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인공지능에서 미래 찾기’…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①
‘인공지능이 미래다’....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①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하루에도 수많은 AI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다. 기업마다 AI로 차세대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내놓는다.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AI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AI 기업을 조망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 지도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각 분야 대표 AI 기업들을 선정해 한국의 AI 기업 지형을 그려보고자 하는 시도다.


이를 위해 먼저 AI 기업 조사 대상을 수집했다. 기존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아니라 AI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을 대상으로 삼았다. 투자 유치 규모와 밸류에이션을 중심으로 구체화된 제품과 서비스 여부를 판단했고 글로벌화와 수익성 등도 살폈다. 투자 규모가 크더라도 아직 연구 단계이거나 구체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곳들은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과 자연어 처리 분야 등은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AI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기업들이 규모에 비해 순위가 높지 않은 것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조사 개요 참고).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장과 인공지능·비즈니스모델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10위 권 내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추면서 안정된 기술로 시장을 석권한 곳들로 한국인이 설립한 회사가 각 분야별 구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한편으론 자율주행과 자연어 처리 같은 거대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가 없다는 반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헬스케어 분야 약진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에서 특히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5개 기업 중 총 6곳이 포함됐다. 뷰노·쓰리빌리언·루닛·휴이노·코어라인소프트·제이엘케이인스펙션이다. AI가 다양한 산업에 접목될 수 있지만 특히 ‘한국의 의료’는 시너지 효과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대형 병원이 발달해 환자 데이터가 풍부하고 우수한 인력을 비롯해 한국의 의료 환경이 탄탄한 덕이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AI 신약 개발 기업이 후보에 다수 포함됐지만 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최종 25위권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뷰노는 B2B 의료 AI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면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AI 의료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의료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해 X선·CT·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의료 영상부터 생체 신호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을 보조하는 제품을 상용화했다. ‘뼈 나이’를 판독하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비롯해 뷰노메드 딥브레인(뇌), 뷰노메드 제스트 X선(흉부), 뷰노메드 딥에이에스알(음성 인식 솔루션), 뷰노메드 펀더스 AI(안저) 등이다.


쓰리빌리언은 AI 기반 희귀 질환 유전자 진단 스타트업이다. 한 번의 유전자 검사로 7000여 종의 희귀 질환을 빠르게 진단한다. 유전자 분석 회사로, 한국의 대형 병원 등 15곳을 포함해 전 세계 24개국 71곳에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4억원 투자 유치에 이어 최근 기업공개(IPO)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러닝 기반의 의료 영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은 흉부 X선 영상 진단 보조 시스템인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암 진단 보조 시스템 ‘루닛 인사이트 MMG’ 등을 내놓았다. 올 들어 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이끌었다.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는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아직 상업적 성공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3D의료 영상 기술에 기반한 폐질환 진단으로 차별화하고 있는 의료 AI 기업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한 웹 기반의 폐암 검진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AI 기반 의료 솔루션과 보안 솔루션 개발 업체인 JLK인스펙션은 AI와 영상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용 영상 분석 및 진단 보조 시스템, X선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선 휴이노가 대표 주자로 선정됐다. 원격 의료 시장을 비대면 심전도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로 개척해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혈압·맥박·심전도 체크 웨어러블 스마트 시계를 선보였다. 손목시계 형태 휴이노 메모워치는 지난해 3월 한국 최초 웨어러블 의료 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AI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료·교육·금융’ 분야는 유망 분야로 꼽혀 왔다.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에서도 교육과 금융 분야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AI로 자산 관리, ETF 운영




뤼이드는 AI 기반 에듀테크 기업이다. ‘산타’로 잘 알려져 있는 뤼이드는 토익으로 시작해 공인중개사·대학원입학자격시험(GRE)·경영대학원입학시험(GMAT)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베트남·일본·미국·아프리카 등 글로벌로 확장하며 이 분야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뤼이드의 AI 기술은 딥러닝에서 강화 학습, 협업 필터링 등으로 발전했다. 학습자가 최소 6문항의 진단 테스트를 거치면 AI는 학습자가 어떤 문제를 맞히고 어떤 보기를 선택해 틀리는지 90% 이상 적중률로 분석하고 학습자의 점수를 실시간으로 예측한 뒤 연습 문제와 관련 강의를 추천한다.


금융 분야에선 파운트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순위에 올랐다.


파운트는 AI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액 자산가들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사회 초년생들을 비롯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 파운트앱을 선보였다. AI 기반의 펀드 추천과 자산 배분, 투자 리포트 발간 등을 서비스한다. 10월 현재 파운트 솔루션으로 운용되는 자산 규모는 3조원, 누적 투자액은 250억원을 넘어섰다.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은행·보험사·증권사·자산운용사 등 대형 금융사에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에 대해 이경전 교수는 “퀀트 헤지 펀드 시장에 AI를 무기로 뛰어든 무서운 한국 아이들”이라고 평가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로보어드바이저 AI 주문 집행 시스템, AI 상장지수펀드(ETF), 딥러닝을 활용한 금융 솔루션을 선보인다. 딥러닝을 적용하기 힘든 금융 영역에서 금융 데이터 특성에 맞는 투자 전략에 접목해 응용하고 있다. 한국보다 주로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AI 기반의 미국 대형주 ETF 상품을 상장한 뒤 10월 현재까지 44.79%의 누적 수익률을 보였다. 함께 상장한 AI 기반의 미국 대형주 모멘텀 ETF(‘AMOM’)는 같은 기간 57.76%의 누적 수익률을 나타냈다. 비교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같은 기간 26.62% 상승한 것과 비교해 각각 18%포인트, 31%포인트의 초과 성과를 기록한 것이라고 크래프트 측은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미래다’....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①
조사 개요
‘대한민국 AI스타트업 25’ 조사는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 인공지능·비즈니스모델연구소(이경전 교수, 손동성 연구원)에서 담당했다. 먼저 AI 기업을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기술을 AI 기술로 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조사 과정에서 300여 개의 기업이 조사됐고 AI 기술이 핵심 기술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회사는 제외해 250여 개의 AI 기업이 수집됐다.
AI 기업들을 먼저 누적 투자 유치액, 가장 최근 투자 유치액, 상장기업은 시가 총액, 최근 연도 매출액, 최근 연도 영업이익 등 재무적·계량적 지표를 고려해 정렬했고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형태(용역·제품·플랫폼·B2C·B2B·B2B2C·C2C), 제품화 수준, 기술 성취 가능성, AI에 대한 합리적 관점, 적용 분야의 적절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했다. 정성적 지표는 0.1~2 사이로 부여했고 정성적 지표 등에 대한 기하 평균을 구해 계량적 평가에 곱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기업 간 쌍대 비교 등을 통해 파라미터의 적절성을 판단했다.
AI 기업 25개는 AI 기술로 현재 해결할 수 있는 분야와 아닌 분야를 구별해 낸 회사, AI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발견한 회사, 발견한 방법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회사, 방법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고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는 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AI 초기 상황이라 AI SI형 기업이 4개사가 포함됐지만 인터넷 혁명 초기에 웹사이트 개발 회사(예를 들어 웹에이전시)들이 나타났다가 저부가 가치 산업으로 전락했듯이 AI SI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향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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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