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중소제조업, 화려한 비전보다 먼저 살리고 보자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5월 63.3%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1998년 7월 63.2%, 2008년 12월 62.5%) 최저에 가깝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조금 회복돼 지난 8월 69.6%를 나타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위기의 기간이 길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런 중에 코로나19 사태로 제조업의 가동력을 더욱 떨어뜨리면서 한계 기업의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벌어들인 이익이 이자를 감당할 만큼도 못 되는 한계 기업은 올해 5033개로 전체 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 중 21.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4.8%에서 6.6%포인트 증가한 것이 된다.


제조업의 침체 상황은 중소 제조업에서 더욱 어렵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월평균 68.5%로 작년 상반기 73.6%에 비해 5.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 상반기 중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업 전체 수치보다 약 1.5%포인트 낮은 가동률은 보이고 있어 중소 제조업의 어려움이 대기업에 비해 더욱 큰 것을 보여준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제조업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더 어려워진다면 앞으로 국가 경제적으로도 피해가 클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통 제조업이 더욱 크게 타격을 받고 있어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전통 제조업의 기반이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월 6일 중소기업 육성 종합 계획 3개년을 발표하면서 전통적인 제조 공장 혁신을 위해 2022년까지 3만 개의 스마트 공장과 1만6000개의 스마트 공방, 100여 개의 스마트 생태 공장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정책이 성과를 보이려면 먼저 현재의 코로나19 사태에서 취약해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이들 생산 기반이 무너진다면 향후 스마트화를 위한 기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아무리 좋은 스마트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력이 취약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무너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정부는 스마트화 추진과 함께 당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물론 정책의 성과를 위해서는 정책의 혁신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이로 인한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이 늦어진다면 반도체를 포함한 비대면으로 인해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은 회복이 어려운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 위기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 제조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당장의 단계별로 제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 둬야 한다. 이제 정부는 중소 제조업의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보다 혁신적인 자세로 정책을 수립하고 발 빠른 대응을 통해 위기를 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