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기업에 대한 징벌적 상속세, 개편해야 한다 [김상봉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요즘 법을 만드는 정치가 경제 이슈를 없애 버린 듯하다.


각종 법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가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것에 대해 예상하지 않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상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착한 의도를 법에 담아 제도로 만들어 버리면 경제적으로 새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법도 법이지만 특히 경제 관련 법은 시장 상황이나 예상과 맞지 않는 것도 많다.


지난 5월 기고한 칼럼에서 조세 체계에서 한국의 조세 체계와 같은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은 조세를 직접세와 간접세로 분류하지 않고 소득 과세, 소비 과세, 재산 과세, 국제 거래에 대한 과세 등의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조세 체계 자체가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가야 할 것인데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1950년 이후 상속 세율이 계속 인하되다가 부의 대물림 인식 때문에 2000년 상속세 최고 세율이 45%에서 50%가 됐고 과세 표준도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강화됐다.


현재 최대 주주가 상속할 경우 20% 할증까지 적용돼 최고 세율은 60%다.


한국에는 장수 기업이 많지 않다. 시장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속세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흔한 말로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 줄 때 최대 주주는 상속세를 내고 그 아들이 손자에게 물려줄 때가 되면 상속세만으로 거의 기업은 없어져 버린다.


그도 그럴 듯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자산 시장은 별도로 하더라도 기업을 정부가 가지는 꼴이 돼 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회사 경영 상태에서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고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 과세에 가깝고 징벌적 상속세에 가깝다.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아예 없거나 시행 자체가 없었던 나라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를 포함한 13개국이다.


또 OECD 국가 중 미국·독일·일본·스위스·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들은 상속세율 인하, 공제 확대, 과세 표준 조정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했다.


OECD 국가 중 유산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 적용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국가도 일본을 포함해 17개국에 이른다.


한국의 60% 최고 상속세율 다음으로 높은 나라는 일본으로 55%다.


따라서 굳이 한국에서 사업으로 회사를 키울 이유가 없거나 자기 세대까지만 기업을 운영하면 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실효 세율은 낮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실효 세율이 15% 정도라고 해도 대부분 OECD 국가보다 매우 높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을 하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숨만 쉴 뿐이다. 회사 대표가 나이 들면 자식이 아니라 시장을 잘 아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업의 상황을 아는 것이 맞을까. 물론 여기에서 법인 기업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산 시장이나 다른 부분들은 자산의 성격에 맞게 과세하면 된다.


많은 법인 기업들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경영한다. 따라서 이제라도 한국 기업에 대한 징벌적 상속세는 세계의 기준에 맞춰 개편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