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김해공항은 항공정비·조선 기자재 산업 기지로…
부산, 산학 협력 ‘데우스 밸리’로 만들겠다”
- “도시 혁신역량 기초는 대학…기업과 결합 특화단지 조성”
- “스타트업 플랫폼 몇개 만들면 부산, 기업하기 좋은 곳 될 것”
- “부·울·경, 행정 통합 안되면 경제 통합이라도 우선 추진”
- “前정권에 대한 사과, 새 민주적 리더십 발휘 위한 의지 표현”
-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과 안철수 ‘원샷 경선’바람직”
- “윤석열, 배짱·용기 있지만 지도자는 종합적 판단·통찰력 필요”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성상훈 기자] 2021년 4월 실시되는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인터뷰 화두는 ‘지산학(地産學) 협력’, ‘데우스 밸리(데이터+제우스)’였다. 혁신 역량의 기초인 대학과 기업이 결합된 특화 단지 등을 조성해 부산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데우스 밸리’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떠나는 청년 인재들을 붙잡고 기업들이 몰려와 투자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 인천에도 뒤처져 가는 부산을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박 후보의 구상이다.
▶부산시장 선거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거돈 전 시장이 물러난 이후 한동안 출마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서 달리 생각했습니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선거 실시로 정권 교체 의미가 커졌어요. 부산은 고향입니다. 30년 정도 부산에서 직장(부산 동아대 교수)도 다니고 국회의원도 해 애정이 많습니다. 두 달 정도 고민하다가 지난 추석 연휴 뒤 결심했습니다. 나보다 더 좋은 후보가 있으면 나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출마 예정자 가운데 내가 확장성도 있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는 데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거 분위기는 어떻고 승산은 있습니까.
“부산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크죠. 자영업자도, 기업하는 사람도 화가 나 있어요. 물론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닙니다. 부동산 실정으로 벌어진 자산 격차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죠. 그렇다고 집을 가진 사람도 세금 폭탄 때문에 행복하지 않아요.”
▶지지율 1위를 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1990년대부터 활동을 많이 했죠. 문화 도시 운동, 창조 운동 등을 했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는 부산의 창구 역할도 했어요. 부산 시민들에게 ‘적어도 저 사람은 부산을 위해 계속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기대로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분위기가 선거 때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로 방어해 왔는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하지만 2021년 선거 직전인 2~3월에 국민에게 백신을 맞히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 여당은 또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지난 총선에서 효과를 본 지원금을 뿌릴 수 있어요. 야당으로선 경계해야 합니다.”
▶오 전 시장의 시정을 평가하자면 어떻습니까.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무엇(what)의 문제라기보다 어떻게(how)의 문제죠.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따왔는데 새로운 사업을 벌려놓고 어떻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죠. 핵심 문제는 혁신의 역량과 관련해 한 일이 없다는 거예요.”
▶제2의 도시가 부산이 아니라 인천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옵니까.
“대학이 죽고 있습니다. 대학이 죽는 것과 산업이 가라앉는 것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부산에 24개의 대학이 있는데 2조2000억원의 재정을 쓰면서 4조5000억원의 부가 가치를 만들어 내죠. 하지만 1년에 대학 하나씩 없어져요. 상위 20%의 학생 중 70%가 부산을 떠납니다. 지역 인재로 등용되고 클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죠. 기업과 대학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없어요. 대표적인 공약으로 ‘산학 협력 도시’를 내놓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도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샌디에이고·보스턴·시애틀 등 혁신 도시들이 산학 협력 도시예요. 산학 협력이 잘되면 혁신 도시로 성공합니다. 우리 수도권도 마찬가지죠. 산학 협력이 살아있기 때문에 혁신 역량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혁신 역량의 기초가 대학이에요. 사람이 있으니 기업이 몰리고 투자가 이뤄집니다. 이렇게 근본으로 돌아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꿈꾸는 것은 캐나다 워털루대처럼 대학에 입학하면 절반은 학교 공부를 통해, 절반은 기업에서 인턴십을 통해 학점을 따게 하는 거예요. 또 기업과 대학이 결합하는 특화된 단지 7~8곳을 만들어 그 공간에 기업이 들어오게 할 겁니다.”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취업과 창업 플랫폼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과제예요. 마침 부산 북항, 제2 센텀과 같은 좋은 공간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거기에 스타트업 플랫폼을 콤팩트 시티 형태로 만들 수 있어요. 프랑스 파리의 스테이션F와 같은 것인데, 주거·일·여가를 한 공간에서 다 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콤팩트 시티에 스마트 시티 기능을 넣는 것으로 구성하는 거죠. 그 정도 공간이 만들어지면 부산 기업뿐만 아니라 서울과 다른 지역 기업들도 상당수 올 수 있다고 봅니다.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예요. 기회와 사람, 공간이 없기 때문에 오지 않지, 공간과 사람이 있고 주거 환경이 조성되고 교육이 받쳐주면 얼마든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요즈마그룹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스타트업 콤팩트 시티를 만드는데 투자 주도자로 참여하겠다는 협약이죠. 공간을 주면 외국 투자도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 상징적인 스타트업 플랫폼을 부산에 몇 개 만들면 ‘부산에서 기업할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이 형성될 겁니다. 영상·미디어 등 문화 콘텐츠와 관광·마이스 분야에 특화된 스타트업 플랫폼도 만들 수 있어요. 해양·물류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다양한 것을 통해 청년들의 기를 살리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죠. 대학이 ‘하면 되겠다, 앵벌이가 아닌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취업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도록 부산시가 프로그램과 인력 지원 등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지산학 협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내가 부산을 ‘데우스 밸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겁니다.”
