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솟상회·두껍상회 등 SNS에서 ‘힙 플레이스’로 인기…매출 효과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초점
기업을 살리는 이색 매장…뉴트로 감성으로 MZ세대 사로잡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온라인 거래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는 폐쇄 또는 변신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받아들게 됐다. 변신을 택한 오프라인 점포들은 온라인이 대신할 수 없는 소비자의 경험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물건을 직접 보고 만지며 매장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오직 오프라인 점포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험에 집중해 소비자를 붙들고 있는 ‘이색 매장’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다. 패션·주류 등을 가리지 않고 성수동·을지로 등 2030세대의 ‘힙 플레이스’의 최전선에 자리 잡았다. 뉴트로적인 콘셉트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시선을 끌며 상품 판매보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11월 낙원악기상가가 자리한 낙원빌딩 1층에 콘셉트 스토어 ‘솟솟상회’의 문을 열었다.
기업을 살리는 이색 매장…뉴트로 감성으로 MZ세대 사로잡다
◆MZ세대와의 소통 나선 코오롱 ‘솟솟상회’

‘솟솟상회’의 이름은 코오롱스포츠의 상록수 로고를 한글로 표현한 ‘솟솟’에서 따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뉴트로를 주요 콘셉트로 삼았다. 이곳에서는 코오롱스포츠의 헤리티지 상품을 리셀한다. 예전 상품이지만 지금 당장 입어도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최근 시즌 상품과 함께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솟솟상회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을지로·익선동 등을 방문하는 2030세대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낙원아파트의 지역 주민, 낙원시장 관계자 등 방문객들의 연령층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을 ‘솟솟상회’로 모은 것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체험 때문이다. 솟솟상회에서는 1980년대 헤리티지 상품을 그대로 전시했다. 헤리티지 상품을 그대로 재현한 복각 상품은 물론 코오롱스포츠 솟솟상회와 결을 함께하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팝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판매를 위한 매장이라기보다 코오롱스포츠가 나아가고자 하는 브랜드의 방향을 고객과 공유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또 코오롱스포츠의 다양한 와펜(wappen : 문장)을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와펜을 옷·가방·모자에 부착해 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 와펜들은 솟솟상회의 가장 큰 인기 상품이자 고객에게 코오롱스포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패션업계가 오프라인 매장 매출 급감에 고민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코오롱스포츠가 솟솟상회의 문을 연 것은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서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고 그들이 코오롱스포츠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솟솟상회를 낙원상가 근처에 자리 잡게 한 것도 이러한 의도다. 김정은 코오롱스포츠 마케팅팀 팀장은 “MZ세대는 윗세대의 변함없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낙원상가는 이러한 공간을 대표함과 동시에 도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어딘가(somewhere)’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패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비즈니스와 병행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오프라인 스폿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여기에 올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민 끝에 코오롱스포츠는 2019년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브랜드의 리포지션을 진행하며 다양한 콘셉트 스토어의 문을 열며 고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첫째로 지난해 10월 청계산에 ‘솟솟618’의 문을 열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콘셉트로 삼았다. 을지다락은 을지로가 가지는 특수성에 코오롱FnC의 감성을 담아 기획한 장소다. 1층에 에피그램의 올모스트홈 카페를 마련했고 2층에는 코오롱FnC의 다양한 브랜드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이색 매장을 통해 고객들을 만나는 브랜드는 또 있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아 오픈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누적 방문객만 4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을 살리는 이색 매장…뉴트로 감성으로 MZ세대 사로잡다
◆한정판 굿즈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큰 인기

지난 4월 성수동에 첫선을 선보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라는 콘셉트 아래 점프 슈트와 케이블 타이, 스패너 등 공구 아이템과 각종 스테이셔너리 및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팝업스토어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소셜라이징’ 콘셉트를 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입장 인원 제한에도 불구하고 문을 여는 곳마다 긴 대기 행렬을 이어 가며 월평균 방문객 6000명이 넘는 ‘힙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짧은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운영했다가 사라지는 ‘팝업스토어’는 이색 매장 꾸미기에 더욱 적합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8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열었던 주류 캐릭터숍 ‘두껍상회’는 70일간 누적 방문객 1만여 명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하루 평균 140명이 방문한 셈이다. 두껍상회도 진로의 캐릭터 두꺼비 굿즈를 비롯해 하이트진로의 인기 굿즈와 판촉물을 판매한 팝업스토어로 꾸며졌다. 하이트진로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며 굿즈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기획됐다.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유진홈센터는 철물 편집숍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11월 8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정음철물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에이스 하드웨어의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에이스하드웨어X정음철물 팝업스토어에서는 에이스하드웨어의 대표 취급 품목인 공구, 페인트, 인테리어·건축자재 중 인기 자체 브랜드(PB) 상품만 큐레이션해 선보였고 유진기업 건자재 PB 상품도 소개했다.

기업의 이색 매장은 직접적인 매출의 증가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MZ세대에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들은 향후 가장 큰 소비 주체로 성장할 세대로, 이들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가 곧 향후 기업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분석에서다. 따라서 자사의 제품을 공격적으로 배치하기보다 협업 상품이나 한정판 굿즈 등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김정은 팀장은 “온라인 비즈니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 그리고 일반 백화점이나 쇼핑몰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브랜드의 감성을 오롯이 담은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과의 견고한 접점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구매보다 경험에 초점을 두면서 이색 매장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이른바 ‘인스타 성지’로 등극하기도 했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SNS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인스타그램 내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 관련 게시물은 1만 건을 넘어섰고 ‘#시몬스테라스’ 게시물은 3만4000여 건에 달한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