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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 통해 발굴한 걸그룹 ‘니쥬’…데뷔도 전에 흥행몰이 성공
JYP가 2021년 엔터테인먼트 ‘톱픽’인 이유 [베스트 애널 추천]
[한경비즈니스 칼럼=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2020 상반기 엔터테인먼트·레저 및 미디어·광고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JYP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일본 소니뮤직과 협업, 현지에서 데뷔할 걸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를 제작했다. 기존 일본 아이돌 그룹과 달리 한국식 육성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수많은 성공 모델로 검증된 오디션 그룹을 통해 멤버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화제였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 지상파 방송사인 니혼테레비(NTV)뿐만 아니라 동영상 플랫폼 ‘훌루’에서도 방영됐다. 경연 곡인 ‘메이크 유 해피’는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웃돌고 있다.


니쥬의 공식 데뷔는 12월 2일이지만 이미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일본 1위 아티스트인 아라시와 같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니쥬가 오히려 엔딩 무대를 장식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엠넷 무대에서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를 부르고 데뷔 예정인 신인 여자 그룹이 엔딩 무대를 한 것이다. 일본에서 코카콜라 광고 모델로 이미 발탁됐고 더 놀라운 점은 일본 편의점 체인인 로손과 함께 ‘니쥬 빵’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한국에도 20여 년 전 ‘국진이빵’, ‘핑클빵’ 등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이 있었지만 당시는 그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점이었다. 데뷔하기도 전 톱급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니쥬는 과연 트와이스 대비 얼마나 뛰어난 수익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구글 트렌드로는 이미 트와이스의 데뷔 2년 차에 근접했다.


니쥬의 성장 혹은 성공 과정을 예상해 보면 한국의 워너원과 비슷할 것 같다. 신인 그룹은 개별 멤버를 알리기도 쉽지 않은데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투표를 통해 이미 대중화에 성공하고 투표 경쟁을 통한 높은 로열티 창출을 통해 데뷔 초기부터 강한 수익화 과정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 신인 그룹은 이제 막 데뷔해 멤버가 누구고 어떻게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하는 동안 B 그룹은 수백만 표의 투표를 통해 데뷔가 결정된다면 두 그룹의 팬덤 차이는 이미 시작부터 엄청난 격차를 보이게 된다. 흥행 산업, 특히 아이돌 산업은 특성상 데뷔 첫해 1위를 차지하는 그룹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니쥬의 성공이 확실해지면 K팝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밖에 없다.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에 육성 시스템을 수출해 아이돌을 데뷔시키고 이들의 이익에서 로열티를 가져가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수익성은 가파르게 개선될 수밖에 없다. 제2의 니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획사들이 시스템을 수출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1위 시장인 미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SM엔터테인먼트의 웨이션V나 JYP엔터테인먼트의 보이스토리가 활동하고 있다.


2021년에는 니쥬뿐만 아니라 한국·중국에서 각각 남자 그룹 1팀씩의 데뷔도 예정돼 있다. 상대적으로 남자 그룹의 수익화 과정이 약한 것이 약점인데 이번에도 성공 방정식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가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SBS에서 박진영 프로듀서가 싸이와 함께 ‘라우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영을 확정했다. 중국 역시 확정된 것은 없지만 텐센트와의 높은 협업 관계와 트와이스부터 이어진 성공 방정식을 생각하면 비슷한 과정으로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향후 2년간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획사가 될 것이다.


K팝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엄청나게 고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유통사의 3분기 누적 음반 판매량은 15% 내외로 감소한 반면 K팝은 36% 성장했다. BTS와 EXO뿐만 아니라 세븐틴·NCT·블랙핑크 등의 앨범당 판매량이 모두 100만 장을 웃돌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수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음반의 비아시아 비율이 2016년 4%에서 2020년 10월 누적 기준 31%까지 상승한 것이다. 물론 BTS의 비율이 높겠지만 ‘더쿠스’에 따르면 미국 K팝 팬의 1인 평균 팔로우 그룹은 18개이며 상위 10%는 46개를 팔로우하고 있다. 즉 BTS의 낙수 효과가 K팝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고 글로벌 음반 판매량 하락에 따라 글로벌 침투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K팝 산업과 JYP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