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1년 10대 그룹 체크 포인트 : 삼성그룹]
삼성그룹, 40대 전진 배치 ‘뉴 삼성’ 성과 낸다…사법 리스크·지배구조 개편 ‘발목’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21년은 삼성그룹의 미래 50년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과 지배 구조 개편 문제를 풀어야 하고 여전히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확실성도 헤쳐 나가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일단 고 이 회장이 와병으로 자리를 비운 6년 동안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끌어 온 터라 경영 전반의 큰 변화 기조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을 강조하며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 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 차세대 신기술 강화를 준비해 왔는데 2021년에는 이들 사업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차세대 신기술 관련 투자와 M&A 이어질 듯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12월 초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 이어 조직 개편을 진행했는데 40대 인사들을 발탁해 전진 배치하며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확대하는 한편 소프트웨어(SW)·AI 관련 인력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재계와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준비해 온 차세대 신기술 사업을 2021년에는 성과로 이어지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2021년에는 이들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인재 영입 등이 활발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러한 삼성그룹 경영 전반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이 부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해결돼야 한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수사가 5년째 이어지며 오너의 판단이 필요한 초대형 투자 등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40대 전진 배치 ‘뉴 삼성’ 성과 낸다…사법 리스크·지배구조 개편 ‘발목’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타도 삼성’을 외치는 해외 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위기 때마다 압도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 업체를 따돌려 온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이 다시 한 번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법 리스크 해소가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내년 초 마무리될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이 1차 고비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2월 30일을 최종 변론 기일로 정했다. 선고는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2021년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이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별세로 이 부회장은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약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연부연납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최대 6등분하더라도 해마다 1조6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삼성 지배 구조의 세 축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이다. 그 정점에 삼성물산이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2.90%,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배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삼성생명 지분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20.76%)다.

즉,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그룹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지분 0.06%를 처음 사들였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려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고스란히 상속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삼성 지배 구조 변화의 최대 변수다. 국회에 상정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최대 3%)의 기준을 종전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상당량을 팔아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팔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구도로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2021년 10대 그룹 체크 포인트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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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