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中企·소상공인 디지털화 없이는 국가 경쟁력 확보 어려워”
- “中企·자영업자들에 ‘물고기 잡는 법’ 위한 정책 펴겠다”
- “화관법·화평법으로 인한 中企 애로, 환경부에 강하게 전달”
-“집단소송, 선진국에도 존재…기업, 그런 벽 넘어야 경쟁력 생겨”
-“지역 화폐, 재분배 효과 있어…임대 문제, 더 포용적으로 봐야”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안대규·김소현 한국경제 기자] 비대면·온라인·스마트·디지털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핵심 단어들이다. 한국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디지털화하지 않고는 미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박 장관의 판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가속화하는 시대 변화를 맞아 디지털 경제로 대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과 중기부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다.
▶정치를 하다가 행정 부처 장관을 맡아 보니 어떻습니까.
“국회 경험이 행정 부처를 운영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다만 행정부는 일하는 곳이라 국회와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면도 있죠.”
▶행정 부처에서는 힘 있는 정치인 출신들이 장관으로 오는데 대해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 출신들은 아무래도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 또는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고 이런 경험들이 실행 과정에서 추진력을 더 붙게 하는 요인이 되죠.”
▶코로나19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100년 전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던 그때 보다 변화의 속도가 더 빠릅니다. 중기부에 와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게 ‘100년 전 마차에서 차로 바뀔 때라면 어떤 정책을 폈을까’였어요. 내가 찾은 답은 상생입니다. 혁신도 전통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하는 분들의 협조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죠. 그렇다고 전통적 기법에만 머무르면 산업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중기부가 올해 초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스마트 대한민국이라는 국정 운영 목표를 만든 것도 그런 차원입니다.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디지털화하지 않고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런 목표를 설정했고 그것이 코로나19로 속도감 있게 국민들에게 다가가게 된 것이죠.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등 긴급 지원 정책은 가뭄에 단비, 마중물 역할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소상공인들에게 디지털화를 속도감 있게 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슈퍼마켓이 대표적입니다. 소규모 동네 슈퍼마켓은 보통 가족이 경영하는데 24시간 문을 열면 밤에 지키기가 쉽지 않죠. 정부가 밤에는 무인점포로, 낮에는 유인 점포로 바꿔 줄 수 있게 정책을 펴는 데 굉장히 호응이 좋아요. 이런 것들이 앞으로 디지털 시대를 버텨 나갈 수 있도록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쪽으로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육성 3개년 종합 계획’에서 비대면 온라인을 핵심 내용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봐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가장 적고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이유를 분석해 보니 김대중 정부 시절 전국에 깔린 인터넷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온라인 인프라 기반이 이미 갖춰진 거죠. 이게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비대면 온라인 투자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도 그 분야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산업 발전 역사를 보면 지난 50년 동안 압축 성장을 통해 일군 삼성·현대·LG 등 1세대 기업들이 있죠. 2세대 기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꽃피우고 있는 네이버·카카오 등입니다. 3세대 기업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의 인프라를 글로벌화하는 것이 중기부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년도 예산 17조원 중 비대면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비대면 투자 중 대표적인 게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입니다. 바이오·게임·K방역·K뷰티 등에 집중 투자하는 거죠. 올 한 해 수출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과거에는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면 중소기업부터 무너졌어요. 하지만 올해는 중소기업이 버텨 줬습니다. 9월 중소기업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늘었습니다. K방역·K뷰티 분야의 수출이 도드라졌고 온라인 분야 수출도 126% 늘어나 그렇습니다. 우연이 아니에요. 온라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온라인 수출 진작을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시대와 맞아떨어졌습니다. 앞으로 이런 분야에 대한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중기부가 ‘K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통해 제2·제3의 삼성전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정부 주도의 유니콘 기업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유니콘 기업 정책이 애플리케이션(앱)과 플랫폼 기반의 단기 성과 위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대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가 있죠. 예를 들어 1세대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과 네이버·카카오 등이 2세대 기업으로 컸던 시대적 상황이 달라요. 