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중심 재편으로 원가 경쟁만 남아, ‘좀비 기업’ 양산하는 지원 정책도 문제

팬택은 한국 시장에서 제조업 기반 벤처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좋은 선례다. 기술 혁신형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에서 도태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팬택은 왜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을까’, ‘수많은 특허는 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까’, ‘내부 변신에 성공했다면 구조적 장벽을 넘을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벤처 신화는 또 나올 수 있을까’, ‘창조 경제 시대에 팬택의 실패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새로운 대기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와 같은 팬택의 스토리를 분석하기 위해 네 명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 팬택 사태를 지켜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엇입니까.
양율모 팬택 홍보팀 상무(이하 양 상무) 1991년에 창업해 팬택이 이토록 주목받은 데는 10여 년 만에 조 단위 매출을 이뤘다는 점과 팬택이 경쟁했던 산업군이 첨단 IT라는 점,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싸우면서도 24년의 역사를 유지한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팬택은 2005년까지는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2007년 1차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이후 5년 동안 내내 흑자를 내며 졸업했고 이후에도 플러스 영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2013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브랜드 시장으로 재편되고 그룹 차원의 계열사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브랜드 열위에 섰어요.

최기창 서울대 공과대 교수(이하 최 교수) 팬택에 9년 정도 몸담았고 팬택 이전에는 ‘벤처 1세대’ 시절 창업에 직접 뛰어든 적이 있습니다. 1990년 초를 돌아보면 당시 30대 젊은 청년들이 창업을 시작하면서 벤처라는 용어가 처음 생기던 때였죠. 지금은 휴맥스 대표인 변대규 건인시스템 사장, 김병무 다산전자 사장, 김광수 주인전자 사장,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 등이 모두 만 30세 되던 해 즈음 서로 벤처를 하겠다며 국내 제조업 벤처에 뛰어들었죠. 박병엽 사장도 이때 팬택을 창업한 거죠. 이들의 공통 특성이 모두 베이비부머 세대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교육 받은 세대이고 특히 디지털 기술을 처음 배워 산업 현장에 접목한 벤처 세대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꿈을 안고 있던 개척 세대였는데, 팬택이 무너지면 휴맥스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베이비부머의 꿈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정신적인 충격이 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혁신 가능성 보여준 샤오미
사회 과거 한때 성공이 결코 내일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팬택이 스스로 변해야 할 부분은 없었을까요.

최 교수 디지털이라는 게 아날로그와 달리 카피하기 딱 좋습니다. 1996년 윈텔(윈도우+인텔)이라는 용어가 처음 정보기술(IT) 업계에 퍼졌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인텔이 하드웨어 플랫폼을 장악한 것이죠. 당시 브랜드 PC 업체들의 변별력이 사라졌습니다. 한국에서는 휴맥스가 1996년 노래방 자막 기기에서 셋톱박스로 제품을 바꾸고 삐삐를 만들던 팬택은 휴대전화로 변신했어요. 이때 변신에 성공하지 못한 곳들은 부도나면서 다 사라지기 시작했죠. 시간이 훌쩍 지나 지금 시점에선 구글과 퀄컴이 휴대전화 시장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플랫폼을 장악했고 휴대전화의 변별력이 없어지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성숙되면서 이제는 제조원가를 낮추는 쪽이 살아남는 구조예요. 벤처 제조업이라고 했을 때 벤처가 빠지고 제조업만 남게 된 거죠. 한국이 독특하게 국내시장이 작은데도 휴대전화 제조사가 빅 3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결국 팬택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숙명이 아니었느냐’, ‘과거 삐삐에서 휴대전화로 전환한 것처럼 새로운 패러다임 국면에서 벤처는 또 다른 변신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봅니다.
“한계 온 벤처 제조업…새로운 변신 나서야”
임하늬 로아컨설팅 이사(이하 임 이사) 벤처 산업 내에 사이클이라는 게 있는데, 변화에 대처했던 부분이 아쉬운 것 같아요.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대응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중국에서 샤오미라는 사업자가 나온 거예요. 중국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한데, 맞춤형 서비스로 일종의 팬덤 현상을 만들어 냈어요. 유통 방식을 온라인으로 하고 “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는 샤오미는 가짜다. 온라인이 진짜다”라고 말했어요. 완전한 혁신이 중국 내에서 일어난 거죠.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고객을 로크(Lock-in)하고 전에는 생각해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든 점은 제조업체이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성격이 많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나오는 시장이라는 게 어떤 면에선 부럽습니다.


