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전세 시장의 동문서답 ① 매물 없는데, 정부는 기존 계약 갱신분까지 포함해 “거래 줄지 않았다”
시장 현실 반영 안 한 정부 통계, 전세난 괴리감만 커진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요즘 전월세 시장을 보면 정부와 국민 사이에 커다란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부의 발표나 고위 당국자의 언급과 국민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은 단지마다 상당히 귀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세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똑같은 현상을 가지고 왜 이렇게 다르게 보고 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유는 통계 집계의 시차 때문이다.
시장 현실 반영 안 한 정부 통계, 전세난 괴리감만 커진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월별 전월세 거래량을 정리한 것이다. 7월에 비해 8월이나 9월의 전세 거래량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6개월간 평균 거래량 5만4575건에 비해 8월 거래량은 오히려 더 많고 9월 거래량은 2% 정도 줄어든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임대차 보호 2법이 통과된 이후인 8~9월의 전세 평균 거래량은 지난 6개월보다 약간 많은 편이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 집계의 시차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주택 매매 거래는 그 집을 계약한 후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8월 20일 집을 사게 되면 늦어도 9월 19일까지 신고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취합해 다음 달 20일쯤에 발표하므로 매매 거래 통계는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알 수 있다.


9월 정부 통계,
임대차 보호2법 영향은 반영 안 돼

그런데 주택 임대차 통계는 매매와 전혀 다르다.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는 수치는 확정 일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8월 20일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 (통상 전세 입주는 계약 후 45~60일이 지나 하게 되므로) 실제 입주는 10월 이뤄진다. 이때 세입자는 주민센터에 전입 신고를 하면서 확정 일자를 받는다. 그러면 그 통계가 한 달 후인 11월 발표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정부에서 발표한 최신 데이터인 9월 데이터에는 7월 이전 계약분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월세 거래 통계는 매매 거래 통계보다 45~60일 후 집계되기 때문에 현재의 전월세 거래량에는 임대차 보호2법의 영향이 아직까지 덜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11월 20일쯤 발표되는 10월 거래량은 9월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차 문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실행 예정인 임대차 거래 신고제 실시 이전까지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예전 데이터를 보고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니 정부와 국민 간에 동문서답이 되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거래량에는 신규로 체결하는 거래 이외에도 기존 계약의 갱신 계약도 포함돼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을 포함해 기존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의 증액이 있다면 임차인(세입자)은 확정 일자를 새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하지 않으면 증액분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정부와 국민 간에 해석이 달라진다. 정부는 기존 계약 갱신분까지 포함한 전체 거래를 기준으로 거래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국민들은 시장에서 새로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토로한다. 다시 말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은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많은가 적은가’이지 ‘갱신 계약이 몇 건 거래됐는지’가 아니다.


물론 전세를 구하기 어렵게 된 것은 임대차 보호2법 때문만은 아니다. 현 정부의 정책이 (전세의 공급자라고 할 수 있는) 다주택자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그 화룡점정이 바로 7·10 조치였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더 이상 주택 임대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기존 주택 임대 사업자도 의무 기간이 만료되면 주택 임대 사업을 종료하게 한 것은 바로 전세 시장에서 전세 물건의 공급 루트를 끊어버리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7·10 조치에 ‘임대차 2법’까지 카운터펀치

주택 임대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다주택자는 취득세를 12%로 인상했기 때문에 이들이 집을 사 시장에 전세로 내놓기는 어려운 것이다. 거기에 최후의 카운터펀치가 바로 임대차 2법 전격 실시다.


그러면 시장의 현실은 어떨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분당 A단지의 20평형은 같은 7층인데 10월에 3억1500만원에 거래된 것도 있고 4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도 있다. 둘 다 전셋값인데 1억2500만원의 차이가 난다. 3억1500만원짜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이거나 임대 사업자의 물건일 가능성이 높고 그보다 40%나 비싼 4억4000만원짜리는 신규 계약으로 체결된 전세일 것이다.


‘4억4000만원짜리 전세를 3억1500만원에 거래했으니 임대차 보호2법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임대차 보호2법 발효 전에는 전셋값이 4억원을 넘은 적이 없다. 임대차 보호2법이 신규 거래 전셋값을 급등시킨 것이다.


문제는 남보다 40%나 비싸게 4억4000만원에 계약한 사람마저 행운아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460가구인 이 평형에 전세 매물이 두 개밖에 없는데 싼 것이 5억5000만원이고 비싼 것은 6억원이다. 만약 6억원짜리가 거래된다면 몇 달 사이에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 된다. 이 단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고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은 정부의 공언대로 정책이 변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몇 달 간의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정부의 정책이 누적돼 나타나는 것인 만큼 정부 정책의 획기적인 방향 전환 없이는 결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최소한 2~3년간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누구나 임대차갱신권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시중에 전세 매물이 없는 것인데 2~3년 후 이미 임대차갱신권을 쓴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면 ‘매물 기근’이라는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어떤 정책이든 시장에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과거의 예를 감안할 때 몇 달 후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펄펄 끓는 온돌이 차갑게 식으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아궁이에 불을 계속 때면 시간이 지나도 온돌은 식지 않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