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⑥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
- MZ세대 열광하는 뷰티 큐레이션 앱 ‘잼페이스’ 운영…“화장품 커머스, 베트남 진출 준비 중”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짧은 동영상인 ‘쇼트 폼’ 콘텐츠 전성시대다.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이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짧고 강렬한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잼페이스’는 최근 10대들의 소통 문법에 주목했다. 잼페이스는 요즘 화제를 몰고 있는 뷰티 앱이다. 2019년 6월 서비스 론칭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 약 65만 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약 10만 명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용자 가운데 97%가 Z세대다. 점차 20대 중·후반과 30대로 확장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즐겨 쓰는 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잼페이스를 운영하는 작당모의는 한경비즈니스 1299호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에 뷰티 AI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정하 작당모의 대표는 “과거에는 블로그나 ‘텍스트 리뷰’를 통해 뷰티 정보를 얻었다면 최근에는 유튜버와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리뷰’에서 찾고 있다”며 “편리하고 신속하게 동영상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잼페이스의 주요 기능은 ‘타임 점프’와 ‘페이스 매칭’ 등이 있다. 타임 점프는 뷰티 영상에서 특정 구간으로 이동하는 기능으로, 잼페이스의 핵심 경쟁력이다. 윤 대표는 “영상으로 모든 것을 배우지만 풀 영상을 보기 전에는 영상 속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잘 모른다”며 “영상을 의미 단위로 분절하고 그 부분으로 순간 이동하는 기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 매칭은 셀카를 찍으면 ‘나와 닮은 뷰튜버’를 추천해 주고 화장법을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윤 대표는 카카오 마케터 출신이다. O2O 시장을 겨냥한 ‘카카오 헤어샵’을 기획·총괄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를 나와 뷰티 동영상 큐레이션 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윤 대표의 주도하에 잼페이스는 페이스북·구글·삼성 등이 주도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연이어 선정됐다.
‘고객’으로부터 답을 찾아 서비스로 구현하는 잼페이스의 성장 방식은 고유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윤 대표는 “사용자가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그 소비자들에게 맞는 제품을 브랜드가 기획하는 전혀 다른 방식의 패턴”이라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온라인 기반의 뷰티 플랫폼으로 차세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성촌길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자리한 작당모의 사무실에서 잼페이스 스토리를 들었다. AI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이경전 경희대 교수가 묻고 윤정하 대표가 답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을 선정하면서 AI 기업을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기술이 AI인 기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잼페이스는 어떻게 AI를 핵심 기술로 쓰고 있습니까.”
윤정하 대표(이하 윤정하) : “우리의 경쟁력은 MZ세대의 취향에서 나옵니다. 뷰티 영상 큐레이션 앱을 만들 때 ‘젊은이들에게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고객 가치는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나를 나답게 스타일링’하는 것을 도와주는 앱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15~25세에 해당하는 Z세대는 자신의 외모를 꾸미거나 자신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고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봅니다. 뷰티 동영상은 넘쳐나지만 보기에 불편한 게 많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는 제목과 제작자 정도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는 훑어보기가 가능한 반면 영상은 전체를 보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불편하죠. 우리는 영상을 의미 단위로 분절했습니다. 뷰티 영상인 만큼 메이크업하는 단계를 스킨케어·기초 베이스·파운데이션·셰딩·눈·블러셔·눈썹·입술 등으로 나누고 보고 싶은 구간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어요. 눈 화장은 한 번 보고 따라 하기가 어려워 서너 번씩 반복 시청하는 이들이 많죠. 이게 가능한 이유가 영상에 나오는 화장품을 모두 AI로 이미지 학습을 시켜 자동 추출하고 있어서입니다. 이 기능이 우리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잼페이스의 타임 점프 기능은 하나의 영상 안에서 구현되고 특정 제품별로 구분해볼 수도 있다. 동영상 안에 소개되는 화장품은 하단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렬되며 화장품의 타임 점프를 실행하면 영상 내 해당 구간으로 이동한다. 최근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즐겨 쓰는 화장품의 ‘뷰튜버(뷰티 유튜버) 리뷰’를 볼 수 있고 하나의 화장품을 중심으로 여러 뷰튜버의 영상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이경전 : “유튜브 영상은 협의해 가져오나요.”
