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
구조조정 위험 낮고 기업 위기 대응력 제고…정책 뒷받침되는 한 유효한 전략 될 것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2020 상반기 신용 분석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올 상반기 ‘BC’와 ‘AC’가 금융 시장의 화두였다. ‘비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애프터 코로나19’다. 하지만 이제는 감기처럼 함께하는 코로나19를 가정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19’다. 안정적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뉴 애브노멀 시대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의 전염은 2020년을 휩쓸었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0년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은 ‘신용 시장은 괜찮을까’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에게 오는 이런 질문은 찝찝함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코로나19의 충격을 잊었고 대면 활동이 여전히 불편하지만 경제 지표도 점진적으로 충격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다. 그런데 개운하지 않다. 크레디트물이 유독 코로나19 충격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각국 지원 대책들의 연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 지원 프로그램들의 원상 복귀는 본질적 경제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정상화 이후 규제의 회귀와 금융권의 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
크레디트 시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 구조 조정’은 그 시점이 돼야 가능하다. 현재 상황을 ‘특수 상황’으로 가정하고 있는 정부와 통화 당국의 관점에서 경제 회복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 한 진행 중인 지원 대책들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시기는 ‘부실의 이연’이자 ‘부실과의 거리 두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사라진 ‘신용’을 정부가 제공하고 있어 정상화가 가능하다. 위험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걱정할 요소가 됐다.
지원 정책이 받쳐주고 있다면 오히려 수익에 대한 관심을 높여도 될 것 같다. 신용 등급 측면에서 2020년 실적을 기반으로 등급 상향이 어려운 상황과 등급 강등이 오는 파급 효과로 공격적 액션이 실현되지 않는 상황이 공존한다. 내년까지 등급 하락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하락 강도는 누그러질 것으로 판단된다. 신용 스프레드 측면에서도 급격한 축소와 급격한 확대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크레디트 시장은 캐리의 도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량물보다 비우량 크레디트물이 캐리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한국에서는 ‘AA급’보다 ‘A급’, 해외에서는 ‘A급’보다 ‘BBB급’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분기별 크레디트 스프레드와 펀더멘털 지표(커버리지 배율)를 함께 비교해 보면(3개월 레깅) 이미 한국의 ‘AA급’은 비정상적 스프레드가 개선되고 있다. 반면 ‘A급’ 스프레드는 정상화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크레디트 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우량물에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 올해 ‘AA-’, ‘A+’ 스프레드 갭이 30bp(1bp=0.01%포인트)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당시 17bp). 근거는 양극화의 시작 단계로 2013~2014년 평균(30.9bp)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10월 28일 기준 31.5bp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부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부담스럽지만 ‘부실과의 거리 두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A급’은 매력적이다. 더욱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고용’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3년 당시와 같이 광의의 부도가 산발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해외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투자 등급 회사채 신용 등급 조정 움직임이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상반기까지 등급 하향 회사채 금액이 등급 상향 금액을 압도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상향 금액은 270억 달러로, 하향 금액(240억 달러)을 앞질렀다. 국내외 기업들 모두 낮아진 금융비용을 기반으로 자금 조달을 통해 2차 팬데믹(세계적 유행)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유동성 경색을 경험한 기업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재무 정책을 견지하고 있어 신용도 하락 압박은 낮아지고 있다. 구조 조정의 위험이 낮고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이 제고되는 상황에서 비우량물에 대한 관심은 포트폴리오 구성상 매우 매력적인 전략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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