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미국 대선 불확실성 고조…포트폴리오 재정비하고 투자 시기 늦춰야 [한경비즈니스 칼럼=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트럼프로 시작해 트럼프로 끝난 추석 연휴였다. 연휴 첫날 아침의 주인공은 미국의 대선 토론전이었다. 이후 세계 경제의 방향을 결정지을 미국의 대통령을 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날을 시작으로 10월 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열리겠지만 두 후보가 자신의 정견을 자신의 목소리로 밝힌 첫날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스러운 공격에 조 바이든 후보가 차분히 대응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연휴 막바지에 출현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도 어디로 튈지 모를 돌발 변수다. 온갖 추측 보도가 나오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했고 코로나19 확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우세인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이는 현직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보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옥석 기업들의 쇼핑 리스트 준비할 타이밍
물론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던 2016년에도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도 아직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지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는 옛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가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물론 2016년과 2020년은 다르다. 민주당은 힐러리 후보의 예기치 않은 패배를 교훈 삼아 주요 경합 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지역인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에서 지지율 격차를 확실히 벌려 왔다. 더욱이 엘리트의 향기가 가득한 힐러리 후보의 이미지와 바이든 후보는 차이가 크다. ‘정치적 올바름(PC)’보다 오히려 7선의 상원의원과 8년간의 부통령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후보는 백인 노동자의 호감을 사고 있다.
정치가 아닌 주식 시장으로 좁혀 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선거 결과보다 선거 자체가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과거 경험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없다. 역대 미국 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고 승자가 정해질 때까지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가 흐름도 좋지 않았다. 당장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위급함에도 대선 일정으로 정책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부양책과 관련해서는 수차례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부양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은 3조4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HEROES Act)을 5월 15일 통과시킨 후 이를 2조2000억 달러로 삭감했다. 공화당은 1조1000억 달러(HEALS Act)의 부양책을 제출한 이후 이를 3000억 달러로 삭감했다.
HEROES 법안의 3조4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1조1180억 달러의 주·지방정부 보조금과 7360억 달러의 사회 보장 지원금, 4370억 달러의 실업 급여였다. 이에 반해 공화당의 HEALS 법안은 기업 지원 3580억 달러, 재난 지원금 3000억 달러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민주당은 새롭게 제시한 CARES 법안에서 기업 지원을 360억 달러에서 1조1990억 달러로 확대하고 실업 급여, 주·지방정부 보조금, 사회 보장 금액을 대폭 삭감했다. 이전 법안에서 공화당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원금에 대해 약 1조7910억 달러를 삭감한 것이다. 금액의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민주당 법안과 공화당 법안 지원 항목의 우선순위는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부양책 합의를 지원하고 있지만 두 당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은 2조2000억 달러의 민주당 자체 경기 부양안을 승인했고 상원을 장약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미 반대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1조6000억 달러 규모도 부담스럽다는 공화당으로선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플랫폼 경제와 친환경 산업이 가장 유망
설령 미국의 부양책이 의회에서 극적 합의로 나아가도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들다. 과거 미국 대선 연도의 주가 추이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보다 아시아 혹은 한국 증시가 더 흔들렸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연도 S&P500의 월간 수익률을 보면 실제로 연간으로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10월 수익률은 0.5%였고 11월엔 0.9%로 상승했다. 하지만 MSCI EM이나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다. MSCI EM은 10월 마이너스 1.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는 마이너스 3.2%로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한국의 수익률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시점으로 기억을 되돌려 보자.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세상이 망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뒤따른 정책의 힘으로 견조한 경제 성장과 주가 상승이 뒤따랐다. 하지만 해외, 특히 이머징 시장은 다르다. 모든 정책이 미국 경제에는 친화적이지만 해외에도 친화적인지는 대통령의 정책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었지만 중국과의 분쟁, 이란 핵협상 파기, 파리 협약 탈퇴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이르기까지 해외에는 부정적이었다. 따라서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을 더욱 강하게 반영하는 것은 미국보다 해외일 가능성이 높고 11월 초 이뤄지는 선거의 불확실성은 10월 가장 크게 반영된다. 올해는 10월 15일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까지 겹쳐 있어 11월 3일 미국 대선 전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나아가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재자 투표와 장애인 외 유권자들까지 우편 투표가 허용되자 이를 핑계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선거 불복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지면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가 돼야 알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일반적으로는 10월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11월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금융 시장이 성장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대선을 불복한다면 불확실성은 11월에도 증폭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패배하고 재검표에 들어간다면 재검표 시간이 과거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근 금융 지표 대부분에서 2개월물 변동성이 1개월물 변동성을 압도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이미 10월의 대선보다 11월의 대선 불복 가능성을 더 큰 우려 요인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의 시기를 늦춰야 한다. 추석 이전인 9월 29일부터 대선이 끝나고 불복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시점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대통령 후보의 TV 토론이 9월 29일, 10월 15일, 10월 22일 세 차례 예정돼 있어 미국 대선을 투자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할 시기는 9월 29일 이후일 것이다. 남은 한 달여의 기간 동안 불확실성을 감수해서라도 적극적 투자에 나설 필요는 없다. 선거 이후 2021년 기업 실적의 기댓값과 경제 호전 정도를 보면서 무엇보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걷힐 때를 기다려야 한다.
남은 고민은 하나다. 누가 되든 이길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재정비다. 과거 데이터로 보면 민주당 집권기에는 정보기술(IT)·금융·경기소비재가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유틸리티·에너지·소재 등의 업종은 부진했다. 공화당 집권기에는 필수소비재·에너지·소재 등이 강하고 부동산·IT·통신서비스·금융 등의 업종이 부진해 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시기를 비교해 보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두 대통령 모두 IT·경기소비재·헬스케어 업종의 상승률이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 주도주로 언급하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들의 약진과 같이 이미 경제 생태계 자체가 변한 환경에서 성장 산업의 투자 및 성장 초기에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유사한 업종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되든 정치적 이슈일 뿐이다. 선거가 끝나고 주인공이 정해지면 금융 시장은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에너지와 제조업이 좋아지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IT와 환경 산업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되든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플랫폼 경제와 친환경 산업은 앞으로 파이가 커지는 산업이다. 남은 10월 미래를 향한 기업들의 쇼핑 리스트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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