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장 관객 수 전년대비 73.7% 급감... 제작·배급사 등 영화 생태계 ‘연쇄 충격’

지난해 3월 서울시내의 한 영화관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국경제신문
지난해 3월 서울시내의 한 영화관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국경제신문
[커버 스토리]

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동시에 국내에선 '기생충' 흥행에 힘입어 2019년에 관객 2억 2700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관람객 최고를 기록했다

‘기생충 열풍’으로 정점에 올랐던 한국 영화 산업은 지난 1년 전혀 다른 상황과 마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전 산업군이 크고 작은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에서도 영화 산업은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탓이었을까. 지난해 초부터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차차 끊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영화관은 좌석 한 칸을 띄워야만 예매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영화관에서 팝콘 등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부가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개봉 미룬 ‘서복’, 넷플릭스 택한 ‘승리호’

영화 산업의 붕괴는 여러 통계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2020 한국 영화 산업 주요 부문 매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2019년 2조5093억원에서 2020년 9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63.6% 감소했다. 극장 관객은 반 토막 났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2020년 극장 관객 수는 약 73.7% 급감한 것으로 집계된다. 20여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개봉을 기다리던 신작 영화들 또한 일정 차질이 불가피했다. 배급사들은 코로나19로 관객이 적게 드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봉했다가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신작 개봉을 미루고 있다.

극장가의 ‘텐트폴(시장을 이끄는 주력 영화)’로 꼽힌 공유·박보검 주연의 ‘서복’은 지난해 연말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뤘다. 제작비만 100억원대의 대작으로, 연말 극장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개봉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예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개를 택한 영화들도 있다. 지난해 3월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에 120억원 규모에 판권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스릴러 영화 ‘콜’, 차인표 주연의 코미디 영화 ‘차인표’가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올해도 ‘넷플릭스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승리호’도 2월 5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당초 ‘승리호’는 극장 개봉을 염두에 뒀지만 얼어붙은 극장가로 인해 넷플릭스를 택했다.

신작 영화는 관객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관객이 급감하자 영화가 개봉을 미루거나 아예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곳도 생기면서 지난 1월 18일 한국의 대표 멀티플렉스 3사(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신작 개봉을 독려하기 위해 개봉 지원금을 제공하는 유인책을 발표했다. 개봉 지원금은 직영점에 관객 1인당 1000원, 위탁점에 관객 1인당 500원이다. 한국 영화와 외화 구분 없이 영화별로 개봉 이후 최대 2주간 영화 관객 수에 따른 부금(입장료 수입 중 배급사가 받는 금액)에 추가 지원금을 정산해 지급한다.

극장들이 본인들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결국 신작 개봉만이 극장을 다시 살릴 유일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자세한 내용은 2월 15일 발행되는 한경비즈니스 1316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