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경기도·인천 등 집값 상승률 낮고
- 미분양 물량 많은 지역에 또 건설
공급과잉 지역에 또 들어서는 ‘3기 신도시’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3기 신도시 후보지가 추가 발표됐다. 기존에 지정됐던 남양주 왕숙(6만6000호), 하남 교산(3만2000호), 인천 계양(1만7000호)에 이어 부천 대장지구(2만호)와 고양 창릉지구(3만8000호)가 추가로 지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북동쪽에 남양주 왕숙지구, 남동쪽에 하남 교산지구, 남서쪽에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지구, 북서쪽에 고양 창릉지구가 지정돼 지역적 균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제하에서 집값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 그리고 유동성인 만큼 이번 공급 계획 발표는 집값 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 부족한 서울은 빠진 3기 신도시

하지만 문제가 있다. 공급이 필요한 곳과 공급이 이뤄지는 곳이 같은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3기 신도시의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에는 서울의 집값 상승이 있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간(2017년 5월~2019년 5월)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18.4%에 달한다.

반면 이번에 대대적으로 공급되는 경기도는 4.6% 상승에 그쳤다. 인천은 더욱 심각한 1.3% 상승에 그쳐 전국 평균 상승률 3.5%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급과잉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미분양 물량에서도 차이가 많다. 서울은 미분양 물량이 770채에 불과한데 경기도는 그보다 열 배에 가까운 7305채의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인천은 2454채).

불 꺼진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사 완료 후 미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서울은 공사 완료 후 미분양 물량이 60채에 불과한 반면 경기도는 2477채로 40배가 넘는다. 인천도 공사 완료 후 미분양 물량이 584채로 서울의 열 배에 가깝다. 한마디로 공급이 부족한 서울이 아니라 공급이 많은 곳에 3기 신도시를 짓겠다는 것이다.

후보지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남양주 왕숙신도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남양주 주택 시장 전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남양주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2%에 그쳐 전국 평균은 물론 경기도 평균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남양주 집값 상승률이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공급과잉에 있다. 남양주에는 지금도 450채의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공급과잉 지역이다. 가구 수 대비 미분양 비율로 따져 봐도 수도권 64개 지역에서 11위로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지역이다.

지난 2년간 10.4%가 오른 하남 지역은 양호한 편이다. 하남 교산은 강남 접근성이 좋은 편이어서 3기 신도시에서 고양 창릉과 함께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지역이다.

하남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20채에 불과하고 가구 수 대비 미분양 비율이 남양주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울 업무 중심지와의 교통 문제다. 전철이 없는 상태에서 3만2000가구가 입주한다면 서울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유일한 통로인 서하남로의 교통 체증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 1기·2기 신도시 집값 타격

인천 계양신도시나 부천 대장신도시의 영향을 받는 곳은 부천보다 인천 계양구나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다. 부천 대장신도시가 들어서도 기존에 지하철 7호선이 통과하고 도시 기반 시설이 잘 갖춰 있는 중동이나 상동신도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입지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포공항의 소음 문제 등을 감안하면 부천 대장신도시는 기존의 부천 다른 지역보다 장점이 적다. 다만 인천 계양신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이 일대의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도 1.8%밖에 오르지 않은 인천 계양구뿐만 아니라 지난 2년간 0.9%나 집값이 하락한 인천 서구 지역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검단신도시가 포함된 인천 서구는 안성, 인천 중구, 평택과 함께 수도권에서 가장 공급과잉(미분양)의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다.

인천 계양신도시나 부천 대장신도시는 간접적으로는 김포 한강신도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포 지역도 지난 2년간 3.1% 상승에 그쳐 경기도 평균은 물론 전국 평균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기존 신도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3기 신도시는 고양 창릉지구다. 서울시청을 기준으로 20km 가까이에 자리한 다른 후보지와 달리 10km 내외에 들어선다는 점, 대곡역이나 연신내역을 통해 개통이 확정된 GTX A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지 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20km나 떨어진 1기 신도시 일산이나 30km나 떨어진 2기 신도시 운정보다 입지가 좋아 기존의 두 신도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현 정부 출범 후 2년간 일산 지역이나 파주 지역은 거의 오르지 못했다. 일산 동구는 0.8%, 일산 서구는 1.0% 올랐고 파주 역시 1.4% 상승에 그쳤다. 경기도 평균 4.6%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승률이다.

두 지역 모두 전통적인 공급과잉 지역이다. 고양시는 현재도 408채의 미분양 재고가 남아 있다. 이는 남양주에 이어 경기도에서 다섯째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파주는 GTX 발표 이후 미분양이 꾸준히 줄어 지금은 미분양이 12채밖에 남지 않았지만 불과 4년도 되지 않는 2015년 12월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서 둘째로 많은 4285채나 되는 등 전통적으로 미분양이 많은 지역이다.

그 지역의 수요 대비 집을 지을 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고양 창릉지구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기존 1기 신도시인 일산이나 2기 신도시인 운정신도시의 집값이 하락할 것은 눈에 보듯 빤한 이치다.

특히 1기 신도시인 일산은 타격이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 창릉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때쯤에는 일산은 30년이 넘은 낡은 도시가 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신도시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곳에 새 도시가 들어서는 것은 기존 신도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신도시와 비교해 입지가 비슷하거나 앞선 곳에 새 도시가 들어선다면 기존 신도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