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C "SK, 10년간 생산·수입 금지" 결정
더 불리해진 SK, 합의 서두를 듯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제1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제1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2월 10일(현지 시간) 미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 10년 간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한해서는 각각 4년,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른 자국 기업과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면서도 "다만 SK이노베이션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결과 유감"…LG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 제시하라" 압박
이날 LG에너지솔루션도 입장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라며 "이제라도 지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한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 하루라도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단호하게 임하겠다"고 밝혀 SK이노베이션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소송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약 3조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1·2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제1공장은 2022년 1분기, 제2공장은 2023년 1분기부터 각각 양산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번 ITC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ITC 판결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직속기관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현지 배터리 공장이 미국 조지아주 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을 어필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에 다른 배터리 공급사를 찾을 유예 기간을 둔 만큼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미국 배터리 공장 건립 뿐 아니라 현지 학교에 장학금 기부와 의료기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비용 등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왔다. SK이노베이션 미국법인은 2020년 6월 미 국무부가 발표한 '투자 우수기업'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터리 2공장 양산이 시작되는 2023년 말에는 미국인들을 위한 2600여 개 일자리도 창출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에 실패한다면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합의를 시도했으나 합의금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ITC 판결 이후 60일 이내 양 사가 합의를 본다면 이번 명령을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ITC 판결 전보다 더욱 불리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