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룩에도 잘 어울리는 패딩…전시회 통해 브랜드 정체성 알리기도
남극 한파에도 거뜬한 ‘생존템’ 안타티카의 성공 비결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한국의 겨울이 연일 추워지면서 패딩은 이제 패션 아이템이 아닌 ‘생존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는 기능을 앞세운 패딩으로 매년 판매량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최초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는 2011년부터 남극 운석 탐사단 대원들의 피복 지원을 계기로 개발한 헤비다운 점퍼 ‘안타티카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혹독한 남극 기후 속 탐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극강의 보온력이 필수였다. 남극에서의 생존을 목표로 탄생한 안타티카는 한겨울에도 추위를 막아 주는 패딩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안타티카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었다. 특히 1월 들어 폭설과 한파가 반복되면서 헤비다운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코오롱스포츠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코오롱스포츠의 다운 점퍼 주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고 그중에서도 안타티카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5배 증가했다.
하지만 안타티카의 인기를 한파 덕분이라고 한정짓는 것은 곤란하다. 2012년 출시 이후부터 ‘패딩의 왕’ 자리를 지켜 온 안타티카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 키워드로 꼽아봤다.
남극 한파에도 거뜬한 ‘생존템’ 안타티카의 성공 비결
◆남극의 날씨를 이겨낸 내구성

최근 출시되는 패딩은 영하 강추위에서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코오롱 안타티카는 내구성과 보온성을 ‘남극’에서 찾았다.
코오롱스포츠는 1988년 세종과학기지 연구원 피복 지원을 시작으로 2023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내륙 기지 개척 ‘K루트’ 프로젝트까지 남극과의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그중 안타티카는 2011년 남극 운석 탐사단 대원들의 피복을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남극은 섭씨 영하 70도에 다다르는 추위와 시속 200km의 강풍이 몰아치는 극한의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극강의 보온성이 필요했다. 또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과 디테일도 고려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스포츠는 약 2년간의 남극 필드 테스트를 거쳐 2012년 가을겨울(FW) 시즌 안타티카를 첫 출시했다. 안타티카가 출시된 2012년은 ‘2000년대 이후 가장 추웠던 겨울’이었다. 전국 평균 한파 일수가 10.4일로 최근 30년 사이 가장 추웠다. 이러한 ‘혹한’에 등장한 안타티카는 출시와 함께 그해에 판매율 90%를 넘는 대기록을 세우며 패딩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안타티카 제품은 공통적으로 보온성을 포함해 기능성을 더했다. 착용하는 사람이 최대한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디테일 디자인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후문이다. 겉감은 익스클루시브 고어텍스 인피니움 2레이어(INFINIUM 2Layer) 소재(과불화화합물이 포함돼 있지 않은 방식으로 내구성 발수 처리된 방풍·투습 기능성 원단)를 사용했다. 강풍을 차단해 줄 뿐만 아니라 발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투습성 또한 우수해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안감에 사용한 트라이자 코팅 원단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항공기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의복 코팅 기법으로 접목한 신소재다. 체온을 흡수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해 준다. 충전재는 모두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 구스 다운을 사용했다.

특히 한국 최초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기술력을 집약시켰다는 것이 안타티카의 기능에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극지의 블리자드를 막아 내는 보온성과 극심한 추위 속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편리성을 갖춘 안타티카에는 코오롱스포츠가 48년간 축적해 온 기술이 고스란히 집약돼 있다”고 설명한다.
남극 한파에도 거뜬한 ‘생존템’ 안타티카의 성공 비결
◆학생부터 직장인까지…다양한 스타일



코오롱스포츠는 2012년 안타티카를 출시한 이후 매년 스타일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왔다. 핵심은 ‘기능은 유지하면서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특히 안타티카는 캐주얼 룩뿐만 아니라 오피스 룩에도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3040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보수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정장 위에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20년도 FW 시즌에는 기온과 상황에 따라 입을 수 있도록 안타티카의 종류를 늘렸다. 코오롱스포츠는 ‘안타티카 데일리’, ‘안타티카 쇼트 다운’, ‘안타티카 코쿤’, ‘안타티카 오리지널’ 등 4가지 스타일을 선보였다.

