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차별화 경쟁, 문화·예술 이벤트 도입 붐

카페가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어 경쟁이 심해지면서 카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카페를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다.
카페 프랜차이즈인 탐앤탐스는 신진 작가, 인디 뮤지션, 독립 무료 영화 등을 고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문화·예술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2013년 독립 영화 무료 상영회인 ‘인디스카이데이’를 기점으로 문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탐앤탐스의 ‘인디스카이데이’는 아셈타워에 자리한 탐스커버리 매장에서 매월 수요일마다 독립 영화들을 상영하는 행사로, 당일 관람객에게는 아셈타워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1+1 음료 쿠폰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탐앤탐스는 카페에 갤러리를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 소재 탐앤탐스 블랙 매장 6곳과 탐스커버리 건대점 등 총 7곳을 ‘갤러리탐’이라는 이름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갤러리탐 매장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탐앤탐스가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작품을 전시 중인 ‘갤러리탐’은 2개월마다 신진 작가를 새롭게 선정해 작품을 전시, 현재 12기 작가들이 전시하고 있다. 한 매장에 한 작가가 선정돼 매장마다 제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면 일반 갤러리처럼 구매할 수도 있다.
탐앤탐스는 또 탐앤탐스 블랙 청계 광장점에서 인디 뮤지션 공연 ‘탐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있다. ‘탐스테이지’는 올해 5월부터 시작했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 등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 영화 틀고 미술품 전시
CJ 계열 카페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말 가로수길점을 새로운 형태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 단장했다. ‘아트 오브 투썸’이란 콘셉트로 리뉴얼한 가로수길점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전시하고 관련 아트워크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존의 매장과 차별화했다. 올해에는 배우이자 화가인 하정우 씨의 작품을 전시하고 관련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 가로수길점은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아트 오브 투썸이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인천국제공항에 CJ E&M의 음악 채널인 엠넷(Mnet)과 CGV 협업 매장도 선보이고 있다. 1층 입국장에 자리한 투썸플레이스는 앞쪽을 엠넷 라운지로 꾸미고 태블릿 PC로 만든 주크박스를 통해 엠넷이 선곡한 국가별·상황별 추천 음악을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3층 출국장에는 CGV와 협업,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국내외 영화 속 명대사 등 CGV의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또다른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는 지난 5월 서울대에 ‘할리스 커피클럽 크리에이터스 라운지’를 오픈했다. ‘크리에이터스 라운지’는 복합 예술 공간으로 음대와 미대 재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직접 제작한 창작물을 전시하거나 소규모의 공연·콘서트·세미나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 공간 서비스 매장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문화 마케팅 중심의 차별화를 꾀한다면 독립 카페들은 협업이나 이색적인 시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옥 카페 ‘카페 미러룸’은 모든 방문객이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유명 브랜드의 샘플 제품을 받아 갈 수 있다. 국내 최대 화장품 커뮤니티 ‘파우더룸’을 기반으로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샘플 제품은 수령하기 전 카페 내부에 진열돼 있는 제품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비행기 일등석’ 부스도 설치
또 서울 신천동의 카페 ‘퍼스트클래스’에는 말 그대로 비행기 일등석을 떠올리게 하는 부스 6개가 놓여 있다. 음료를 주문하면 종업원은 여객기 실내처럼 꾸민 부스 안으로 안내하고 여기서 손님은 눈 안마기를 착용한 채 안마 의자에 앉아 15분 동안 전신 안마 서비스를 받는다. 안마 서비스가 끝나면 부스 밖 테이블에서 음료가 제공된다.
낚시터와 카페를 결합한 낚시카페도 등장했다. 서울 신림동의 ‘LOVE낚시카페’에서는 시간당 1만 원의 이용료를 내면 낚시를 하면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320㎡ 남짓한 카페 가운데에는 80톤 정도의 물이 담긴 수조가 있다. 여기에는 비단향어·비단잉어·향어·메기·금붕어 등 물고기 5000여 마리가 담겨 있다. 카페에서는 가장 큰 물고기를 잡은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도 연다.
추리력이나 계산력이 필요한 게임과 카페를 접목한 ‘방탈출 카페’도 있다. 두 명에서 여섯 명이 한 방에 들어가 퍼즐이나 장치를 풀고 한 시간 내에 방을 빠져나가야 하는 방식이다. 서울 서교동의 한 방탈출 카페에서는 게임이 진행되는 방과 별도로 카페 공간을 꾸며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목공·플라워 카페 등은 주택가를 중심으로 낮잠·휴식 카페도 회사가 많은 도심 속에 등장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돋보기
‘커피는 공짜’…유럽서 유행하는 ‘안티 카페’
최근 프랑스·러시아·영국 등 카페 문화의 본거지인 유럽에서는 ‘안티 카페(Anti Cafe)’가 유행 중이다. 안티 카페는 커피 등 식음료는 무료이고 카페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요금을 계산하는 신개념 카페를 말한다. 식음료 서비스에 주된 고객 가치를 뒀던 기존의 카페와 달리 커피보다 ‘휴식 공간’을 찾는 현대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에 충실하려는 역발상이 ‘안티’라는 이름에 반영된 것이다. 만남의 장소가 필요하거나 업무를 처리할 때나 문화적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이 회사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으로 안티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제 카페 시스템은 2011년 모스크바에서 1분당 1루블(약 30원)을 받는 ‘치페르블라트(Ziferblat)’라는 카페가 개설되면서 처음 시작됐다. 치페르블라트는 독일어로 ‘시계’라는 뜻이다. 홈페이지에는 ‘당신이 이곳에서 사용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무엇이든 무료입니다’라는 문구가 있어 창업자의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유행을 타고 한국에서도 첫 안티 카페인 ‘카페 큐브’가 문을 열었다. 서울 신도림동에 들어선 카페 큐브에서는 대화가 금지돼 있다. 전화 통화도 금지다. 대화나 전화를 하려면 바깥 복도나 휴게실을 이용하는 것이 규칙이다.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료는 공짜. 그 대신 머무르는 시간에 비례해 요금을 받는다. 책 500여 권과 개인 컵 홀더, 전기 콘센트, 무료 와이파이 등 휴식이나 업무에 필요한 모든 환경을 제공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커피 마시며 낚시’… 게임 결합한 카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