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ESG 경영 시대’ 국내 54개 그룹 지배구조 점수는]
- 2021 한경비즈니스 기업 지배구조 랭킹
-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244개 상장사 분석
-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하며 지각변동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기업들의 지배 구조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지배 구조 랭킹이 큰 변화를 보인다. 작년 조사 때만 해도 30위권 밖에 있던 기업이 올해는 1위에 올라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두 자릿수 순위를 뛰어넘은 기업도 3곳이나 나왔다.

한경비즈니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공시 대상으로 지정된 54개 기업(대우해양조선 매각 진행으로 제외) 집단 소속 244개 상장사의 지배 구조를 평가해 ‘2021 대한민국 기업 지배 구조 랭킹’을 조사한 결과 총 300점 만점 중 270.9점을 받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위에 올랐다.
국내 54개 그룹 지배구조 랭킹…아모레퍼시픽 1위  ‘33계단 껑충’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작년 평가 당시 34위(148.1점)를 기록했던 기업이었지만 내부거래·보상위원회를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소수 주주권 보장을 위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서 지배 구조 최우수 기업의 영광을 차지했다.

2위는 작년 4위였던 한화그룹이 차지했고 뒤를 이어 3위 한국투자금융(2020년 공동 1위), 공동 4위 두산(3위)·교보생명보험(공동 1위), 6위 KT&G(7위), 7위 현대자동차(16위), 8위 하림(5위), 9위 카카오(6위), 공동 10위 CJ(13위)·미래에셋(9위)·한국앤컴퍼니(24위)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2019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후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기업 지배 구조 랭킹 조사는 크게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소수 주주권 보장 등 3가지 부문에 대해 각각 100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각 부문 순위에 따라 상대 평가를 진행했고 이를 합산해 총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랭킹화했다.

◆ 전체 이사진 중 50.9%가 사외이사로 등재
국내 54개 그룹 지배구조 랭킹…아모레퍼시픽 1위  ‘33계단 껑충’
부문별 평가 항목 중 사외이사 비율 평가에서는 한국투자금융이 전체 이사진 8명 중 6명의 사외이사를 둬 75.0%의 사외이사 비율로 1등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금호석유화학 70.0%로 2위, KT&G와 대우건설이 66.7%로 공동 3위, 한진은 64.1%로 5위, 태광은 62.5%로 6위, DB는 61.9%로 7위, 아모레퍼시픽·교보생명보험·하이트진로·동국제강·삼천리 등 5개 기업은 각각 60.0%로 공동 8위를 차지해 10위권 내 박스를 형성했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경영진과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기업들에 사외이사 제도를 엄격히 규정해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1998년 처음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고 투명 경영의 일환으로 비중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둬야 하고 이사 총수의 절반을 넘어야 한다. 기타 회사는 4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에 따라 분석 대상인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244개 상장사들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로 745명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119명을 초과한 총 864명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더욱이 이들 사외이사들은 사내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진 수 1696명 중 50.9%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총수 있는 집단의 사외이사 비율(51.07%)이 총수 없는 기업집단의 사외이사 비율(49.67%)보다 1.4%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53개 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사에 810명의 사외이사가 등재돼 관련 법상 정해진 사외이사 수 725명보다 85명이 초과한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초과하는 사외이사 수가 더욱 늘어났다. 사외이사 비율이 법으로 정한 규정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그만큼 투명 경영을 위해 기업들이 많은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움을 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이랜드는 전체 이사 수 12명 중 사외이사가 단 2명(16.7%)에 불과했고 호반건설은 4명 중 1명(25.0%), 동원은 13명 중 4명(30.8%), 넥슨은 3명 중 1명(33.3%), 애경은 28명 중 10명(35.7%)으로 40% 이하의 사외이사 비율을 기록했다.

◆ 법 규정보다 늘어난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국내 54개 그룹 지배구조 랭킹…아모레퍼시픽 1위  ‘33계단 껑충’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부문 평가는 ‘2021 대한민국 기업 지배 구조 랭킹’ 1위에 오른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회사 비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 감사위원회 설치 회사 수 비율, 감사위원회 설치 내 사외이사 비율, 보상위원회 설치 회사 수 비율, 보상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회사 비율, 내부거래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 등 8개 항목을 종합해 평가한 결과 설치율 합계 733.40%를 기록했다.