윤정하 : “유튜브는 ‘오픈 API’ 정책에 따라 외부 노출을 허용한 영상들을 크롤링(웹에서 정보를 끌어오는 것)하고 있습니다. 잼페이스에서의 조회 수 트래픽은 유튜브 영상 조회 수에 더해집니다. 특별한 협의가 없어도 조회 수가 늘어나는 임베디드 구조입니다. 잼페이스 내에서 약 3만 개의 영상이 검색되고 있다면 그 영상에 추가 기능을 더하는 식으로 부가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경전 : “AI 기술로 화장품을 연결하고 영상의 부가 가치를 높인 거죠. 화장품 회사나 유튜버들도 좋아하나요.”
윤정하 : “웬만한 뷰티 관련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은 다 있는 상태입니다. 뷰튜버를 매지니먼트하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기업들과는 많이 협의했어요. 향후 커머스 기능이 추가되면 수익을 나누거나 해외 진출 시 협업을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뷰튜버가 애용하는 화장품 랭킹도 AI가 분석해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어요. 우리는 영상 내에서 사용한 오브젝트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하기 때문에 주간 단위로 화장품을 순위별로 나열할 수 있어요. 특정 한 명이 아니라 전체 뷰튜버 사이에서 인기 있는 화장품이 무엇인지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거든요. 또 데이터를 분석해 ‘Z세대 뷰티 보고서’도 발표했어요. 이렇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계속 재밌는 아이디어를 더하고 있습니다. 최근 론칭한 ‘뷰티 클래스’는 고객들이 요청해 만든 기능입니다. 화장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의견에 따라 뷰티 클래스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쿨톤·웜톤 피부를 진단하는 영상들을 뽑아 ‘웜톤 쿨톤 진단하기’ 클래스를 오픈하는 식이에요. 많은 서비스 기획이 고객에게서 나옵니다.”
이경전 : “고객이 가치를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 공동 창조)’하는 전형적인 사례군요. 동영상 서비스가 가진 문제들이 있는데 사용자 관점에서 (특정 구간을 빨리 보기 등) 콘텐츠를 구조화하는 셈이네요. 구글의 목표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인데 구글이 관심을 많이 가지겠는데요.”
윤정하 : “삼성동 구글캠퍼스에도 입주해 있었어요. 구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전에는 페이스북에서 비슷한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삼성전자에서 지원 받아 우면동 삼성R&D센터에 입주해 있어요. 이제 사이즈가 커져 조만간 사무실을 옮길 예정입니다.”
이경전 : “잼페이스는 AI를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보나요.”
윤정하 : “궁극적으로는 커머스로 연결될 거예요. 현재도 제품 정보, 영상 리뷰, 고객 리뷰 등이 있어 구매하기 기능을 넣으면 커머스가 되는데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전문 커머스가 되는 과정을 밟아 가는 중이고 내년 초에는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이경전 : “AI 기술을 중심으로 고객 니즈를 연결하고 영상 콘텐츠 소비가 커머스로 연결되는 영상 중심의 쇼퍼블 콘텐츠(shop-able contents) 구조를 만들어 가는 거군요. 사용자들이 가치를 느낀다면 추가할 수 있는 게 많겠죠.”
윤정하 : “고객들의 목소리에서 캐릭터도 탄생했어요. 잼페이스 인스타그램에서 고객들이 고민 상담을 하곤 해요. 잼페라는 마케터가 있는데 고객들이 친구와 싸웠다든지 남자 친구와 헤어질 때 ‘잼페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잼마’, ‘써니’ 캐릭터가 나왔어요. 처음에는 기술 중심으로만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써니의 모델인 마케팅 실장은 ‘보그’에서 뷰티 에디터를 오래하고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화장품 추천도 잘해 주거든요. 내부 전문가를 캐릭터화해 Z세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서비스 기획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때 완전 자동화하는 것은 아니죠.”
