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PB 20인 설문, 중국·유럽 등 해외 주식형 펀드 ‘강추’

2015년도 이제 막바지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눈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시장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최고의 재테크 상품을 찾기 위해서다. 상위 1% 부자들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평범한 직장인들도 은퇴 후 ‘인생의 2막’을 설계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가 프라이빗 뱅커(PB) 20인을 대상으로 2015년 4분기 펀드 투자의 키포인트를 짚어봤다.

‘배당 펀드 유망’ 60%…원자재·그룹주 피하라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침체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4분기에는 해외 선진국 중심의 펀드 투자가 유리할 전망이다. 또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배당주가 긍정적이다. 국내 증권사 PB 20인이 말하는 2015년 4분기 펀드 투자 전망이다.
PB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기대 수익을 낮춘 단기 투자를 권장했다. 펀드 투자 기간에 대한 질문에 전체 PB 20명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이 ‘1~3년’을 꼽았다. 심지어 5명은 ‘1년 이하’ 투자를 권했다. 나머지 4명은 ‘3~5년’을 지목했고 ‘5~10년’과 ‘10년 이상’은 각각 1표씩 받는데 그쳤다.
정형준 NH투자증권 PB는 이와 관련해 “미국 금리 인상 이후의 불확실성 제거 및 중국 경제의 완만한 상승이 1~3년 정도 투자에 유리한 상황을 줄 것”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위험관리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당 펀드 유망’ 60%…원자재·그룹주 피하라
국내선 주식형 펀드 유망 55%
먼저 전문가들은 2015년 4분기에 국내보다 해외 주식형 펀드가 유망하다고 답했다. 전체 PB 20명 중 65%에 해당하는 13명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시장의 저성장에 따라 해외 유망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펀드 거래 유망 시장으로는 7명의 PB가 ‘중국’을 꼽았고 ‘유럽(6명)’과 ‘미국(4명)’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은 경착륙 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 기대감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8월 일반 공공 예산 지출이 1조280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정책 당국의 추가 경기 부양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일부 중국 언론에서는 정부가 연간 1조2000억~1조5000억 위안의 경기 부양책(재정 확대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목표치 대비 2조 위안 정도의 재정 여력을 가지고 있어 재정 확대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PB들은 이 같은 정책 효과가 4분기 이후 나타날 것이며 그동안 공급 중심이었던 중국이 소비의 주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른바 거대 소비 시장의 개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9명의 PB가 중국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5~7%’ 정도로 예상했다. 7~10%의 수익률을 예상한 PB도 3명 있었다.
유럽은 양적 완화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초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한데 이어 오는 12월 추가 경기 부양책 실시를 예고했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올해 마지막 회의(12월 3일)에서 부양 프로그램을 검토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모든 통화정책 도구 사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동성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유럽 증시는 물론 뉴욕 증시까지 일제히 밀어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PB들은 유럽 주식형 펀드의 예상 수익률을 ‘3~5%(9명)’ 정도로 내다봤다. 정호웅 KDB대우증권 PB는 “유럽 시장은 ECB의 양적 완화와 중국의 금리 인하로 상승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적 완화 이후의 경기 및 각종 지표의 회복이 예상되는 미국도 빼놓을 수 없다. 금리 인상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존재하지만 물가가 안정세인 상태에서 고용 여건이 개선되고 서비스업과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주식형 펀드의 예상 수익률은 ‘1~3%(7명)’ 정도다.
한편 해외 주식형 펀드의 투자 전망은 내년에도 밝다. 정부가 해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매매 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를 내년부터 2년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에 가입하면 1인당 최대 납입 금액 3000만 원까지 10년간 양도 차익과 환차익 등을 과세하지 않아도 된다. 해당 상품은 자산 운용사의 기존·신규 펀드에 관계없이 내년부터 비과세 계좌를 통해 신규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당 펀드 유망’ 60%…원자재·그룹주 피하라
‘배당 펀드 유망’ 60%…원자재·그룹주 피하라
배당 기대주는 SK텔레콤·삼성전자
그러면 국내 펀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국내 펀드 상품 중 ‘주식형 펀드(11명)’가 4분기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혼합형 펀드’는 5명, ‘채권형 펀드’는 4명이 추천했다. 예상 수익률도 차이를 보였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5~7%’, 혼합형 펀드의 수익률은 ‘3~5%’,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1~3%’ 정도일 것으로 예상됐다.
유망 주식형 펀드 종목으로는 전체 응답의 60%에 해당하는 12명이 ‘배당주’를 꼽았다. 배당주 펀드는 수익률이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주가가 소폭 하락하더라도 배당금이라는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8%대 정도로 5%대인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2015년 4분기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PB 15명이 ‘1~3%’ 사이로 예상했다(‘1~3%’ 8명, ‘3~5%’ 7명). 설문에 참여한 한 PB는 “배당주는 증시가 하락할 때에도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손실이 적다”며 “다만 배당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 둔화 시점이 도래한 만큼 수익은 이전 시즌보다 밑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4분기 이후 가장 기대되는 배당주 종목은 ‘SK텔레콤’인 것으로 나타났다. PB 20인에게 복수 추천(전체 60표)받은 결과다. SK텔레콤은 무려 12표를 받으며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CJ헬로비전 인수로 KT와 2강 체제를 확립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예상되고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이 보유한 케이블 TV와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알뜰폰 사업 등을 흡수하며 무선통신 분야는 물론 유료 방송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혁 하이투자증권 PB는 “SK텔레콤은 높은 유보율을 비롯해 꾸준한 영업이익률과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전통적 배당주”라고 말했다.
유망 배당주 2위는 3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7표)’가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7일 시장 예상치인 6조5915억 원을 크게 웃돈 7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잠정)을 냈다고 밝혔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 효과가 3분기 실적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여기에 주주 친화 정책이라는 내부 호재도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9일 11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을 전량 소각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1.30% 오른 132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39만2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는데 이는 5월 4일 140만 원(종가 기준)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KT&G도 유망 배당주 3위(4표)를 차지했다. KT&G는 3분기 담배와 홍삼 사업의 양호한 실적으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KT&G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조1344억 원, 영업이익은 7.9% 늘어난 3705억 원을 기록했다. 담뱃세 인상 여파로 총수요 및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판매 단가 상승에 힘입어 내수 매출 감소 폭을 줄인 결과다. 또한 3분기 국내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59.2% 정도로 전 분기 대비 0.7% 포인트 상승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한편 PB들은 2015년 4분기 ‘그룹 펀드’와 ‘원자재 펀드’에 투자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룹 펀드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10명이, 원자재 펀드는 무려 12명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재익 유안타증권 PB는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경쟁 과열로 국내 그룹의 추가 성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그룹보다 성장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재는 자체의 변동성이 워낙 크고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로 추가 하락마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당 펀드 유망’ 60%…원자재·그룹주 피하라

한국투자공사가 주최한 공공펀드 공동 투자협의체 콘퍼런스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11월 2일 열렸다. 켄드릭 윌슨(왼쪽부터) 블랙스톤 부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대표, 글렌 오거스트 오크힐어드바이저스 대표,
찰스 댈라러 파트너즈그룹 부회장 등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