보상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66.7%)과 내부거래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66.7%)을 제외한 6개 부문의 설치율은 모두 100%를 기록했다.

2위는 지난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네이버(설치율 721.70%)였고 그 뒤를 이어 한진·현대백화점·하림·한화·롯데·삼성·현대차·CJ 순으로 10위권에 자리했다.

공정위는 분석 대상인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244개 상장사들이 법상 최소 기준을 웃도는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금융회사)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고 자산 총액 2조원 미만 상장회사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넥슨·이랜드·애경·동원·호반건설 등 5개 기업을 제외한 49개 기업집단 233개 상장사들 중 71.4%가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있고 추천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75.5%에 이른다.

감사위원회 역시 넥슨·이랜드·애경·동원·호반건설 등 5개 기업을 제외한 49개 기업집단 233개 상장사들 중 80.8%가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감사위원회 설치 내 사외이사 비율은 99.6%였다.

보상위원회 설치 비율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28곳만 설치했고 설치한 기업집단 내 상장사의 설치 비율 역시 61.8%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처럼 법으로 강제하는 의무 사항이 아닌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론 보상위원회 역시 지난해 조사 때보다는 늘었다. 지난해에는 24개 기업집단이 설치해 운영했고 상장사의 설치 비율은 59%였다.

보상위원회처럼 법상 설치 의무 사항이 아닌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도 사정은 비슷하다.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31개 기업이 설치해 운영 중이고 상장사의 설치 비율은 55.3%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비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에 대한 법 집행이 강화되고 규제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 스스로 내부 통제 장치 도입을 검토하는 곳이 여럿 눈에 띄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 구조 랭킹 조사의 마지막 평가 항목인 소수 주주권 보장 부문은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 등 3가지 항목을 통해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아 앞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권의 권리를 키우는 매우 강력한 제도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주 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주당 1표의 의결권을 준다. 반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론 A, B, C 등 3명의 임원을 뽑는 주주 총회에서 한 주주가 100주를 가지고 있다면 3명에게 각각 100주의 찬반 투표권을 가진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면 A 임원에게 찬성 또는 반대표 300표를 던지고 B, C 임원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 69.6%로 급증
국내 54개 그룹 지배구조 랭킹…아모레퍼시픽 1위  ‘33계단 껑충’
일단 분석 대상인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9개(KT&G·태영·포스코·코오롱·한화·신세계·CJ·KT·SK)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기업집단의 상장사 69곳 중 도입된 곳은 21.1%에 불과하다. 54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244개 상장사를 놓고 비율을 계산하면 3%대의 도입률이다.

지난해 조사 당시 250개 사 중 4.4%(11개 사)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니 오히려 감소했다. 실효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의결권이 행사된 곳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사에서도 없었다.

소수 주주권 보장 부문의 또 다른 조사 항목인 서면투표제 역시 도입률이 저조하다. 서면투표제는 주주가 주주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투표 용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 서면으로 회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16개 기업집단(한국투자금융·넥슨·두산·이랜드·한화·한국앤컴퍼니·유진·코오롱·OCI·KCC·포스코·LS·CJ·KT·롯데·현대자동차 등)이 도입했는데 이들 91개 상장사 중 37.5%에만 적용되고 있다. 전체 조사 대상인 244개 상장사를 놓고 도입률을 산출하면 11.1%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면투표제는 지난해 조사의 도입률 8.4%보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면투표제를 통해 의결권이 행사된 비율은 6%(16건)였다.

반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 제도다.

54개 기업집단 중 36곳이 도입했는데 이는 지난해 보다 7곳이 늘어난 것이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집단의 상장사 적용 비율도 69.6%로 높다. 전자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건수도 총 128건(48.1%)으로 지난해 72개(28.8%)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들 집중·서면·전자투표제 도입 현황을 토대로 소수 주주권 보장 평가 점수를 산출한 결과 넥슨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한화·포스코·한국타이어·두산·CJ·신세계·KT·현대차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ESG 경영 시대’ 국내 54개 그룹 지배구조 점수는 기사 인덱스]
- ‘33계단 껑충’…아모레퍼시픽그룹, 2021년 지배구조 랭킹 1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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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한경비즈니스 기업 지배구조 랭킹 총괄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