▶단기적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단기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돌파구를 만드는 게 필요하죠. 프로젝트들을 통해 흐름을 만들면 그 속에 물이 들어오게 됩니다.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임기 1년 3개월 동안 대학들과 기업들을 묶어 테스트 베드 수준을 넘어서는 기회와 공간을 창출하고 거기에 투자가 들어온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런 기반을 만들면 그다음 5년은 그 흐름 속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공공 기관 이전으로 지역이 발전됐다고 봅니까.
“공공 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있지만 문제는 혁신 역량입니다. 공간을 만들어 줘도 충분한 부가 가치를 발휘하지 못해요. 문재인 정부는 지방 분권 시대 지역 발전 열망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굉장히 약합니다. 뭔가 손에 잡히는 정책이 없어요.”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다른 데 관심이 있어서 그렇죠. 남북 관계, 정권 재창출 등 소위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굉장히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공학적으로는 많은 수단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역 발전에 대한 철학과 구체적 전략, 생각의 힘이 실질적 지역 발전을 이루는 데까지 못 미치고 있어요.” ▶부산시 출산율이 전국에서 둘째로 낮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죠.
“청년이 떠나는 문제와 동전의 양면입니다. 청년이 떠나니 아이를 낳을 사람이 없죠. 지속 가능한 도시가 못 돼요. 청년들이 산합 협력을 통해 일자리 문제에 희망을 주고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부산에서 결혼해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에게 2억원 한도의 무이자 대출을 해 주자는 공약을 내놨어요.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정책 금융 이율이 연 1.5% 정도인데 그 돈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수요자들에게 5년 동안 무이자 대출 지원을 해줄 테니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라는 거죠. 또 보육·교육·일자리·주거 정책도 보강하면 부산이 살기 좋다는 희망이 생길 겁니다.”
▶부산 시장 후보자들이 김해공항 확장을 뒤엎고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어차피 뒤엎었다면 비판할 것만이 아니에요. 부산은 급합니다. 국제공항 여객 수가 제일 많이 폭증하는 데가 김해공항입니다. 완전 북새통이에요. 확장이 계속 지연돼 왔습니다. 항공 물류가 엄청 중요해지는데 남부권에서 인천 영종도공항을 통해 수송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죠. 제대로 된 물류 기능을 하려면 24시간 운항할 수 있어야 하는데 김해공항은 그러지 못해요. 비행기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항의하기 때문이죠. 가덕도 신공항은 남부권 공항으로서 물류 허브 기능이 가능합니다. 굳이 KTX를 연결하지 않아도 돼요. 공항이 준공될 10년 뒤면 하이퍼 루프를 건설할 수 있을 겁니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될 일인데 굳이 인근에 또 가덕도 신공항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까.
“김해공항을 없애고 가덕도에 활주로를 두 개 놓으면 됩니다. 김해공항 부지는 항공 정비 부품, 조선 기자재 산업 기지로 만들면 돼요. 이런 일들을 효율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통합을 주장했습니다. 실제 시장이 되면 김경수 경남지사와 바로 통합을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행정 통합이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경제 통합이라도 하자는 겁니다. 도로,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 항만 등 경제 관련 사무를 광역적으로 함께하자는 거예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이후 중도화·좌클릭한다는 얘기가 많은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수도권과 영남 민심이 다른 면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에 영남권 의원들이 많으니 수도권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권 교체를 위해 초점을 수도권에 둬야 합니다.”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과오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 몸담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과는 몇 번이라도 할 수 있어요. 참회록을 일찍 쓰지 못했습니다. 전 정권이 왜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고 비호감층이 아직도 60~70% 정도 강력하게 있느냐는 측면에서 자기 반성할 필요가 있어요. 자유주의·공화주의·민주주의는 앞으로 진화시켜야 할 보수의 정신적 가치입니다. 그 가치를 여당, 진보 좌파 정당 사람들이 흔들고 있어요. 자기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좌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수도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가면 안 돼요. 보수 정권의 얼룩을 걷어낼 작업이 필요하죠. 그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앞으로 새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시끄러울 수 있지만 흥행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들과 안 대표가 한 번에 ‘원샷 경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도움이 되죠. 야권의 대선판에 자기 지지층을 갖고 있는 다양한 후보들이 들어와 ‘미스 트롯’ 같은 경선판을 벌여야죠. 그래야 파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총장 역할이 끝난 다음 할 수 있죠.”
▶자칫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다만 윤 총장은 배짱과 용기가 있어요. 리더의 굉장히 중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정의와 공정·법치 등 자기만의 특화된 것 이외의 분야, 즉 외교·경제 등의 식견을 어느 정도 갖췄는지도 중요합니다. 국가 지도자는 종합적인 판단과 통찰력이 필요하니까요. 자신이 그런 것을 갖추지 못했으면 팀으로 받쳐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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