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 黃 “조국 파면 안 하면 심각한 상황 올 수도” ... '정권 퇴진'까지 치닫나
- 與는 사법개혁 등 맞대응 속 일각선 "조국 결단해야" 목소리

- 누가 '호랑이 등' 에서 먼저 떨어지나 '촉각'
 구호 외치는 황교안 대표
    (서울=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촛불 투쟁'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9.19 [자유한국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19-09-19 23:15:36/
구호 외치는 황교안 대표 (서울=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촛불 투쟁'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9.19 [자유한국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19-09-19 23:15:36/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는 여권과 자유한국당이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머리를 깎은 이후 장외와 장내 정책 ‘투트랙 투쟁’을 병행하고 있다. 여권을 향한 발언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 장관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조 장관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다.

이에 여권은 사법 개혁과 총선 물갈이 카드 등을 내밀며 정면 돌파할 태세다.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 승부가 결판날 때까지는 여야 간 치킨게임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 “진정한 정치인 돼” vs “삭발+α가 중요”

황 대표의 삭발은 대여 정면 투쟁 선언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 대표의 삭발은 황 대표가 처음이다. 그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다.

당내에서도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4선 중진 의원은 “지난 2월 27일 취임한 황 대표가 선거법 등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항거해 장외투쟁에 나섰을 때만 해도 타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 항거하는 수단으로 번번이 장외로 나가는 것 이외에 별다른 효과적인 대여 투쟁 수단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조국 사태가 벌어진 초기부터 더 강력한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지만 똑같은 방식을 택해 당내에서조차 식상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조국 청문회’실시 여부를 두고도 당 지도부가 오락가락한 터에 이런 불만들이 더해져 삭발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삭발 투쟁이 보수 연대·통합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 황 대표는 9월 10일 바른미래당에 ‘조국 퇴진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했다. 또한 중도층과 청년층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 지도자는 항상 자신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자산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치사에서 삭발 투쟁은 강력한 대여 투쟁을 상징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삭발 투쟁으로 관료 출신에서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삭발 투쟁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황 대표 측근인 추경호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며 “당내에선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고 흔드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일순간에 들어갔다”고 했다.

황 대표의 리더십에 잇단 비판을 가했던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도 “당 대표가 결연한 의지로 삭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교수는 “강경 투쟁 속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삭발 투쟁+α’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에 ‘공천 눈도장 찍기용 쇼’가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떠난 민심을 끌어오려면 투쟁만이 아닌 호소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도 “정교하게 프로세스를 밟아 이번만큼은 1회용 퍼포먼스가 되지 않도록 잘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여당은 일찌감치 공천 룰을 확정한데 이어 구체적인 물갈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인적 쇄신 말만 해놓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삭발·장외투쟁만 보이고 새 인재를 영입하는 등의 쇄신 움직임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당 대표 직속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가 소득 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한국당만의 경제정책 대안을 담은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한 것은 이런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것이다.

민부론의 핵심은 시장경제 원리를 회복하고 투자 혁신 성장 정책을 제고하는 등 자유시장 경제정책을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다만 황 대표가 반(反)조국 투쟁을 보수 연대·통합으로 연결 지으려는 구상은 벽에 부닥친 양상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반조국 연대’를 당 분열을 가속화하는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투쟁 연대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이를 당 대 당 통합이나 더 깊은 단계의 연대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 연대와 통합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 양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의 향후 투쟁 방향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치닫느냐다. 한국당 일각과 당 밖 보수 진영 내에선 ‘정권 퇴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번 기회에 친북 좌파 정권을 종식시키자”고 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도 “문재인 사회주의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도록 하자”고 했다.

황 대표는 이런 목소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아직 그럴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 대표의 공식 요구는 ‘문 대통령의 사과와 조 장관의 파면’이다.

황 대표는 9월 18일 광화문 촛불집회장에서 “범죄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세우다니 말이 안 된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조국을 끌어내려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이 정권을 우리가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헌정 파괴’, ‘정권 심판’, ‘목숨을 걸고 싸우자’는 등의 언급을 되풀이하면서도 ‘정권 퇴진’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장은 “정권 퇴진 운동은 잘못하면 헌정 질서를 흔드는 문제”라며 “아직 그런 것을 섣불리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한국당의 고위 당직자도 “정권 퇴진 운동은 파국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런 카드를 지금 꺼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추 부총장은 다만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 결과가 확실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대로 둔다면 이는 또 다른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문 대통령이 민심 역주행을 끝내 고집한다면 국민의 더 큰 분노와 압도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돌이키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 장관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정권 퇴진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여권은 민생·개혁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한국당을 향해 “조 장관 낙마 집착 100분의 1이라도 민생에 쏟아라”고 몰아세우며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이 9월 18일 법무부와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를 열고 세입자가 요구할 땐 주택 전·월세 거주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집단소송제도 전면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 일환이다. 이는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도 있다.

총선 대거 물갈이를 흘리고 있는 것도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강경 투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물갈이설이 터져 나온 것에 대해 뒷말도 많다. 물갈이 폭 확대로 조 장관 임명으로 악화된 여론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9.18
    cityboy@yna.co.kr/2019-09-18 09:01:27/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9.18 cityboy@yna.co.kr/2019-09-18 09:01:27/
◆ 민주당, 정면 돌파 천명 속 “조국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게 될라…”

여권은 ‘조국 국정조사 단호히 반대’ 등을 외치며 ‘마이웨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도 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러다간 내년 총선을 다 망친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의 결단을 요구하는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내부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진전 상황에 따라 조 장관의 사퇴 목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수사에서 조 장관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더 이상 방어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찰의 시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조 장관이 후보자 시절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어야 했다”며 “지금은 해임도, 그대로 가기도 여권으로선 부담이다. 자칫 ‘조국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9월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9월 둘째 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4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상승한 53%였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를, 부정 평가는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9월 16~18일 전국 성인 2007명(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2.2%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한 주 전보다 3.4%포인트 내린 43.8%로 집계됐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온통 조국 공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도 여권으로선 부담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기 국회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제2의 조국 청문회’로 삼겠다며 당력을 모으고 있다. 이제 ‘누가 호랑이 등에서 먼저 떨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이 된 형국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