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삼성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첫 해외 전진기지
-글로벌 위탁 연구-개발-생산 ‘원스톱 서비스’ 실현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튼 삼성바이오로직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샌프란시스코에 의약품 위탁 개발(CDO)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세계적 바이오 기업들이 탄생한 미국의 ‘바이오 요람’에 새 둥지를 틀고 CDO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미국 보스턴 등으로 거점을 넓혀 더욱 많은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 오픈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테크 고객들의 신약 개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객 만족도를 더욱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유럽·중국으로 R&D센터 확대 계획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의 온라인 오픈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상황을 고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본사와 샌프란시스코 R&D센터가 실시간 소통하는 버추얼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CMO)으로 송도에서 기반을 다져 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O 사업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고객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스트 도어 CDO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튼 삼성바이오로직스
샌프란시스코에는 세계적 바이오 기업들을 배출한 미국 최대 규모의 연구 단지가 자리해 있다. 약 500에이커(약 61만2000평) 부지에 제넨텍·암젠·머크 등 2500여 개 생명과학 회사가 모여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CDO·CMO 서비스가 필요한 다수의 잠재 고객사를 비롯해 기존 고객사들도 이곳에 자리해 있다”며 “송도 본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샌프란시스코를 첫 해외 진출지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에는 인천 송도 본사의 최신 CDO 서비스 플랫폼이 그대로 구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센터를 통해 현지 글로벌 빅파마·바이오테크와 가까운 거리에서 보다 긴밀하고 신속한 소통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의약품 개발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와의 접근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잠재 고객이 밀집한 주요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에 CDO R&D센터를 추가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미국 보스턴과 유럽·중국 등에 CDO R&D센터를 열고 보다 많은 바이오테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사업은 2018년 진출 이후 2년여 만에 60건의 누적 수주 계약을 확보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개발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은 올해 들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계획(IND) 승인(2건), 유럽의약청(EMA) IND 승인(1건)에 잇따라 성공했다.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주 개발 단계부터 위탁 개발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파이프라인 ‘GI-101’은 중국 심시어에 9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사업은 특히 속도 면에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며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포주 개발부터 원료 의약품 생산까지 6개월, 완제 생산까지 7개월로 소요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현재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내세우는 동일 범주(세포주 개발부터 원제·완제 생산)의 개발 기간인 12개월보다 약 두 배 빠른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 바이오 신약 세포주 개발 과정에서의 세포 발현량을 업계 대비 2배 정도 높이고 세포 생존율을 90% 이상으로 개선한 자체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2025년 글로벌 최고 CDO 기업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2025년 글로벌 최고 CDO 기업 도약 기틀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0년 바이오 의약품 CMO 사업으로 바이오산업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왔다. 특히 설립 10년여 만인 올해 총 36만4000리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추며 글로벌 CMO 1위 고지에 올랐다. 2023년 25만6000리터의 인천 송도 제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물량의 약 30%를 담당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MO 챔피언에 만족하지 않고 위탁 연구(CRO)-CDO-CMO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위해 최근 CRO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 항체 제작 서비스를 포함하는 CRO 사업에 내년부터 본격 착수해 2030년 CRO 부문에서도 글로벌 챔피언에 등극한다는 목표다.

특히 최근 증설 계획을 발표한 제4공장은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한 공장 안에서 가능하도록 디자인돼 기대를 높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원스톱 서비스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CMO 물량의 50%를 CDO 사업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튼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은 “해외 첫 CDO R&D센터를 시작으로 CRO-CDO-CMO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글로벌 최고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CMO 챔피언 삼성’ 이어 CDO·CRO 석권 노리는 김태한 사장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튼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979년 제일합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삼성맨 출신 사장이다. 경북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대학원에서 화학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신사업팀 전무를 역임한 이후 2010년 삼성전자 신사업팀 부사장을 거쳐 2011년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임명됐다. 김 사장 취임 당시 30여 명에 불과하던 인력은 현재 3300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 한 달 뒤인 2011년 5월 제1공장 착공식을 열고 인천 송도에 3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13년 9월엔 15만 리터의 제2공장을 착공했다. 김 사장은 제2공장 착공 전에 1, 2공장 수주가 대부분 완료되자 추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11월 18만 리터의 제3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후 순풍에 돛을 달았다. 제1공장은 착공한 지 4년 8개월 만인 2016년 1분기 업계 최단 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2013년 171억원에 불과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지난해 7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선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7895억원, 영업이익 200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매출 7016억원과 영업이익 917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약품 위탁 생산(CMO) 수요 확대가 실적으로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들어 10월 2일까지 GSK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지난해 매출의 약 2.5배 수준인 1조8358억원(총 12건)의 CMO 수주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김태한 사장은 “2011년 30여 명이 송도 갯벌에서 경험도 없이 시작해 100배 이상의 인력과 36만4000리터의 세계 최대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 개발(CDO), 의약품 위탁 연구(CRO)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은 물론 CMO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총 70여 개의 글로벌 제조 인증을 획득하는 등 규모뿐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