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제 활력 제고 등 5개 핵심 과제로 선정
-한국당, 기업활성화법 등 7대 중점 법안 추진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20대 국회 들어 법안 제출 수는 2만1621건(9월 6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20대 국회 임기가 아직 9개월 가까이 남았지만 이미 19대 국회(1만 7822건) 4년 전체 건수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처리율은 29.37%로 역대 최저다. 16대 국회(65.98%)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의원들의 ‘실적 쌓기용 마구잡이 발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하지 않는 국회’ 탓도 크다. 올 들어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 사태와 추가경정예산안 논란, 조국 사태 등으로 본회의는 4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국회 17개 상설 상임위원회 가운데 외교통일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정보위원회 등 4개는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처리가 시급한 경제 활성화 법안들도 먼지만 쌓여 있다. 여야 모두 “민생과 경제를 살리자”고 외치면서 임시국회 시작 때마다 중점 처리 경제 법안 목록을 내놓고 있지만 말에만 그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각 정당들은 정기국회 입법 과제를 제시하면서 경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할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 “대내외 경제 상황 안좋다…경제 살리기에 최우선 가치”
민생입법추진단을 한·일 경제전(戰) 예산·입법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한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 특별법에 ‘장비’를 추가해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법 개정 요구가 많은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화관법은 2013년 개정됐다. 유해 물질 안전 기준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 늘어났다. 내년부터는 저압 가스 배관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가 더 엄격해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석유화학 기업은 한 번만 위반해도 1년 넘게 공장을 세워야 할 판이어서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설비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폐업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2013년 화평법 제정으로 연간 1톤 이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이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 수는 2030년까지 7000개로 늘어난다. 기업들은 등록비용은 물론 민감한 영업 비밀이 새나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소재·부품 기업의 연구·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기업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여야가 두 법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심사 대상에 이 두 법을 올려놓지도 않았다. 시민 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거센데다 정부도 부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 경제 활력 제고, 신산업·신기술 지원, 민생 지원, 청년 지원, 사회간접자본(SOC)·안전 등 5가지 분야 핵심 과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제 활력 제고 입법 과제는 유턴기업지원법·상생형일자리법(국가균형발전법)·금융투자활성화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다.
신산업·신기술 지원 입법 과제에는 기업활력법과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수소경제법·벤처투자촉진법·벤처캐피털(CVC)법이 포함됐다.
민생 지원 입법 과제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유통산업발전법·기술탈취금지법·농업소득보전법 등이다. 청년 지원 입법 과제로는 청년기본법·청년정치참여확대법 등을 선정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민생경제·입법·예산을 책임지는 민의의 정당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국회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회복에 최고의 가치를 둬 정기국회를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법 추진단장인 윤후덕 의원은 “입법 과제별로 책임 의원을 정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법인세법·서비스발전법 등 이견 큰 법안 많아 처리 ‘난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 이름 아래 시행령 개정을 통해 ‘5%룰(상장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때 보고 의무화)’ 둥을 추진한 진행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초부터 추진해 온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 논의는 잠시 미뤄둘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은 국민 부담 경감 3법, 소득 주도 성장 폐기 3법과 기업경영활성화법·노동유연성강화법·국가재정건전화법·건강보험기금정상화관련법·생명안전뉴딜법 등을 정기국회 7대 중점 추진 법안으로 지정했다.
국민 부담 경감 3법은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내용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유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1세대 1주택자 재산세를 감면하는 지방세법, 공시가격·지가 인상을 방지하는 부동산가격공시법 등이다.
소득 주도 성장 폐기 3법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서면 합의 땐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가능하게 하고 최저임금을 월로 환산할 때 주휴 시간을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다.
탄력적 노동시간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법안도 마련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업종 지정 등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경영활성화법은 법인세율 인하법, 상속세·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소상공인기본법, 소상공인보호·지원법, 해외진출기업국내복귀지원법 등이다.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고 기업 세액공제, 가업 상속 공제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한국당은 국가 채무 총액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고 재정수지 적자 폭을 2% 내로 관리하게 하는 재정건전화법,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총선용 현금 살포를 막는 국가재정법·지방재정법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은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규제개혁법, 신성장육성법,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법 등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각 당의 이런 법안들이 입법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최고 세율(25%) 적용 과세표준을 3000억원 초과에서 500억원으로 낮춰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자는 법안을 발의해 놓았다.
반면 한국당은 과표 2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선 현 10%인 세율을 8%로, 2억원 초과 구간은 현 20~25%에서 20%로 각각 낮추는 ‘맞불 법안’을 제출했다. 파업 기간 중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환노위 소관 법안들도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같은 명칭의 법안이라고 하더라도 입법 방향에 대해 현격하게 시각차를 보이는 법안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두 당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이번 정기국회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보건·의료 분야 제외’ 문구를 넣지 않고는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그렇게 되면 ‘반쪽 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등 민주당과 한국당이 모두 개정을 추진하는 ‘빅데이터 3법’도 가명 정보 활용 범위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크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놓고 민주당은 6개월 연장, 한국당은 1년 연장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선택적근로제에 대해선 민주당은 정산 기간을 현행대로 1개월 연장, 한국당은 3개월 이상 연장을 고수하며 부딪치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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