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활용 사례]
- 포스코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 지원 현장…“데이터 수집이 스마트 팩토리의 첫 단계”
한성수산에 포스코 ‘IoT 센서’ 구축…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장이 달라진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크래미’를 생산하는 한성수산은 최근 ‘수작업’에서 ‘자동화’로 공장 변신에 한창이다. 이 공장에서 연간 9000만 톤의 크래미·게맛살·어묵·젓갈 등이 생산된다. 목표는 스마트 팩토리다.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통합된 진화된 공장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방문한 이곳에선 게맛살들이 벨트 컨베이어를 따라 진공 포장을 마치고 열탕 살균과 냉각 공정을 거치고 있었다. 열탕 살균기에서 섭씨 영상 90~95도로 35±5분간 살균하는 과정이다. 미생물 제거와 균일한 품질 확보를 통해 유통 기한을 10일에서 40일로 끌어올리는 공정으로 ‘온도 관리’가 핵심이다.


한성수산의 주요 공정은 입고된 원부자재를 계량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연육 배합과 성형, 튀기거나(어묵) 찌는(게맛살) 공정을 거쳐 포장과 열탕 살균과 냉각을 마치면 박스 포장 상태로 냉장·냉동 보관하게 된다. 모든 작업은 섭씨 영상 25도 이하에서 이뤄진다. 특히 냉장실에서는 섭씨 영상 10도 이하로 관리돼야 한다.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와 진동도 중요한 관리 포인트다. 진동 변화를 통해 설비의 이상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한성수산은 그동안 수기로 모니터링 일지를 기록하며 온도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스마트 HACCP(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 아날로그 방식은 한계점을 노출했다.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정상 상태를 체크해도 만약 온도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제품을 전량 폐기하거나 품질 검사와 재공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무 중 2시간마다 온도를 체크하는 직원들의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오류나 조작의 가능성도 있다. ‘IoT 통합 센서’를 통한 디지털 관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고영현 한성수산 품질관리팀장은 “식품 제조에서 중요 관리점(CCP : Critical Control Point)으로 설정될 만큼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에는 두 명의 직원이 두 시간 간격으로 정상 상태를 확인하고 모니터링 일지에 적어 왔다면 현재는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상 상태를 탐지하고 자동 경보하는 시스템을 시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수산에 포스코 ‘IoT 센서’ 구축…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장이 달라진다


하나의 센서에 7가지 기능 담아
한성수산 스마트 팩토리는 배경에는 포스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이 있다. 포스코는 제조 현장에 성공적으로 인공지능(AI)과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기업이다. 포항 2고로 스마트화를 시작으로 포항 3고로까지 AI 기술을 적용했고 최근 개수를 마치고 가동 중인 광양 3고로도 AI 용광로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이 지정하는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할 ‘등대 공장’에 선정됐다.


이와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 공장에 공유하는 게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이다. 포스코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200억원을 출연해 1000개의 중소기업에 ‘스마트 역량 강화’와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한성수산과 같이 직접적인 거래 관계가 없는 미거래사를 대상으로도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포스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 공장 구축 사업’의 특징은 비용 지원뿐만 아니라 자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문가가 직접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있다. 특히 포항제철소 EIC기술부에서는 스마트 공장 도입 여건과 인프라를 사전 점검하고 도입 방향에 대한 컨설팅을 주로 실시하고 있다.
한성수산에 포스코 ‘IoT 센서’ 구축…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장이 달라진다
포항제철소 EIC기술부는 동반성장그룹과 행정섭외그룹 혁신허브섹션과 함께 한성수산을 발굴해 올해 4월부터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서명교 포스코 EIC기술부 스마트팩토리섹션 리더는 “크게 고객사·공급사·지역사회 회사를 지원하고 있는데 한성수산은 지역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포항에서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으로, 조금만 도와주면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잠재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성수산에 구축되는 IoT 통합 센서와 데이터 수집 장치는 포스코ICT에서 직접 개발한 것이다. 포항제철소 내 300군데가 넘는 전기실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실제 제철소에 적용하고 있다. 온도·진동·전류·습도 등 7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추가 기능을 포함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통신 모듈을 통해 컴퓨터로 전송돼 저장·분석할 수 있다. 빅데이터·AI 기술의 첫 단계인 데이터 수집의 인프라 토대를 마련하는 셈이다. 한성수산 스마트 공장 구축에는 약 27개의 센서가 장착될 계획이다.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에 따라 비용은 정부와 포스코가 반씩 분담한다.


포스코는 2013년부터 ‘혁신허브사업’을 통해 한성수산과 인연을 맺어 왔다. 포스코 고유의 혁신 기법인 QSS(Quick Six Sigma)를 활용해 설비 성능 향상 등을 도왔다. 특히 직원 변화 관리 교육과 현장 7S 활동을 전개해 왔고 그 결과 판매 제품 100만 개 중 클레임 발생 제품 수(PPM)인 클레임지수가 2012년 2.5PPM에서 2015년 0.54PPM으로 내려왔다. 일반적으로 품질 관리 시스템 식스시스마(Six sigma)에서 제조업 기준 3.4PPM이면 일류 기업으로 통한다.


이창수 포스코 포항제철소 행정섭외그룹 파트장은 “2013년부터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개선점을 찾아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혁신의 기초를 다져 왔다”며 “직원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설비 고도화, 자동화를 하나씩 쌓아야 하며 기반을 닦지 않으면 스마트 팩토리는 사상누각이 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에 신청한 포항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스마트 인프라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ICT와 협력해 중소기업의 인터넷 망을 개선하고 웹 서버 구성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의 취약한 인프라를 보완해 스마트 공장 구축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터뷰] 서명교 포스코 EIC기술부 스마트팩토리섹션 리더
“‘기업시민’ 실천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
한성수산에 포스코 ‘IoT 센서’ 구축…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장이 달라진다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 지원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18년 제9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기업시민’을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활동 영역으로 △고객·공급사·협력사 등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비즈니스 위드 포스코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소사이어티 위드 포스코 △신뢰와 창의의 기업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피플 위드 포스코를 정했다. 포스코가 한성수산을 지원한 것은 이러한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소사이어티 측면에서 추진했다.”


현재 구축 단계는 어디까지 왔나.
“지금은 사전 테스트 중이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했던 부분은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까지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뷰] 이상태 한성수산 생산팀장
“회사 경영진도 적극적으로 QSS 활동 지원”
한성수산에 포스코 ‘IoT 센서’ 구축…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장이 달라진다
포스코 QSS 활동으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식품 제조와 철강 제조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활동 1년이 지난 후 실제 클레임지수가 감소하는 것을 보고 회사 경영진도 적극적으로 QSS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 ‘혁신의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은 교육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슬로건을 직접 회사 입구에 설치하고 직원들의 교육과 혁신 리더 양성, 파트장 과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장 초급 관리자인 반장과 조장들도 이제 QSS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고 워크숍 등을 통해 일상적인 작업에 대한 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후 기대되는 효과가 있나.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온도 관리뿐만 아니라 설비 이상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나아가 AI 기술이 적용되면 고장의 종류를 탐지해 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