윤정하 : “인식률이 100%가 될 수는 없잖아요. 특히 펜슬류는 똑같이 생겨 인식을 잘하지 못해요. 자동과 수동을 결합하면서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좋다고 느끼는 서비스에는 사람의 공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경전 : “어떻게 잼페이스의 아이디어가 시작됐습니까.”
윤정하 : “카카오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프로젝트가 ‘카카오 헤어샵’이었습니다. 카카오 택시가 나오면서 회사에서 O2O 서비스를 발굴하는 노력을 많이 했고 헤어 숍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일일이 돌아다니고 서비스 설명회부터 안정화 작업까지 상상 이상의 고생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성 소비자 연구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고객들이 뷰티 정보를 얻는 방식이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밀레니얼 이전 세대는 잡지를 통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블로그를 통해 화장법을 배워요. 또 ‘화해(화장품 성분 분석 앱)’를 통해 성분과 리뷰를 많이 보죠. 이 패턴이 유튜브로 옮겨 가는 겁니다. 특히 우리의 타깃 층인 Z세대는 하루 두세 편 이상 뷰티 영상을 자주 보는데 전문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기존 뷰티 앱들은 텍스트나 이미지 중심으로 돼 있었기 때문에 영상 중심 뷰티 전문 서비스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음(DAUM) 시절부터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플랫폼과 서비스에 대해 경험이 많은 편이었고 이번에는 직접 해 보자는 생각에 잼페이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경전 : “같은 피부 분야라도 AI로 피부를 진단하거나 헬스케어, 원격 의료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젬페이스의 전략에 대해 조언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윤정하 : “우리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뷰티 카테고리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교환·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어요.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방향으로 플랫폼이 되는 데 AI 기술을 사용하고 싶을 뿐 기술을 위한 기술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경전 :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윤정하 : “회사를 설립할 때 한국 시장만 보고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영상 중심 서비스인 만큼 해외에서도 충분히 서비스할 수 있다고 봤어요. 첫째 타깃 국가는 동남아시아입니다.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K뷰티 열풍이 불면서 이커머스와 영상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하고 베트남 MCN 기업들과 줌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경전 : “현재 잼페이스나 작당모의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윤정하 : “개발자 채용입니다. 기획자 1명이 있다면 개발자 4명이 필요한 1 대 4의 구조인 만큼 수요는 많은 데 비해 공급은 부족합니다. 또 하나는 ‘카피캣’입니다. 우리는 굉장히 고생해 하나씩 기능을 만들어 왔는데 아무렇지 않게 따라 하는 것을 보면서 직원들이 힘들어했습니다. 기능이나 아이디어를 차용할 때는 표기라도 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경전 : “경영학적으로는 런(run)·블로킹(blocking)·얼라이언스(alliance)·머지(merge) 등 몇 가지 전략이 있는데, 어떤 대책을 마련하셨습니까.”
윤정하 : “특허나 저작권을 출원하고 내용 증명도 보내고 인터넷 비즈니스 문화를 바꿔 보자는 제안도 해 봤는데 정공법은 ‘런’이라고 봅니다. 우리같이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계속 발전하면서 격차를 벌리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고객 니즈를 파악해 실제 구현해 본 경험 자체가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뷰티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타임 점프 기능을 요청하는 일이 많은데 우선 뷰티 분야에서 제대로 된 성공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음 시절에도 경험한 바 있습니다. 화장품 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했지만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엄청 타격을 입고 있죠. 우리와 같은 B2C 플랫폼들의 해외 진출은 그런 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산업의 동반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의 Z세대도 사로잡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charis@hanl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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