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전기차 기술 발달로 패러다임 대전환…서울도 2035년부터 신규 등록 불허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서울시는 휘발유·경유차 등 내연기관차와의 ‘작별’을 예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규 등록을 불허하고 배출 가스가 ‘0’인 전기차·수소차만 등록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2035년부터 서울 시민은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탑재한 신차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기존에 갖고 있던 내연기관차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결정이 현실화된다면 2040년대 서울 도심에서 내연기관차는 사실상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35년 이후부터 한국 완성차업계는 더 이상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량 교체 주기가 대략 5~10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040년대에는 내연기관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이 격랑의 중심에 섰다.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규제’는 내연기관차가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만들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약 100년간 이어져 온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떠오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도 퇴출 움직임 감지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머지않은 미래에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이 들어간 신형 승용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운행할 때마다 내뿜는 배기가스는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고 이로 인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면서 서서히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영국이 2035년, 프랑스는 2040년을 목표로 삼았다.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 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선언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새로 판매되는 승용차와 트럭에 대해 무공해 배출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조만간 만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렇듯 세계 여러 국가들이 최근 들어 내연기관차와 관련한 규제를 자신 있게 내놓은 배경으로는 단연 전기차 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자동차 산업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전기차의 역사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됐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는 1824년 처음 탄생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배터리의 엄청난 무게와 긴 충전 시간, 짧은 주행 거리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대중화되지 못했다. 전기차는 단순히 미래의 이동 수단으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관련 기술들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소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발과 진화를 통해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목돼 왔던 충전 시간과 주행 거리, 무게 등의 한계를 차츰 극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배터리를 채워 주는 충전기 또한 개선돼 충전 시간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만큼 기술 수준이 올라왔고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그간 전기차는 완충 시 주행 거리가 300km 이상은 돼야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판매 중인 전기차들의 주행 거리는 이런 조건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은 완충 시 주행 거리는 약 400km에 달하며 기아차 니로 EV도 약 385km다. 올해 9월까지 두 차량은 국내에서 각각 약 7000대, 5600대가 팔렸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주력 상품인 모델3 역시 완충 시 주행 거리가 400km가 넘는데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 약 1만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테슬라는 한국 수입차 판매량 4위로 발돋움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은 관련업체들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합친 것보다 약 6배 정도 많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최근의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부터 진검 승부 시작된다
수치로만 보면 전기차 비율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에 등록된 총 자동차 수는 대략 2400만 대다. 이 중 전기차는 11만 대(한국자동차연구원 통계, 8월 기준) 정도로 약 0.5%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통계도 비슷하다. 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내연기관차는 약 9000만 대 정도인데 반해 전기차는 200만~300만 대 정도가 팔렸다.
아직은 대중화를 말할 단계는 아닌 듯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전기차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판매량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만 봐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기차 판매는 2013년 715대에서 매년 급격히 증가해 2017년 처음으로 연간 기준 1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는 약 3만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전기차를 신차로 선택했다.
내년에는 판매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내년 여름부터 국내외 완성차업계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들을 대거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에 주목한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아우디폭스바겐과 GM 등 내연기관차에 주력해 왔던 완성차 업체들이 내년부터 하나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완성차 업체들의 계획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회사들은 기존의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활용해 전기차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테슬라처럼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해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얘기다.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전기차를 생산하면 부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또 부품 공용화를 통한 원가 절감 등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의 진검 승부가 내년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또 내년을 기점으로 삼아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생산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약 3~4년 후부터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위협할 만큼 자동차 산업의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한 인프라나 애프터서비스 등도 이런 흐름에 맞춰 차츰 변하면서 기존에 영위해 왔던 자동차 생활 자체가 급속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딜로이트그룹도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전기차 시장이 매년 약 30% 성장해 2030년에는 3110만 대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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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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