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올해의 CEO’]
-반도체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한국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전문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을 이번 인수의 주역으로 꼽고 있다.
이 사장은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한 후 인텔과 카이스트 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에 다시 합류했다. 인텔 재직 당시에는 최고 기술자에게 수여되는 ‘인텔 기술상(Intel Achievement Award)’을 3회 수상했고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D램개발사업부문장·사업총괄 등을 역임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맞이했던 2019년 첫날, 이 사장은 신년사에서 “‘기업 가치 100조원’을 달성해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SK하이닉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결정은 이 사장이 제시한 목표에 다다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다.
그간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글로벌 2위 위상을 굳건히 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온 것과 달리 낸드 부문에서는 세계 5위권으로 흑자와 적자를 반복해 왔다. 이 사장은 인수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 D램과 낸드라는 양 날개를 견고하게 갖추고 CIS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지속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라는 비유기적 성장 외에도 SK하이닉스는 착실하게 기술력을 쌓으며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했고 12월에는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Gb(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앞서 언급한 경제적 가치(EV)와 함께 사회적 가치(SV) 창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해관계인의 신뢰를 확보해야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이 사장의 철학에 따른 것으로, EV와 SV의 토털 밸류(total value)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2020년 창립 37주년 기념사에서 “사회에 대한 기여는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SK그룹 관계사들이 한국 대기업 최초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에 가입했다.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소비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기술에 기반한 신제품 개발도 사회적 가치 창출과 연결하고 있다. 이 사장은 2020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DD에 비해 저전력 SSD는 전력 소모가 94% 적어 203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중 HDD 기반의 저장 용량이 모두 저전력 SSD로 대체되면 절감되는 이산화탄소는 4100만 톤에 이른다”며 “향후 데이터 저장고 시장에서 SSD 전환을 가속화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협력회사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협력사들은 공유 인프라 포털 ‘DBL 스퀘어’를 통해 SK하이닉스 장비를 활용한 분석, 측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반도체 기술 관련 전문 지식과 생산 현장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이 밖에 공동 과제 연구·개발, SHE 컨설팅, 우수 인재 확보 지원 등 다양한 공유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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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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