‘안타티카 오리지널’은 남극 극지연구소 실제 원정복에 적용했던 기술력을 그대로 재현한 다운 상품이다. 극한의 날씨에도 충분히 입을 수 있도록 필파워 800의 구스 다운을 사용했고 팔꿈치 부분에 슈퍼 패브릭(super fabric : 내마모성·절단저항성·방오성·내구성을 가진 신축성 소재)을 덧대 강화했다. 극지 연구소 원정복에 적용한 인명 구조용 D링과 다양한 수납이 가능한 포켓을 디자인 포인트로 넣어 안타티카 오리지널 고유의 느낌을 살렸다. 후드에 탈·부착할 수 있는 천연 폭스퍼(fox fur) 트리밍을 더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인 ‘안타티카 데일리’는 착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했다. 평상시 출퇴근이나 주말 나들이용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끔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안타티카 특유의 정체성은 살리면서 디테일은 최소화해 슈트나 캐주얼 웨어에도 잘 어울린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안타티카 쇼트 다운’은 길이감이 짧은 봄버형 디자인의 안타티카다. 허리 밑단 부분에 신축성 있는 편성물을 함께 구성했다. 블랙·카키·청록 등 세 가지 기본 컬러와 남극의 화이트아웃(눈과 모래 때문에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남극의 기후 현상)을 모티브로 한 프린트 안타티카 쇼트 다운도 선보인다. 프린트 안타티카 쇼트 다운은 제품 전면에 재귀 반사 원단을 사용해 은은하게 빛나는 컬러를 표현했다.



‘안타티카 코쿤’은 여성 고객을 위한 안타티카 다운이다. 무릎까지 오는 긴 길이에 코쿤 실루엣을 적용해 한층 여성스럽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후드 부분에는 라쿤 퍼를 적용해 강풍과 보온성을 강화했다. 또한 안쪽에 10cm 크기의 펭귄 인형을 제공한다.
남극 한파에도 거뜬한 ‘생존템’ 안타티카의 성공 비결
◆온·오프 병행으로 효과적 마케팅 나서



최근 유통업계의 마케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체로 온라인 판매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시점에서 온라인이 판매를 도맡는다면 오프라인은 브랜드 철학을 알리는 기지로 쓰이곤 한다.

안타티카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2020년 11월 13일부터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안타티카’를 전시하고 있다. 이번 ‘안타티카’ 전시는 ‘남극’을 주제로 현대 미술 작가 한성필, 작곡가 카입(Kayip), 건축가 삶것(Lifethings : 양수인) 세 명의 작가와 함께했다.

전체적인 공간 구성은 건축사사무소 ‘삶것’에서 진행했다. 남극의 빙하를 재해석한 설치물을 공간 전체에서 볼 수 있다. 한성필 작가는 극지의 여러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담았다. 작곡가 카입은 남극에서 채취한 소음을 활용해 사운드를 만들었다. 초지향성 스피커를 통해 특정 공간에서는 헤드폰으로 듣는 것과 같은 선명한 남극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안타티카’ 전시를 위해 코오롱스포츠 한남은 외관부터 변화를 줬다. 남극으로의 여행을 알리기 위해 한남점 입구를 공항의 입국장처럼 꾸몄다. 입구에서는 보딩 패스를 제공하며 스탬프를 찍어 준다. 관람객들에게 남극, 안타티카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지하 1층 매장 공간에서는 안타티카 상품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2013~2014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탐사대에 실제 납품, 사용됐던 안타티카 오리지널 제품을 전시해 코오롱스포츠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준다. 이후 2018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K루트 프로젝트(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극점까지 독자적으로 남극 내륙에 진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지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벽면에 설치해 안타티카의 역사를 한눈에 전달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매장으로, 코오롱스포츠의 아웃도어 룩을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안타티카 전시는 ‘남극’을 상징하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안타티카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가 즐겨 찾는 ‘힙플레이스’가 많은 한남동에 자리한 덕분에 이들의 방문이 잦다. 아웃도어 매장인 줄 모르고 찾는 방문객들도 꽤 많다는 후문이다.
남극 한파에도 거뜬한 ‘생존템’ 안타티카의 성공 비결

코오롱스포츠는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통로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네이버 쇼핑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목표 매출의 두 배가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 1주일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 10월 월매출의 약 100배를 달성할 수 있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9월 네이버 쇼핑 카테고리에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했다.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코오롱스포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안타티카 상품을 소개했고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브랜드스토어 이벤트를 통해 안타티카 소개로 구성된 라이브 방송 당일은 목표 매출의 2배를 달성했다. 또 브랜드데이 행사가 열린 약 1주일 동안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10월 매출의 100배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과 함께 추워진 날씨 그리고 편리한 모바일 환경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