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따라잡기]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도입 장벽 낮춰 ‘AI 대중화’ 기폭제 전망 [한경비즈니스 칼럼=전승우 IT 컬럼니스트] 인공지능(AI) 전성시대라는 말처럼 AI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 녹아들고 있다. 이제는 정보기술(IT)과 관련이 적었던 기업들도 AI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과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도 AI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AI를 모르면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AI가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혁신 가능성을 전망하는 의견도 많지만 실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AI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무엇보다 비전문가도 쉽게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유수 IT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간의 AI 수준 차이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따라서 AI 격차 해소가 IT업계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컴퓨팅 자원의 부족이 AI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AI 등장 당시만 해도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렸기 때문에 당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로는 복잡한 AI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AI의 확산이 지지부진했고 AI에 대한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최근 IT의 발전은 이런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손톱만한 반도체가 엄청난 연산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 기술이 일취월장한 가운데 클라우드 컴퓨팅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비용에 방대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풍부한 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그동안 이론에 그쳤던 AI가 빠르게 현실에 구현되고 있다.
저렴한 비용에 IT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AI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도 여전히 매우 많은 시간과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업 유형과 특성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을 갖춘 과학자들이 투입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열기로 비즈니스에서 IT의 비중이 커지면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가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외부에서 인재를 채용하거나 자체적으로 교육할 여력도 크게 부족하다. 따라서 AI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쉽게 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전문 IT와 인재를 갖춘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AI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소위 AI의 대중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화 머신러닝(AutoML)의 등장
2017년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AI 사용과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즉 지금까지는 AI 전문 지식을 갖춘 대규모 연구원들이 한데 모여 필요한 AI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면 향후에는 비전문가도 필요한 AI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소개한 새로운 AI 전략, 즉 누구나 쉽게 AI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자동화 머신리(AutoML)이다. AutoML은 쉽게 말해 AI가 AI를 개발하는 개념이다. AI 전문가 역할을 하는 AI 시스템이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필요한 AI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사용자는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와 최종 모델 생성을 위해 필요한 간단한 명령만 입력하면 원하는 AI 모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AI 시스템 개발과 적용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사실 AutoML에 대한 아이디어는 수십 년 전부터 제안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AI에 대한 관심이 낮았고 활용 분야도 적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AI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많은 기업들이 AI를 자사의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AutoML이 미래 AI 업계의 주요 테마로 급부상했다.
구글은 자사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을 통해 AutoML 기술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AutoML 기술이 미래 핵심 AI 영역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인 구글 플랫폼에 AutoML을 도입해 AI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 브레인을 이끄는 제프 던은 AutoML 기술에 현재의 100배 이상의 컴퓨팅 파워가 더해진다면 웬만한 AI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하기 위해 AutoML를 적용했다. 이를 이용해 웨이모는 자율주행차가 나무나 보행자 등 자동차 주변 지형지물을 구분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글의 AutoML 기술을 활용해 경제 분야 뉴스를 번역할 수 있는 맞춤형 AI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AI의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이를 적시에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향후 AutoML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물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여러 IT 기업들 역시 쉽게 AI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서비스 출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아직은 AutoML이 초창기 수준이라 AutoML 시장은 수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겨루는 각축장이 될 여지가 크다. 한편으로는 데이터브릭(Databricks), 라피드마이너(RapidMiner) 등 많은 스타트업들 역시 AutoML 기반의 솔루션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AI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AutoML
AutoML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여러 분야에서 AutoML을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AutoML 역시 지금까지 사람이 수행했던 작업을 일부 보완하는 수준이다. 이상적인 AutoML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풍부한 정보 처리 능력과 사고 능력을 모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AI 기술은 물론 인간의 사고 체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AutoML은 기존 알고리즘 개발 과정의 비효율성을 보완해 전제 개발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등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AutoML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개될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속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AI를 빠른 시간에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AutoML이 주목받을 수 있다. 아직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AutoML의 발전은 AI의 영향력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AutoML의 확산은 AI 전문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론 지식 제공이나 알고리즘 개발 등 지금까지 AI 전문가의 업무 상당수를 AutoML이 담당하게 되면서 AI 전문가는 새로운 업무를 담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utoML이 수행하기 어려운 전체 시스템의 개념 설계, 알고리즘 적용을 위한 전략 수립 등이 미래 AI 전문가의 업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AutoML 솔루션 자체는 물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확보 역시 미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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