지금은 정부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3세대 플랫폼 기업들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제3세대 기업을 키운다고 해서 뿌리 산업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많아져 성장을 꺼려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규제를 걷어내 성장 사다리를 놓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무엇을 규제로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공정 경제를 위한 규제는 기업 측면에서는 성가신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타고 넘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죠. 진정한 의미의 규제는 불필요한 인허가 등 관료 체제하에서 이뤄지는 통제,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영역이 열렸을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이는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대표적 애로 사항으로 화학 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꼽힙니다. 연말까지 유예 기간을 3개월 연장했지만 업계는 1년 유예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무 부처가 환경부여서 중기부에선 기업들의 의견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시각도 완전히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기업들이 힘드니 단계적으로 풀어 달라는 겁니다.”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우려도 큽니다. 특히 집단 소송의 경우 법적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도산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집단 소송 관련법들은 선진국에도 존재합니다. 기업들도 그런 장벽을 넘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그런 법들이 만들어짐으로써 기업이 초창기엔 힘들 수 있지만 품질 개선 효과도 있죠. 이거 아니면 우리가 생존할 수 없다는 시각보다는 서로 상생해 윈-윈할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중기부가 추가 상생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어떤 수준이면 된다고 봅니까.
“중고차 매매 업소 5만 개, 30만 명의 생계가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금 상태로 놔둘 수도 없는 문제죠.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상생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현대·기아차는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접근해야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이익을 낸다고 생각하면 방법이 없다고 봐요. 이익 없는 ‘이븐 포인트’로 가져가야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기아차가 칸막이 없이 바로 진입하면 독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유예 기간이 연말에 종료되면서 중소기업의 우려가 큽니다.
“업계와 소통하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재택근무 등 노동 유형이 달라져 노동 시간에 대한 개념도 과거보다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등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야가 진심으로 미래를 생각해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우 힘들어합니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등은 대전환기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노동부에서 필수 노동자란 개념을 연구하고 있죠. 배달·대리운전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을 얻는 ‘긱 노동자’가 새로 생겼습니다. 노동 시간과 형태 등도 과거 100년 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생각의 틀에서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약력 :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수도여고·경희대 지리학과·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MBC 기자·경제부장. 17~20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회 수소경제포럼 위원장.
▶복합 쇼핑몰과 대형 마트 의무 휴업 지정 등 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통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외국계 대형마트와 식자재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만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영국은 대형 쇼핑몰을 지을 때 주변 소상공인들을 입점하게 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아요. 어느 지역은 대형 쇼핑몰이 문을 닫아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봤다고 하고 어느 지역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어쨌든 소상공인들이 살아야 전체 생태계가 건전해질 수 있습니다. 어떤 형식이든 윈-윈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사적 계약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유럽의 선진국과 미국은 공공재로 할 부분과 경쟁으로 할 부분에 대한 구분이 우리보다 더 확실합니다. 우리는 공공재적 성격에 대한 인식보다 경쟁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게 국가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 목표를 이루고 나서 돌이켜 봤을 때 어려운 분들을 함께 끌고 가지 않으면 나중에 이것이 다시 짐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봤잖아요. 이제는 임대 문제 부분에서는 좀 더 포용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길게 함께 살아가는 거죠.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장사를 안 하면 임대업자도 힘들어지지 않겠습니까.”
▶지역 화폐 효과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봅니까.
“중기부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은 서울에서 구매해 지방에서 쓰면서 재분배 효과가 큽니다. 회수율이 서울에서는 80%, 지방은 110% 정도 돼요. 지역 화폐가 수치적으로 보면 모든 지역에서 다 발행한다면 제로섬 게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 현상이 수치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지역 화폐는 그 나름대로 역할이 있는 겁니다. 그 지역의 재분배 측면을 들여다보면 틀림없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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