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스몰 브랜드의 힘]
-스몰 브랜드 성공 비결 : 윤현상재
‘문화’를 파는 타일 회사…사옥 갤러리, 문화·예술 명소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윤현상재는 인테리어 마감재 전문 유통 회사다. 주력 상품은 타일이다. 값비싼 이탈리아산부터 저렴한 중국산까지 다양한 모양과 형태를 가진 타일을 서울 논현동에 있는 6층짜리 사옥에서 직접 전시하고 판매한다. 직원 수는 약 3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회사가 가진 브랜드의 힘은 규모를 넘어 확장하고 있다.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테리어업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서 행보를 주목할 만큼 ‘핫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전시장에 마련한 문화·예술 전시 공간 눈길


수익을 내는 방식이나 회사 크기만을 따졌을 때 윤현상재는 여느 타일 회사와 비교해도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존의 타일 업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전략을 갖고 있다.

매출 확대에 연연하기보다 ‘고객과의 소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점이자 최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흔적들은 고객과 맞닿은 접점인 사옥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보통 타일 회사를 찾는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일 것이다. 바로 인테리어다. 자연히 내부 직원들도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오로지 타일 제품에 대해 설명하며 판매를 유도하기 마련이다.

윤현상재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판매 방식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소통을 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일반 타일 회사와 다르게 단순히 자사 제품만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사옥을 활용하지 않게 된 배경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웬만한 정보들을 다 얻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재미없는 제품 설명을 시간을 허비하며 듣기 원하지 않는다. 과연 고객이 원하는 소통 방식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결과 2011년부터 내부에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문화·예술 갤러리를 만들게 됐다.” 윤현상재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윤현상재는 사옥 3층과 4층을 ‘스페이스 비이(SPACE B-E)’라는 이름의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오로지 고객과의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건축·디자인·순수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기업들과 협업하며 전시를 진행해 왔다.
‘문화’를 파는 타일 회사…사옥 갤러리, 문화·예술 명소로
관람료는 무료다. 따라서 직접적인 수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스페이스 비이를 윤현상재의 브랜드 가치 증대를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현상재 관계자는 “건축가·디자이너·아티스트 등 많은 이들이 이 공간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고객과의 소통을 이전보다 강화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이들에게 윤현상재라는 이름을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제약을 받고 있지만 매년 오프라인 행사를 꾸준히 개최한 것 역시 윤현상재라는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보물창고’가 대표 격이다. 기존에 오프라인 점포에서 찾기 어려운 소상공인 제품들을 엄선한 뒤 독특한 공간 연출을 통해 판매하는 행사로 2016년부터 개최했다.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룰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고 대기업들까지 협업을 제안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태다.

윤현상재 관계자는 “타일 업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으로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 생산하며 고객과 소통해 왔다”며 “이 같은 노력은 윤현상재가 타일업계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커버스토리=스몰 브랜드의 힘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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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아니라 '문화'를 파는 타일 회사... 사옥 갤러리 문화·예술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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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