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육성부터 지원까지…‘뒷광고’ 논란, 불공정 약관 시정 등 성장통
‘억대 연봉’ 크리에이터 키워 내는 MCN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20년 실시한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 조사’에서 초등학생 희망 직업 3위로 ‘크리에이터(유튜버·BJ·스트리머 등)’가 새로 진입했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직업의 하나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은 물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에겐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미 MZ세대에게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셀럽’이다. 이에 따라 연예인을 키워 내던 기획사처럼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활동은 이제 취미를 넘어 ‘1인 창작자’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 말까지 크리에이터 상위 5%의 월평균 수익은 약 15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월평균 수익인 383만원보다 약 400% 성장한 수치로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름을 알 수 있다. 또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월 5000만원 이상의 유튜브 광고 매출을 올리며 ‘억대 연봉’ 반열에 이미 올랐다.
‘억대 연봉’ 크리에이터 키워 내는 MCN
◆MCN, 콘텐츠 기획부터 광고 연결까지

이들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MCN의 규모도 커졌다. MCN은 연예 기획사와 비슷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MCN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와 개인 유튜버는 영상 광고 수익을 45 대 55로 나누고 유튜버에게 돌아가는 55의 수익 중 80%를 유튜버가, 20%를 MCN이 가져간다. 협찬성 광고는 차이는 있지만 약 50 대 50으로 수익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CN 중에서 대표적인 곳은 다이아티비·샌드박스네트워크·트레져헌터 등이 있다. 2013년 CJ ENM은 한국 최초로 MCN 사업을 시작해 다양한 분야의 1인 혹은 중소 크리에이터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5년 5월 MCN 사업의 새로운 브랜드 ‘다이아티비’를 선보였다. 그 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400개 팀의 신규 창작자를 발굴했다. 2021년 1월 기준 대도서관·쿠쿠크루·씬님·허팝·박막례 할머니 등이 다이아티비의 파트너다. 다이아티비 관계자는 “다이아티비는 한국에서 최초로 ‘MCN’이라는 산업을 시작했고 ‘파트너’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과 상생의 사례를 선보여 왔다”고 말했다.

2015년 이필성 대표와 크리에이터 도티가 공동 창업한 샌드박스는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종합 MCN으로 성장했다. 소속 크리에이터의 유형과 특성을 5개의 페르소나로 분류한 뒤 최적의 활동 방향을 제시해 주며 전담 제작자를 붙여 콘텐츠 기획과 제작, 기업 광고도 연결해 준다. 대표 크리에이터는 방송인 겸 크리에이터 유병재·최희·함연지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 장삐쭈, 뮤직 크리에이터 라온, 게임 크리에이어 풍월량 등 410여 팀이 소속돼 있다.

트레저헌터는 2015년 1월 한국에서는 최초로 단일 MCN 사업자로 출발했다. 현재 소속 크리에이터는 300여 명이다. 다양한 카테고리와 성별·연령에 따라 크리에이터 채널을 세분화하고 시청 타깃을 관리하고 있다. 또 레페리(뷰티)·원브랜드컴퍼니(푸드·엔터)·라튜오인터내셔널(패션) 등 각 분야별 전문 자회사의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억대 연봉’ 크리에이터 키워 내는 MCN
◆규모 성장하는 만큼 책임도 동반돼야

한국에서 MCN 산업을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 곳은 CJ ENM의 다이아티비다. 타 MCN들은 개별 기업이지만 다이아티비는 대기업 CJ ENM의 ‘사업부’로 편성돼 있다. 축적된 노하우는 물론 CJ ENM이 보유한 콘텐츠와 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4년부터 CJ ENM이 개최하는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과 ‘마마’에 크리에이터들의 참여를 지원하면서 글로벌 국가에 한국 문화와 크리에이터들을 홍보했다. 또 기존 방송·영화 등과 연계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다. 현재 tvN ‘놀라운 토요일’에는 ‘입짧은햇님’이 참여하고 있고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의 마동석을 인터뷰 한 ‘데이브’ 등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춘 콘텐츠는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이끌어 냈다.

샌드박스는 ‘게임’으로 출발했다는 차별점을 갖는다. 샌드박스는 창업 초기 게임 콘텐츠, 게임 크리에이터들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게임 콘텐츠를 주류 문화로 소비하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했다. 2019년에는 e스포츠 프로 게임단인 ‘샌드박스게이밍’을 창단해 2020년 법인 분사, LCK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거나 지원한다는 점에서도 연예 기획사와 유사한 역할을 맡고 있다. MCN은 영상에 쓰이는 음원과 폰트 저작권 문제를 논의하고 저작권 교육을 실시한다. 또 크리에이터들의 강연이나 광고 모델 등 개별 활동을 지원한다. 전용 스튜디오와 같은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질 높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다이아티비는 음원·폰트 등 저작권 관련 해결, 파트너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을 분석해 효율적 광고 매칭을 진행하는 ‘다이아픽’, 인플루언서 커머스 쇼핑몰 ‘다이아 마켓’ 등을 통한 아이덴티티 강화와 수익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지난해 8월부터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인플루언서 ‘샵네이터’를 영입하고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 쇼핑라이브·그립 등 라이브 쇼핑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유명 쇼핑 호스트 ‘오민화’를 비롯해 30명의 쇼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샌드박스는 구글·유튜브 출신 리더들과 전문 제작진이 크리에이터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지원한다. 또 샌드박스는 한국 최초로 틱톡의 공식 MCN으로 틱톡커들의 매니지먼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틱톡 채널 진입을 희망하는 기업과 브랜드의 트렌디한 채널을 제작, 운영을 지원한다.

하지만 MCN의 역할이 교육을 담당하는 수준을 넘어 더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크리에이터 산업은 이른바 ‘뒷광고 논란’으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협찬을 받고도 광고라는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채널을 접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MCN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MCN이라는 산업이 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성장통’으로 보고 보다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다이아티비,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MCN사들은 공정위와 함께 모든 인플루언서들이 개정된 표시광고 지침에 따라 관련된 경제적 이익관계를 투명하고 솔직하게 표현하자는 취지의 ‘클린 콘텐츠 캠페인’에 동참했다.

자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하기도 한다. 샌드박스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를 초빙해 광고 법률에 대한 교육 3회를 실시했다”며 “공정위의 표시광고 개정안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크리에이터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샌드박스의 내부 가이드라인은 공정위가 발표한 개정 지침 및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사내 법률팀과 외부 법률자문위원의 검수를 받아 제작됐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