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29세에 1억 모아 집 마련…열심히 살아왔는데 공허해진 이유 [한경비즈니스 칼럼=최경민 한경BP 출판편집자] 인생에 꼭 필요한 3가지를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3이란 숫자는 작진 않지만 그렇다고 충분하지도 않은 숫자다. 3가지라고 한정 짓고 나면 덜어낼 것은 모두 덜어내고 자기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심하기 마련이다. 책과 동명인 네이버 오디오클립 ‘정은길 아나운서의 돈말글’은 그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을 풍족하게 하는 습관에 관한 이 책은 오디오클립 내용 중 구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은 에피소드만을 꼽아 저자의 경험을 담은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자연스럽게 책 속에는 ‘돈’과 ‘말’과 ‘글’에 대한 고민과 재테크 전문가(돈)이자 아나운서(말)이자 8권의 책을 낸 작가(글)로서 직접 겪은 저자의 풍성한 경험담들이 담겨 있다. 요즘에는 이처럼 한 사람이 여러 역할 또는 직업을 가진 ‘부캐’라는 개념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이에 더해 스피치 학원의 대표, 드라마 집필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 지켜보는 쪽에서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이 어느 한 가지 주제가 아닌 돈·말·글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어느 한 가지의 가치나 역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 자신을 표현하는 말과 글에 대한 습관은 그러한 역할과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나’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자란 저자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절약이었다. 시험 기간에는 헌책방에서 남이 쓰던 문제집을 사 필기를 지우는 것에서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대학 등록금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지만 명절이면 받는 용돈을 꾸준히 은행에 저축했다. “너 같은 애(평범하고 가난한)는 안 될 것”이라는 말에 그런 말이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두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29세에 1억원을 모아 집을 산 뒤 재테크 책을 냈고 회사에서 독립해 프리랜서가 된 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스피치 학원 대표, 8권의 책을 낸 작가로 매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집값이 나를 너무 초라하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 근로 소득을 모아도 집값의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투자가 아닌 절실한 필요 때문에 이사를 고려했는데 내가 성실하게 모은 돈으로는 원하는 지역으로 이사하기 힘든 현실과 마주하니 허탈한 마음이 몰려왔다.”(‘집값에 연연하지 마세요’에서)
갖지 못한 것들을 욕망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동안 ‘절대로’,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불명확해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돈은 왜 버는 것인가’,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언뜻 보면 개인의 경험담을 풀어 놓는 것 같지만 누구나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마주할 수 있는 인생의 질문들에 대해 다뤘다. 또한 단순히 그런 고민들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좀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돈으로 인해 불행할 때 ‘돈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돈의 본질은 모으는 것이 아닌 쓰는 것에 있다’는 답을 얻은 것처럼 ‘말’과 ‘글’ 편에서는 ‘말하기란 무엇인가’,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진다.
또한 이 책에는 저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먹고사는 게 너무 고단해 눈물이 난다던 히말라야 짐꾼의 이야기부터 가난했던 시절의 말 습관 때문에 고민이라던 부자의 이야기, 쓰면 이뤄지는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무겁지 않지만 인생의 중요한 맥을 잡는 이야기들이 가득해 읽는 중에도, 읽고 난 뒤에도 생각할 여지가 가득하다.
이 주의 책
그라운드 업
하워드 슐츠 외 지음 | 안기순 역 | 행복한북클럽 | 2만7000원
스타벅스 명예회장인 하워드 슐츠의 8년 만의 신작이다. 빈민가에서 자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최초로 공개하며 스타벅스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상세히 기록했다.
스타벅스는 설립 초기부터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과 학비 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현안에 대응해 토론회를 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데 힘쓰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슐츠 명예회장은 자신의 회사 스타벅스를 인간 존엄성과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했고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스타벅스를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자신과 스타벅스가 어떻게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해 왔는지, 모두의 재능과 추진력을 어떻게 가치 있는 곳에 쏟도록 할 수 있을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정리했다. 자이언티즘
게르트 노엘스 지음 | 박홍경 역 | 탬 | 1만4800원
웅장한 정부 관사, 거대한 기업 빌딩, 대규모 학교 건물과 병원 건물, 끝이 보이지 않는 항만과 항공 허브 그리고 초대형 도시들은 ‘비정상적 성장’, 즉 자이언티즘의 상징이다. 저자의 눈에 이 모든 거대화는 건전성과 거리가 먼 왜곡 현상이다. 이런 성장은 실물 경제의 성장을 동반하지 않는 금융 잔치이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성장이다. 또한 지구 환경을 생각지 않는 지속 불가능한 성장이다.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다. 경제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규칙마저 어기면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저자는 시스템 붕괴를 경고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대안 10가지를 제시한다. 라이프 트렌드 2021
김용섭 지음 | 부키 | 1만8000원
2020년을 장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우리의 일상을 다 바꿔 놓았다. 기업이나 개인이 세워 놓은 2020년 계획들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급변한 사회가 유발시킨 생존 본능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 사회와 문화, 소비를 바꿀 것이다. 2021년 주요 트렌드 이슈들의 핵심 맥락이자 이 책을 메시지는 ‘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fight or flight)’다. 2021년에는 우리의 욕망·소비·세상을 보는 관점,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의 바탕에 생존 본능이 자리할 것이다. 우리는 싸울지, 도망갈지 정해야 한다. 사안별로 다르게 선택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행동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트렌드 이슈들이 태동하고 있고 2021년을 장악할지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다. 금리를 알면 부의 미래가 보인다
장태민 지음 | 메이트북스 | 1만6500원
초보 투자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친절한 금리 책이다. 금리에 따라 주식·채권·환율·부동산의 가격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금리는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금리를 모르고는 진정으로 경제를 이해하고 돈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금리를 내리면 유동성이 확대되고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시장 금리도 내려간다. 돈 빌리기가 쉬워지니 ‘빚을 내’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면서 경기는 좋아진다. 금리 정책 결정에 따라 금융 시장(자산 시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가격 변수(주식·부동산·채권·환율 등)들도 움직인다. 저자가 이 책에서 금리의 흐름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상한 서울나라의 이방인
오성부 지음 | 제이비크리에이티브 | 1만3000원
취업·승진·내 집 마련하기 등 서울살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저자가 서울에 올라와 생활한 16년 동안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20대 초반 상경해 회사 대표가 된 지금까지 이방인으로서 경험하고 느낀 실패와 치열했던 시간, 깨달음 등을 ‘사람’, ‘돈’, ‘생존’, ‘회상’, ‘나로 살기’라는 키워드를 통해 진솔하게 펼쳐냈다. 자신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때론 고리타분하고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서울에서 견뎌내는 방법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을 전한다. 이를 통해 이방인이라고 주눅 들지 말고 가장 나다운 나를 찾을 것과 어느 위치에 있든지 꿈을 찾아갈 자격이 충분하니 포기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8호(2020.10.12 ~ 2020.10.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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