어떤식으로든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 내에서 대선 주자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자신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선 레이스에 올라탈 수도 있다.
재·보선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서울시장 선거다. 김 위원장이 공천 과정을 지휘한다. 그런 만큼 그의 입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선거를 6개월 반 가량 남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뚜렸하지 않다는 점이다. 잠재적 후보는 10명 넘게 거론되고 있다. 당 내에선 권영세·박진·윤희숙 의원과 나경원·김세연·김용태·이혜훈 전 의원, 김선동 사무총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대해 그를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도 당내에선 여전히 유효한 시나리오로 남아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영입설도 돌고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나서는 사람 없이 대부분 ‘타천’으로 그물망에 걸쳐놓는 수준이다. 김 위원장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그의 기준은 참신성과 확장성. 이 두 기준을 뼈대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기존 정치판 냄새가 짙게 풍기는 인사는 배제하고 있다”며 “여의도 정치 때가 묻지 않고, 중도층에도 먹힐만한 인사들을 레이더망에 올려놓고 있다”고 했다.
그의 그물망에 첫번째로 오른 인물은 김세연·홍정욱 전 의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시장 출마 뜻이 없다고 선을 긋는 바람에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윤희숙 의원 등 초선 의원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참신성은 충족시켜주지만, 확장성과 정치적 리더십, 행정력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고민이다.
김 위원장은 당 바깥 인사들 중 비교적 참신하고 능력을 검증 받은 인물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서울시민들에게 미래를 맡길 만한 참신하고 신뢰를 가질만한 인물들을 접촉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경영 능력이 입증된 벤처기업인들도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포털사이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도 포함돼 있다. 당 관계자는 “이들은 스스로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을 일궈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정신에 맞고, 확장성 측면에서도 국민의힘이 취약한 중도층, 30~40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들을 접촉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이든 서울시장이든 참신성과 확장성만이 필요, 충분 조건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인데, 당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유력 인사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모든 부분들을 속속들이 드러내 놓아야 하는 거친 정치판에 뛰어드는데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 때문에 손사래를 치고 있어 당으로선 고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 “서울시민들이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후보자를 찾고 있다”며 “국민의힘이라는 넓은 광장을 제공할테니, 모두 들어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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