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완제품에서 소재·충전 인프라까지 ‘배터리에 미래 건 10대 그룹’ ]
-교체 주기 5~10년, 2028년부터 시장 커질 전망
-ESS로 재사용하거나 니켈 등 고가 금속 추출
전기차 따라 뜨는 폐배터리…현대차·삼성·SK·LG ‘배터리 빅텐트’ 시동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 시장뿐만 아니라 폐차 이후를 책임지는 폐배터리 관련 시장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는 한국에서 2019년 말 기준 8만9918대가 팔렸다. 통상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용 기간은 약 5~10년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8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 능력이 초기 대비 70% 이하로 저하되면 주행 거리 감소, 충전·방전 속도 저하 등의 이슈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70% 수준의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교체 대상 배터리도 재활용·재사용·이차사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업체 리포트링커는 2030년까지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연평균 18.3%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고부가 가치 부품으로 이뤄져 있어 향후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한국에서 전기차 폐전지를 약 8만 개 배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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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배터리 시장 연평균 18.3% 성장


폐배터리 처리 방법은 차량용으로 더 이상 사용되기 어려운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re-use)’, 차량 배터리로부터 리튬·니켈·코발트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re-cycling)’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이지만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재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리튬·망간·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자동차 회사가 회수하고 있고 중국은 업체들이 자동차·배터리 제조사와 협력, 회수해 재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초부터 전기차가 판매됐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폐배터리 수거 이후 재활용에 대한 제도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유해 물질을 회수해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리튬·니켈·망간·코발트 등 핵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환경과 경제적 편익을 고려할 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한 대당 니켈과 코발트만 추출한다고 가정하면 약 100만원의 가치가 있는데, 한국 연간 말소 등록 차량이 130만 대 수준이므로 모두 전기차라고 가정할 때 연간 1조4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된다”며 “초기 투자비용·운영비용을 감안해도 원재료 구입 비용이 크지 않아 고수익 사업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산업 초기 단계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먼저 한국 산업 성장이 본격화되기 위해서 표준화된 전기차 폐배터리 평가와 재활용 기준이 필요하다. 케이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수도권 지역, 창장삼각주·주장삼각주 등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해 분해 후 저속 전기차와 ESS 등 저밀도 분야의 배터리로 재사용할 예정이다. 미국에너지국은 리콜센터를 설립했는데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 연구·개발(R&D)센터 역할을 한다.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1500만 달러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R&D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저밀도 배터리로 재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아우디는 지게차의 납축전지 대신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비용을 절감한다. 볼보는 전기버스 폐배터리를 태양광 연계형 ESS로 재활용하는 것을 시험 중이다. 중국철탑은 통신기지국에 납 배터리 대신 재활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배터리 원재료 추출 기술 개발을 활발하게 하는 기업도 많다. 테슬라는 배터리와 제조 과정에서 남겨진 것들을 재처리해 알루미늄·구리·리튬·코발트 등의 광물을 추출한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일본자력선광과 합작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을 추출하기 시작해 2022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폐리튬 배터리에서 코발트·니켈·구리 등을 재활용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혼다는 폐배터리 대량 재활용을 위해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재활용 시범 공장을 건설했고 소재 활용률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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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 재사용 등 BaaS 확대 본격화

한국에서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3사(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를 포함해 주요 기업들의 폐배터리 활용을 위한 사업 협력 움직임이 활발하다. 완성차업계 1위 현대차와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협력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전기차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배터리 생산부터 사용 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배터리 밸류 체인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리스·렌털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관리 서비스,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 관련 사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찾기로 했다. 특히 렌털·리스 등 배터리 생애 주기 연계 서비스인 ‘BaaS’로 불리는 배터리 생애 주기를 감안한 선순환적 활용을 목표로 협업 체계를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은 ‘니로EV’의 배터리 팩을 수거해 검증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 수거한 배터리 시스템을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의 부가 가치와 친환경성을 극대화한 공동 사업 모델도 개발한다.

앞서 현대차는 한국수력원자력·바르질라·OCI·한화솔루션 등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관련 글로벌 기업들과도 관련 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시장 개척에 힘써 왔다. OCI와는 2019년 9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 실증 및 분산 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해 왔다.

현대차는 지난 5월 한화큐셀과 ‘태양광 연계 ESS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와 태양광 시스템을 연계한 친환경 ESS 신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도 전기차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연계한 서비스(BaaS)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19일 제4차 산업 융합 규제 특례 심의위원회(규제 샌드박스)를 열고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사업’ 3건을 포함해 총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실증 특례는 9건, 임시 허가는 1건이었다.

여기서 현대글로비스·LG화학·KST모빌리티는 전기택시 배터리 렌털 사업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전기차 배터리를 전기차 택시 회사인 KST모빌리티에 빌려주고 2~3년 뒤 나오는 폐배터리는 LG화학이 전기차 급속 충전용 ESS로 제작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현대차는 자체 보유한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설비와 연계한 ESS 컨테이너 실증 특례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SS 컨테이너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것으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재가공 후 결합해 더 큰 용량의 ESS로 활용하는 것이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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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