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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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포스코인터·삼성물산…신사업으로 코로나19 위기 돌파하고 실적 개선 총력
K-방역 수출길 뚫고 니켈광 확보전…신사업 ‘금맥’ 캐는 종합상사 빅3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무역 최일선에 있는 종합상사들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한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여파로 무역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포스코인터내셔널·삼성물산 상사부문·LG상사 등 빅3는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고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먹거리로 삼았던 해외 자원 개발이나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이 코로나19로 위축되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사업 개척과 내실 강화를 꾀하고 있다. 돈이 흐르는 금맥을 찾아 세계 어느 곳이라도 달려가 ‘라면에서 미사일까지’, ‘이쑤시개에서 인공위성까지’ 다종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며 성장을 거듭해 온 종합상사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또다시 진화하고 있다.
K-방역 수출길 뚫고 니켈광 확보전…신사업 ‘금맥’ 캐는 종합상사 빅3


◆ 헬스케어 진출해 활로 찾은 LG상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상사다. LG상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트레이딩 물량 감소,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한 2조3073억원, 영업이익은 40.3% 감소한 302억원을 기록했다.

양대 사업인 팜 사업과 자원 사업들은 사업 고도화에 집중하고 올해는 미래 준비를 위한 신규 사업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다. 상사의 본원적 기능인 유통과 트레이딩 비율을 계속 확대하는 동시에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사업 등 경험과 역량이 축적된 지역과 사업 영역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인 LG상사는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초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전량도 매각했다.

LG상사의 신사업은 윤춘성 대표의 취임 2년을 맞아 가속화하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력 사업인 팜, 석탄 사업의 운영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견고히 하고 축적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상사는 보건·위생 분야 헬스케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 사업 거점을 둔 LG상사는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제조업체인 바이오세움과 손잡고 세계 30개국에 진단 키트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세움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사용 승인(EUA)도 획득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LG상사가 한국산 진단 키트를 확보해 인도네시아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한국 의료 기기·장비의 위상을 파악하고 사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는 종합상사가 가진 트레이딩·프로젝트 사업에서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 파이낸싱·리스크 관리, 유망 업체 발굴, 인력 관리 등의 역량이 의약품·의료 기기 회사보다 경쟁 우위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과 전방위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KMDICA)과 함께 한국산 의료 기기의 수출과 글로벌 협력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6월에는 한컴그룹과도 MOU를 체결하면서 해외 진출과 관련해 전방위 협력을 이어 가기로 했다.

한컴그룹은 주력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 솔루션을 LG상사의 강점인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할 계획이다. 한컴그룹 자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가 생산하는 마스크 등 방역 용품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종합상사 본연의 유통·트레이딩 비율을 높여 가겠다는 윤 대표의 전략 방향에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전략 먹거리로는 인도네시아 니켈광 개발 사업을 낙점했다. 2차전지의 핵심 원료로 가공되는 니켈광 오프테이크(off-take : 생산물 우선 확보권)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LG화학 등 그룹사와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LG상사는 또 스타트업과 협업해 ICT 분야에서 추가 사업 기회를 찾는 전담 조직도 꾸렸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중심지인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만들고 기술 전문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3%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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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되는 식량·전기차·친환경에서 미래 찾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대 중점 사업인 가스전·식량·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수요 산업이 위축되면서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2% 줄어든 5조2520억원, 영업이익은 25.3% 감소한 1344억원을 기록했지만 효자 사업인 미얀마 가스전의 견조한 실적 등을 통해 하반기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철강과 에너지 사업과 함께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식량 사업도 실적 기대감을 더한다. 식량 사업은 중국과 베트남발 대두·옥수수 판매 확대와 함께 글로벌 투자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거래량이 크게 향상됐다. 올해 하반기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 가동을 통해 전체 곡물 트레이딩 물량도 600톤에서 2022년 1000만 톤 거래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철강·석유개발(E&P)·식량·LNG 사업의 육성과 함께 트레이딩 사업 모델 혁신, 미래 신규 유망 소재 발굴 등을 통해 신시장 개척을 선도하고 포스코그룹의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주 사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도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모터코어 공급과 함께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용 화학 공업 기기 제조업체인 큐로와 지난 3월 합병한 전기차 설계 업체 IT엔지니어링에 투자해 현재 큐로 지분 5%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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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2분기 매출 3조170억원과 영업이익 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51.9%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시장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트레이딩 물량이 줄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다변화 니즈에 맞춰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팜 농장을 통한 바이오 연료 사업도 전개한다.

2018년 준공한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태양광 발전 단지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50억 달러 규모로 풍력 발전(1069㎿)과 태양광 발전(300㎿) 등 10개 단지로 구성됐다. 총 1369㎿ 규모로 40만 가구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신재생 발전 사업을 북미 시장까지 확대했다. 상사부문의 미국 법인을 통해 특수 목적 법인 삼성솔라에너지를 설립해 태양광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