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따라잡기]


- ‘자동차 파는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로 수익 창출 목표…자체 앱스토어 공식화도 머지않아
[Hello AI]애플 닮아가는 테슬라…자율주행 핵심부품·소프트웨어 직접 개발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세계 자동차 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만 판매 호황을 누리면서 시가총액에서 완성차 1위인 도요타를 앞섰다. 요즘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전기자동차·자율주행자동차이고 그 중심에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오늘날의 기초가 된 교류 전기 시스템을 만든 공학자 니콜라 테슬라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는 에디슨과 함께 전기의 양대 산맥으로 기억될 정도로 인류의 진보에 큰 업적으로 남겼다.


테슬라는 2003년 만들어졌다. 창업했을 때만 해도 골프장에서 쓰는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정도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 테슬라의 지금 열풍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테슬라 자동차에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걸 감수하며 구매할 정도로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는 더욱 열광적이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6단계로 나눈다


무인 자율주행은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신분당선 지하철은 기차 간 운행 간격과 속도 등이 자동으로 제어되고 있고 대부분의 비행기는 자동 항법 시스템으로 운항되고 있다.


이착륙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비행에서 조종사는 자동 조종 기능의 도움을 받는다. 조종사는 문제가 발생할 때만 이를 관측하고 바로잡는 일만 수행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비행기의 조종사를 운전자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나눈다. 이는 기술 개발 성숙도에 따른 구분이다.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총 6단계로 세분화돼 있고 레벨 0은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단계다.


레벨 1은 발만 떼는 수준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 준다. 레벨 2는 손을 떼는 수준이다. 차로를 유지해 준다. 일정 조건에서 알아서 갈 수 있다. 레벨 1~2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고 주행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현재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단계는 레벨 2다.


레벨 3부터 자율주행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때부터는 부분적으로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게 돼 운전자가 항상 차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다. 위험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한다. 레벨 4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하다. 레벨 5는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에 해당된다. 페달도 운전대도 필요 없다.


테슬라 차량은 차로 유지 보조,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기능이 담긴 오토 파일럿이 기본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를 통해 고속도로에서 잠시 손을 놓아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한 반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된다. 더 강화된 기능은 900만원의 추가금을 내면 FSD(Full Self Driving)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자율주행 안전한 기능 제어는 AI가 담당

운전자가 주행 도중 전방에 나타난 물체의 정체를 판단하는 일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주행 경로 판단과 안전한 기능 제어를 하는데 사람에게 이러한 과정은 직관적이고 습관적이다. 사람이 하는 역할을 AI가 대신하려면 사람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듯 컴퓨터에 수많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접한 다음 정보를 스스로 인지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AI의 방법 중 하나인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려면 인지·판단·제어 등 세 가지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지 기능은 차체 내 센서 정보를 처리해 주변 환경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 판단 기능은 인지된 정보를 이용해 가장 안전하고 빠른 차량 궤적을 생성하는 것, 최종적으로 궤적을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운전대·액셀러레이터·브레이크를 제어하는 것이다.


한 종류의 센서만으로는 다양한 도로 상황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양한 센서의 조합이 필요하다. 서로를 보완하는 기술들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중첩을 통해 중복을 증가시켜 안전을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센서는 인간의 시각, 청각 등을 대체하는 기술로 지형지물과 거리를 인식하는 것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이, 거리 측정에는 레이더(Radar)와 초음파가 사용된다. 라이다(LiDAR)는 전자기파 대신 레이저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고 반사된 빛을 분석해 3D 지도로 구현하는 부품이다. 사진 수준으로 정밀도가 높고 물체의 형태도 인식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테슬라는 카메라와 센서만을 이용할 뿐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센서들과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칩과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모듈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다. 이것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므로 레벨 2까지를 의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 핵심은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차량 전방에 보행자나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피해 갈 것인지, 그냥 갈 것인지 혹은 어떤 길이 안전한지, 위험 한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센서들로부터 취합된 수많은 정보는 ADAS에 있는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서 해결한다. 이것이 자율주행자동차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칩에는 고성능 프로세서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뿐만 아니라 AI 전용 코어인 신경망 처리장치(NPU)라는 것이 들어 있다.


딥러닝 모델을 기존의 CPU와 GPU만으로 구현하려면 전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고 비효율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가속기를 필요로 하는데 인간의 뇌신경망을 모방한 NPU가 사용된다. 이것은 AI의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낸다. 대용량의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동시에 연산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인식하면서 한꺼번에 데이터를 쌓는 영역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은 크게 테슬라·모빌아이·엔비디아가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모두 독자 개발한다. 사업 초기에는 모빌아이와 엔비디아에 의존했지만 2019년부터 자체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할 때 다른 상용차 기업과 협업하는 데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현대차는 올해 3월 차량용 전장 전문 기업인 앱티브(Aptive)와 공동으로 모셔널(Motional)이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차제 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과가 주목된다. 모빌아이와 엔비디아는 완성차 기업들에 자신들이 개발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모빌아이는 BMW, 닛산과 엔비디아는 다임러벤츠·볼보·도요타·폭스바겐과 주로 협력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현재 테슬라를 비롯해 많은 회사들은 차량 자체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는 형태(stand-alone type)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사실 테슬라와 우버 등의 사고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도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돌발 변수에 대한 대처도 미흡하다.


이처럼 현존하는 차량 센서와 알고리즘으로 자율주행 환경을 인지하는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앞에서 설명한 자율 기술을 레벨 3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사고 책임과 보상 문제를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철저하게 기술의 완성도 높이는 수밖에 없다.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도로 인프라(신호등·가드레일·가로등·버스정류소 등)와 차량을 연결해 사고를 줄이는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테슬라는 애플을 꿈꾼다

애플은 아이폰의 중요 부품도 직접 설계하고 운영체제(OS)도 직접 개발한다. 앱스토어와 아이튠스 스토어 같은 콘텐츠 유통 채널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모든 연결 고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폰이 덜 팔려도 서비스에서 수익을 내는 안정적인 사업 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테슬라가 추구하는 것이 애플과 흡사하다. 주요 부품, 소프트웨어와 고해상도 맵도 직접 개발한다. 또한 아직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자체 앱스토어에 대해서도 머스크 CEO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자동차는 다른 차량이나 교통·통신 인프라 등의 시설들과 연결해 단순 운송 수단의 개념을 넘어 스마트폰처럼 여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것은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자율자동차에 탑승한 승객을 상대로 새로운 서비스에서 수익을 내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애플을 꿈꾸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