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계속 통할까 [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대만이 29년 만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 중국의 무력 위협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하게 성장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낸 데 있지만 미국의 협력도 큰 힘이 됐다.


대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이 제고돼 수출 시장이 확대됐다. 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미국과 협력이 약화한 데도 원인이 있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견제는 엔화 강세로 나타나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을 누르고 반도체 강국이 된 이유나 외환위기를 조기에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국의 협력이 있었다. 반대로 1970년대 말 중화학 공업화 정책이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과 관계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렵고 수출이 원활하지 못해 공급 과잉에 처했다.


문재인 정권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고 말한다. 양다리 외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넘어갔다. 한국의 도움으로 북한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비핵화를 이루려고 했기 때문이다.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숙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미국이 세계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크다는 문제, 다른 하나는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지 못하면 세계 최강국 지위를 빼앗기는 문제다. 코로나19는 바이든 구상의 기초가 되는 중산층을 강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로 빨라진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중산층 일자리 창출과 소득 제고의 기회로 삼도록 친환경 미래 산업을 키우고 관련된 사회 간접 자본 투자에 힘을 쏟을 것이다. 이는 한국에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을 몰아세웠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에는 한국과 미국이 경제 협력을 할 대목이 많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에는 경제와 안보의 상충에 따른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중산층이 중국의 성장으로 일자리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의 반인권적·반윤리적 태도에 분노하는 만큼 중국을 눌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에 안보 논리를 적용해 미국의 힘으로 중국을 견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의 고립화를 위해 기존 동맹을 강화하고 새 동맹을 찾아 확장해야 한다. 또 중국이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했듯이 미국도 동맹국에 대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의 딜레마는 중국에 편향된 문 정권의 딜레마로 이어진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막을 힘은 미국이 가지고 있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문 정권의 전략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또 ‘대북전단금지법’ 등 인권 경시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도 중국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 그랬듯이 중국은 안보를 위해 경제는 언제든지 버린다. 자국 기업을 위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을 대놓고 차별한다.
한국이 중국의 기술 추격에 따라잡힐 정도로 양국의 산업 지도는 바뀌었다. 경제 개방도가 높은 한국이 나아갈 길은 자명하다. 미국과 손잡아야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고 중국의 도전을 물리칠 기술력도 키울 수 있다. 결론은 이미 났지만 문 정권이 중국에 허망한 기대를 하는 바람에 미적거렸던 문제다. 한국은 바이든 시대의 국제 질서 변화에 발맞춰 안보 경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