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따라잡기]


딥러닝 위한 컴퓨팅 파워 30만 배 증가…
알고리즘 효율화로 탄소 발자국 줄이는 ‘그린 AI’ 화두
두 얼굴의 AI… 환경 문제 해결 돕지만 막대한 전력 소모 주범
[한경비즈니스 칼럼=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지구온난화·미세먼지·신재생에너지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키워드로 등장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따라 환경 문제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추구해야 할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공지능(AI)이 환경 문제의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스마트 센서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환경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분석함으로써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등 시급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대기 오염 배출량 감소 및 근본 원인 식별


우선 환경 문제 중 대기 오염은 모든 유기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산업화된 나라들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골칫거리 중 하나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전 세계의 91%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 질 지침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은 더욱 심각하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2019 세계 대기 질 보고서’ 분석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오염 농도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러한 대기 오염 물질의 파괴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향후 오염 농도를 결정하거나 오염원을 찾기 위해 대기 오염 수준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최근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 통합의 범위와 예측 결과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면 두 개의 경쟁 네트워크가 서로 대항하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적용해 대기 오염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더 정확한 예측 모델 결과를 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AI는 대기 오염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과 대기 오염의 근본 원인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AI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와 스마트 미터를 통해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에너지 절약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간접적으로 화석 연료를 감소시켜 전체적으로 공기 질을 향상시키게 된다.


최근 영국에서는 AI를 이용한 원격 탐사 위성 기술로 대기 오염을 정확히 측정하는 연구도 나왔다. 이 연구는 AI와 위성 기술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기술이 공중 보건 연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보여준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영국 전역에서 시간에 따라 매우 세부적으로 변화하는 대기 오염 패턴을 측정할 수 있다.


중국의 친환경 스타트업들도 각종 대기 오염 정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소러빌러티(Soarability)는 대기 중 최대 9가지 가스와 입자를 드론을 띄워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석하는 ‘스니퍼 4D(Sniffer4D)’를 개발했다. 스니퍼 4D는 드론에 부착된 손바닥 크기의 장치를 활용해 기존의 공기 질 장치가 닿지 않는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식별과 분해 물질 개발


플라스틱 오염은 식수·야생동물·식량 공급 등을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 중 하나다. 조사에 따르면 매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병 등 약 9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바다에 쌓이고 있다고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의 양이 물고기의 수를 능가할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버펄로대 연구소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새로운 도구 세트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계 학습 등 AI 기술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능력을 자율적으로 개선하는 로봇 시스템은 물론 플라스틱을 쉽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새로운 화학 물질 개발이 포함된다. 특히 로봇 시스템은 각 플라스틱 조각의 분자 서명을 등록할 수 있는 새로운 센서 기술과 이러한 분자 서명을 기반으로 각 플라스틱 조각의 특정 유형을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기계 학습을 결합한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AI와 스마트 센서 기술을 사용해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CSIRO는 기계 학습과 이미지 인식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커스텀 비전(Microsoft Custom Vision)을 활용해 해변과 해양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수로의 쓰레기 흐름 식별, 추적을 통해 플라스틱이 수로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폐기물 관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기 오염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 이외에도 일반 쓰레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는 AI를 이용해 쓰레기를 식별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고 중국의 최대 음성 인식 기업 커다쉰페이는 쓰레기를 분류할 수 있는 음성·영상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온 SK가 전기차 배터리 소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터리 수명 연장, 배터리 재처리·재활용 등으로 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환경 분야 AI의 두 얼굴 : 해결사 vs 유발자


이처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는 AI가 환경 문제의 해결사인 동시에 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계 학습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 배출을 유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스웨덴 우메오대의 버지니아 디그넘 교수는 ‘AI의 환경 발자국’ 논쟁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디그넘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음성 인식 앱이나 자율주행차, 영화 추천 등을 구현하기 위해 AI를 이용할 때 대량의 전력 소비와 탄소 생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AI를 이용하면 할수록 더 강력한 컴퓨터와 더 많은 에너지 및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시청하는지 알려주는 알고리즘도 탄소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생성하도록 설계된 GPT-3만 보더라도 덴마크 가정 126채의 연간 소비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자동차로 70만km를 이동하는 것과 동일한 탄소 발자국을 생성한다고 한다. 딥러닝에 사용되는 컴퓨팅 파워는 2012년과 2018년 사이에 30만 배 증가했고 이러한 성장 속도가 계속된다면 AI가 끼칠 환경 변화에 대한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AI 연구자들이 알고리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설계해 모델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려는 그린 AI(Green AI)를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페이스북 AI 리서치, 맥길대의 연구원팀이 공동으로 기계 학습 프로젝트가 사용할 전기량과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AI 개발자와 기업이 기계 학습 실험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그 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AI를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보다 AI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