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스위트 홈’ 등 글로벌 히트작들 웹툰 기반으로 제작...원천 IP의 가치 무궁무진

[화제의 리포트]

웹툰을 기반으로 한 한류 콘텐츠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흥행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 역시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한류 콘텐츠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흥행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 역시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윤창민·오강호 등 7명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함께 펴낸 ‘드라마 제작사 다음은 웹툰이다’를 선정했다. 이들은 리포트에서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한류 콘텐츠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원천 지식재산(IP)으로서의 웹툰 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관련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2020년 ‘킹덤2’가 포문을 열었고 이후에도 ‘이태원 클라쓰’, ‘인간수업’,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등의 콘텐츠가 흥행을 이어 갔다.

북미 디지털 매체인 바이스(VICE)에 따르면 2020년 아시아 지역의 한국 콘텐츠 시청량은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또 아시아를 넘어 미국·캐나다·스페인·독일 등 북미와 유럽에서도 2.5배 증가했다. 문화적 차이가 있어 성공하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서구권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킹덤’과 ‘스위트홈’은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스위트홈’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4일 만에 한국을 포함해 대만·싱가포르·태국·쿠웨이트 총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한국 콘텐츠 최초로 3위까지 랭크됐다. 방탄소년단(BTS)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와 비슷하다.

이렇듯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K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웹툰이 원작이라는 점이다.

한국 문화업계 다양성 높여

웹툰은 참신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할리우드를 뛰어넘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장르가 한정적이었던 한국 문화업계에 다양성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콘텐츠업계는 이런 웹툰을 발판 삼아 전 세계에서 성공하는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는 웹툰의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의 시장 환경이 웹툰을 향한 ‘러브콜’을 늘어나게 한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특정 플랫폼에서만 시청 가능한 동영상을 의미한다.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 보유는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가격을 통한 양적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필수가 됐다. 오리지널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가 된 만큼 원천 IP로서의 웹툰의 가치 역시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킹덤’과 ‘스위트홈’과 같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IP의 가치는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웹툰의 수익은 크게 3가지 단계에서 발생한다.

우선 1차적인 수익은 독자의 열람을 위해 웹툰이 제작·유통되는 것에서 나온다. 2차 수익은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영화·게임·캐릭터 등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단순히 웹툰만을 유통해 얻는 수익은 유료 결제, 광고 수익으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이것이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가 되면 ‘원 소스, 멀티유스’로 수익 확장에 한계가 없어진다.

서사성을 살린 영화·드라마·뮤지컬·연극은 물론 게임·캐릭터 등 다양한 종류로 확장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 낸 콘텐츠가 성공하면 다시 웹툰 원작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한 번 웹툰 유통 수익이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를 낸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의 성공으로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경이로운 소문’ 등의 웹툰 원작이 다시 상위권 순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한국판 ‘마블’ 등장할 수 있을까

게다가 좋은 IP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부가 가치 창출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 만화 IP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마블’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마블은 1930년대부터 슈퍼 히어로물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마블 만화는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관, 인물 관계도가 담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영화·드라마 확장과 관련된 판권 사업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 마블에 기반한 영화가 흥행을 거뒀다. 디즈니는 마블을 약 4조6000억원에 인수했는데 10년간 마블 영화로 21조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또 마블 IP의 2차 제작은 미디어를 넘어섰다. 피규어 등 캐릭터 상품에서 발생한 부가 가치는 추산조차 불가할 정도다. 디즈니는 2017년부터 디즈니랜드(디즈니의 테마파크)에 마블 히어로 콘셉트의 어트랙션을 신설하고 마블 전용 구역을 마련하는 등 오프라인에서 마블 팬의 지갑을 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보더라도 웹툰 시장의 고성장과 2차 제작 원천 IP로서의 웹툰 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점인 만큼 밸류체인 내 중소형 업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키다리스튜디오·디앤씨미디어·대원미디어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말 레진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를 인수한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 인수로 높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유럽에 국한됐던 진출 국가가 미국과 일본까지 확장됐다.

레진은 한국·미국·일본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사업을 펼쳐 왔다. 2019년 미국 매출액은 71억원, 일본 매출액은 33억원이었는데 지난해 각각 110억원, 73억원으로 고성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키다리스튜디오는 콘텐츠 측면에서도 ‘BL(Boy’s Love)’, ‘GL(Girl’s Love)’, 로맨스에 국한됐던 장르를 레진을 인수하면서 성인물과 전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웹툰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성공한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상화(드라마·영화) 제작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앤씨미디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 혼자만 레벨업’, ‘황제의 외동딸’ 등의 대표 콘텐츠를 미국의 웹툰 플랫폼인 태피툰과 타파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최근 ‘스위트홈’과 ‘킹덤’ 등의 한국 콘텐츠가 연이어 미국 시장에서 흥행한 만큼 디앤씨미디어의 미국 진출 성공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현재 태피툰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은 550만 뷰로 1위를 기록 중이다.

대원미디어는 기존 오프라인 출판에서 온라인 출판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웹툰 등에 다양한 웹소설과 웹툰 콘텐츠를 판매 중이다.

매출 내 온라인 사업의 비율은 2017년 25%에서 2020년 45%로 꾸준하게 상승 중이다. 웹 소설 론칭 이후 흥행작은 웹툰화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 전략을 지향하고 있고 ‘101번째 여주인공’, ‘흰 사슴 잉그리드’ 등의 자체 제작 웹툰도 늘어나고 있다.

자체 제작 웹툰은 IP를 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만큼 수익 배분율이 높고 향후 영상 제작 시 IP 판매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온라인 확장과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으로 올해 대원씨아이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448억원이 기대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