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타인의 저작물을 적법하게 이용하는 방법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직업 순위에 유튜버를 포함하는 크리에이터가 3위에 올랐다고 한다. 한국의 개인 유튜브 채널 중 광고 수익을 올리는 채널이 5만 개가 넘는다는 뉴스도 나왔다. 바야흐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상에 맞게 저작권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커졌다. 자신이 만든 사진이나 영상 등 콘텐츠 속에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포함해도 될까. 다른 사람의 저작물이 자기 콘텐츠 속에 포함됐다면 그때마다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까. 저작권법엔 일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규정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관련된 저작권 규정 몇 가지를 살펴본다.
공중에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된 미술· 건축·사진 저작물의 이용
길거리나 공원에 설치된 조각, 건축물의 외벽에 게시된 그림이나 사진, 건축물 자체 등은 타인의 저작물이지만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가능하다(저작권법 제35조 제2항). 다만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데, 이를테면 사진을 찍어 판매용 그림엽서나 연하장 등을 만드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의미다. 또한 원저작물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변형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진 촬영·녹음 또는 녹화 중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저작물의 이용
가족이나 친구들 또는 셀카를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사진·조각·음악 등이 부수적으로 촬영되거나 녹음되는 때가 있다. 이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그 촬영물을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하다(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중에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된 것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저작물이 자신이 만든 촬영물 등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면 이 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 ‘부수적’이라는 말은 통상 주된 대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또는 양적·질적으로 일부만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되고 그 타인의 저작물이 전체 촬영물 속에서 어떠한 중요성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이용된 타인의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이용의 목적과 성격 등에 비춰 저작 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것이라고 평가된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체 영상 촬영 시간 중 잠깐이라도 타인의 그림 전체를 세밀하게 촬영해 그 그림에 대한 시장 수요를 대체할 정도가 된 경우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 및 공정 이용
유치원 학예회에서 아이들이 부모님과 선생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인 노래나 춤을 ‘공연’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부모님 등 청중이나 제삼자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에게 ‘공연’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저작권법 제29조 제1항). 그렇다면 부모님이 그 ‘공연’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것은 어떨까. 업로드는 ‘전송’에 해당하는데 아쉽게도 이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전송’이 가능하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 다만 이와 같은 동영상은 그 노래나 춤의 시장 가치를 훼손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므로 대부분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으로서 허용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저작권법 제35조의5).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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