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 위기 넘는 역발상 생존법]
-CGV, 극장 전용 콘텐츠 브랜드 이어 대관 서비스 론칭
-집콕 증가에 부업인 팝콘 배달도 ‘불티’
‘영화만 보던 극장은 잊어라’ 팬미팅·게임 생중계로 흥행몰이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2020년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CJ CGV를 전례 없는 위기에 빠뜨린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 돌입한 2020년 12월 CGV 관객 수와 매출액은 2019년 12월 대비 각각 94%, 93% 급감했다. 2020년 1년으로 보면 전년 대비 관객 수와 매출액이 70% 이상 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 영화관은 방역 수칙에 따라 좌석 한 칸 띄우기 시행, 음식 섭취 금지와 함께 오후 9시 이후에는 운영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CGV는 임직원 수 축소, 영업 중단, 휴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임차료 등 고정비 증가에 따른 재무 부담으로 현재 26개 극장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영화만 보던 극장은 잊어라’ 팬미팅·게임 생중계로 흥행몰이


◆ 체험·게임·콘서트…4DX 특별관에 최적


CGV는 극장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도 ‘극장만이 선사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했다. 영화를 넘어 팬미팅·게임·콘서트·강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 안으로 가져왔고 극장의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 서비스도 시작했다. 딜리버리(배달)·포장 주문 서비스도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CGV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전략은 ‘취미의 재발견’으로 요약된다. 대작 영화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면서 새로운 콘텐츠 발굴이 불가피해졌다. 영화를 넘어 각종 공연 실황, 강연, 스포츠 생중계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예술·문화 콘텐츠 브랜드 ‘아이스콘(ICECON)’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아이스콘은 영화 이외의 취미 생활과 관련한 각종 공연 실황, 강연, 스포츠 생중계 등의 콘텐츠를 CGV에서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했다. CGV는 2005년부터 관객들이 극장에서 라이브쇼·콘서트·스포츠 등을 큰 스크린과 최상의 음향으로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이어 왔다. 극장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고 싶은 고객들에게 얼터너티브 콘텐츠(대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정식 브랜드로 아이스콘을 론칭하게 됐다.

특히 아이스콘의 다양한 콘텐츠 중 4DX(오감 체험 특별관), 스크린X(다면 상영 특별관), 사운드X(3D 입체 음향 특별관) 등 특별관과 결합한 콘텐츠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2020년 9월 29일 개봉된 ‘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는 스크린X 오리지널 작품으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대표적 e스포츠 게임인 ‘롤(LoL)’은 스크린X를 통해 정면 스크린에서는 메인 중계 화면을, 좌우 스크린에서는 게임 전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미니 맵과 스탯 데이터(통계 자료)를 각각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박진감을 선사했다.

인기 공포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돌비가 들려주는 ‘공포 체험 라디오’는 바람·물·향기 등 21개 이상의 환경 효과와 모션 체어가 결합된 4DX를 통해 선보여 오감을 충족하는 색다른 체험으로 호평 받았다. 1월 27일 개봉되는 극장판 ‘토이 솔져스 : 가짜사나이2 더 컴플리트’는 2020년 유튜브 최고 화제작으로 CGV 4DX·스크린X·4DX 스크린 등 다양한 포맷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콘솔 플레이 대관 플랫폼 ‘아지트엑스(AzitX)’를 론칭했다. 아지트엑스는 CGV의 장점인 프리미엄 영사 인프라를 기반으로 콘솔 플레이를 생동감 넘치게 즐길 수 있는 대관 서비스다.

사전 예약 후 콘솔 게임 기기와 게임 콘텐츠 등을 가져가면 대형 스크린과 풍부한 사운드, 편안한 좌석을 갖춘 극장에서 지인들과 프라이빗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용 가격은 4인 기준 2시간 이용 시 오후 6시 이전 편성 회차는 10만원, 오후 6시 이후 편성 회차는 15만원이다. 4인 초과 시 1인당 1만원씩 추가 결제해야 하며 최대 10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CGV는 아지트엑스를 정식 론칭하기 전 파일럿 테스트로 CGV일산 등 4개 극장에서 시범 운영했는데 대부분 회차가 매진된 바 있다. 아지트엑스를 기획한 한승우 CGV 부장은 “코로나19로 해보고 싶었던 활동에 제약이 많아 자기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보상 심리로 아지트엑스가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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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점 메뉴 배달·굿즈 온라인 판매로 돌파구


CGV는 딜리버리·포장 주문 서비스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영화관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CGV의 팝콘·핫도그·탄산음료 등 다양한 매점 메뉴를 요기요·배달의민족·쿠팡이츠를 통해 집·공원·캠핑장 등 극장 밖에서도 즐길 수 있게 했다.

딜리버리 서비스는 2017년 서울 일부 극장에서 시작했다가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현재 서울·경기·지방권까지 확대한 것이다. 2020년 1월 기준 딜리버리 서비스가 가능한 CGV 극장은 총 68개이며 연내 전국 직영 극장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CGV는 2020년 12월부터 전국 직영 110개 극장에서 네이버 스마트 주문을 통한 포장 주문 서비스도 시작했다. 네이버를 통해 매점 메뉴를 주문하고 고객이 극장 매점에 들러 메뉴를 수령해 가는 방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상영관 내에서 음식물 섭취가 제한된 만큼 극장에서 즐겼던 식음료들을 가정에서 즐기고 싶어 하는 ‘집콕족’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CGV는 매점 메뉴 딜리버리·포장 서비스를 통해 2020년 매점 수익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고 2021년 하루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며 실적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CGV는 딜리버리 서비스의 인기에 힘입어 ‘CGV 시그니처 세트(팝콘·핫도그·탄산음료 2개)’, ‘팝콘파티팩(팝콘 M사이즈 4개)’, ‘간식파티팩(팝콘 L사이즈 2개, 스낵 2개 선택)’ 등 전용 메뉴도 선보였다. CGV는 딜리버리에 특화된 전용 메뉴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다양한 영화 관련 굿즈(상품)의 온라인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CGV는 영화 굿즈를 판매하는 ‘CGV 씨네샵’의 상품들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카카오톡 쇼핑하기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맞춰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한국 최초로 ‘해리포터’ 굿즈를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CGV 관계자는 “4DX·스크린X와 같은 특별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대 발굴하고 극장의 ‘공간’이 주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왓챠와 데이터·플랫폼 연계를 통한 온·오프라인 상호 협력, GS건설과 한국 최초의 커뮤니티 시네마 구축 등 다른 기업들과 업무 협약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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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