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년 만에 전국구 강소기업 변신, 철저한 ‘타깃 마케팅’으로 승부

요즘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이지만 한국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카 셰어링’, 즉 자동차 공유 비즈니스를 처음 시도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2년 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SOCAR)’다.
쏘카의 경쟁력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사업 첫해인 2012년 3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이듬해 25억 원, 2014년 147억 원, 올해는 500억 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 사이 회원 수는 3000명(2012년)에서 올해 8월 18일 현재 95만 명으로 폭증했고 보유 차량 대수도 100대에서 3000대로 늘었다. 창립 3년 만에 회원 수는 316배 늘었고 매출액은 첫해에 비해 올해 166배 뛰어올랐다. 지방의 유망 스타트업이 전국구 강소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카 셰어링 1위’…제주 기업 쏘카의 기적
제주 생활에서 창업 아이디어
쏘카의 본사 소재지는 제주도다. 2013년에 서울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고 올 들어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지만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기획본부에서 일하며 제주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제주도는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가 1.15대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스무 살이 되면 면허를 따고 차량을 구입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건 제주도의 대중교통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차량 구매 및 이용에 대한 니즈가 높은 지역적 특징을 접하며 카 셰어링 모델을 떠올렸다. 외지에서 지인이 방문했을 때 렌터카 외에는 이용할 이동 수단이 없다는 환경도 ‘10분 단위’로 차를 빌려 쓰는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현재 쏘카는 최소 30분을 기준으로 10분 단위로 차종과 운행 거리에 따라 이용 요금을 받는다. 차량 예약과 반납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능한데, 전국 1600여 곳에 자리한 쏘카존에서 대여와 반납이 셀프로 이뤄진다. 일일이 렌터카 사무실을 찾을 필요도 없고 업무 시간이 끝난 심야에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자동차 문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열 수 있다.
자동차 대여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비가 드는 업종이다. 쏘카 역시 차량 구입비는 물론 기존에 없던 시스템을 만들고 정비하는 것만 해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본이 필요했다.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설령 망하더라도 중고차를 팔면 된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대규모 초기 투자비에 대한 일종의 역발상 전략이었다. 때마침 당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마케팅에 목말랐던 현대차와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여 줬다. 결과적으로 지역 이슈와 사업적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제주도 관내에서 렌터카 사업(국내에선 아직 카 셰어링이라는 사업 영역이 없어 렌터카 업체로 등록해야 함)을 시작하기 위해선 최소 보유 차량 수가 100대 이상이어야 한다. 2012년 2월, 30대 운용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던 쏘카가 보유 차량 100대를 풀가동하기 시작한 건 그해 여름 휴가철부터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의 ‘대박’이었다.
‘카 셰어링 1위’…제주 기업 쏘카의 기적
차량마다 사용 후기…커뮤니티 구축 주력
쏘카가 단기간 내에 실적을 거둔 주요 전략은 철저한 ‘타깃 마케팅’이었다. 핵심은 한 명이라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 초반에는 페이스북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 정도에 그쳤지만 점차 카 셰어링에 대한 시장의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제주대 학생들이었다. 분 단위로 필요할 때만 빌려 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증차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대학 마케팅 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넥슨 등 제주도 소재 기업을 찾아다니며 법인 영업을 펼쳤다. 때마침 ‘문화 이주자’로 불리며 제주도가 새로운 귀농지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들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며 입소문의 또 다른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육지에서 놀러온 친구들에게 “우리 아파트 앞에 쏘카가 있으니 한 번 써보라”는 식이었다.
서비스 초기부터 주력해 온 이용자 커뮤니티 환경 구축도 주효했다. 쏘카는 개별 차량 1대마다 차량 이용자들이 후기를 남길 수 있다. 반납지에 대한 정보, 맛집 정보 등 저마다 다양한 후기를 남기는데, 주거지역, 직장 소재지 등이 비슷한 곳이 많아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형성된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카 셰어링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신승호 쏘카 마케팅 본부장의 말이다.
다양한 기관·기업과의 협업도 성공 요인이다. 현재 쏘카는 ‘갑 중의 갑’이라는 완성차 업체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강소기업이다. 얼마 전 도요타와 함께 연 프리우스 무료 시승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2013년에는 서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서울시의 나눔카 서비스 공식 사업자로 선정되며 사업 확대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택시와도 제휴하는 등 다양한 제휴 파트너와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쏘카 이용이 부끄러운 경험이 아닌 쿨하면서도 핫한 소비 스타일이라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라는 게 홍지영 커뮤니케이션팀장이 밝힌 전략이다. 실제로 쏘카 페이스북 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20~30대 젊은 층의 감각적인 쏘카 이용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돋보기
쏘카의 7가지 성공 비결
1. 적절한 사업 지역을 찾아라
쏘카는 제주도에서 시작했다. 무조건 서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대신 사업 아이템이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게 낫다.

2. 마케팅 대상을 명확히 하라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을 찾아 집중 공략하라. 반응이 오면 이들을 입소문 창구로 활용해 이용자 범위를 점차 넓혀 간다.

3. 초기 투자비 가치를 상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좋다
‘망하면 중고차 팔아 갚으면 된다’는 게 쏘카의 첫 마음가짐이었다. 크든 작든 투자를 통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둬야 한다.

4. 이용자가 아닌 ‘단골’을 만들어라
단순히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고객은 ‘단골’과는 거리가 멀다. 서비스 재이용률이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5.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라
서비스 앱이나 SNS 등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교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서비스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지고 새로운 사업 기회도 찾을 수 있다.

6. 모든 사업 전략 앞에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 이미지는 사업 성패의 핵심이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멋지고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는 인식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7. 다양하고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맺어라
독불장군 식으론 오래 가기 힘들다. 비즈니스 아이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핵심 성공 요건이다.
김지만 쏘카 대표. 카 셰어링 업체 쏘카는 창업 초기 보유 차량 100대에서 출발해 현재 3000대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