계열사 없다 보니 부품 소싱 능력 한계
사회 팬택은 왜 제때 내부 혁신을 하지 못했을까요.
“한계 온 벤처 제조업…새로운 변신 나서야”
김성은 경희대 경영대 교수(이하 김 교수) 샤오미가 후발 주자로서 압축 성장한 데는 시장이라는 큰 요인이 작용했죠.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시도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중국과는 다르거든요. 그리고 이미 성숙된 시장에서 관료화된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을 때는 본인 스스로 변화를 시도할 수가 없어요. 다시 말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이뤄질 수 없게 되는 거죠. 팬택은 몸집이 너무 커져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시간이 늦었고 민첩하지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대기업은 뭐가 다르냐고 볼 때 시장 장악력이 큰 거죠. 팬택은 덩치는 큰데 시장 장악력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더 큰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되는 겁니다.

최 교수 안타깝게도 제조업 기반 벤처가 대기업이 하고 있는 영역을 똑같이 하면 안 돼요. 휴맥스가 지금 버티고 있는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대기업에서 셋톱박스를 포기하고 대기업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글로벌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팬택은 변신하지 못했을까요.

2011년 당시 네 가지 신규 사업 아이템을 꺼냈어요. 하나는 스마트폰을 먼저 치고 나가자. 둘째는 패드 제품을 해보자. 셋째는 유통 쪽으로 변신해 보자. 넷째는 클라우드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벤처다움이라는 게 행동양식에서 나오는데 당시 스마트폰을 6개월 만에 만들었어요. 삼성이 2년 만에 했는데 먼저 해낸 시절이었어요. 그러나 패드 제품에선 태블릿 형태의 MID를 만들었는데 계열사가 없다 보니 부품 소싱 능력이 안 되는 거예요. 3.5인치로 패드를 만드니 휴대전화와 차이가 없어졌어요. 또 라츠라는 유통 조직을 신설했는데 제조업이 유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가 어려웠어요.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했고 고객을 로크인하려는 취지가 강했죠. 더 좋은 아이템을 찾았어야 했는데 위협 상황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앉아서 당했다고 봅니다.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등의 변신 시도 노력을 했지만 이미 때늦은 상황이었어요.

김 교수 한국에서 슬픈 현실은 민첩하게 움직이는 벤처들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건 앞으로 계속 풀어 나가야 하는 숙제죠. 벤처라면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기술 중심으로 창업이 일어나고 성공 신화가 나와야 하는데 중소 기술을 보호해 주는 국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어요. 기술은 카피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기득권 많은 곳을 보호하는 쪽으로 법적 체계가 확립됐습니다. 국내 특허권 소송에서 승소율이 25~30%밖에 되지 않아요. 반면 스위스는 80%가 넘고 미국은 70%에 달하고 있죠. 기술의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창조 경제로 서비스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선 한국이 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되는 시장 규모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제조업이 아주 탄탄해 제조업을 무시하고 서비스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제조업이나 기술 분야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육성하면서 서비스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사회 팬택은 기술이 강점인 곳으로 특허도 많은데, 왜 시장에서 평가를 받지 못한 겁니까.

김 교수 중요한 게 한국에서 ‘특허는 깨라’는 신조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특허가 별 의미가 없는 게 한 쪽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하면 반대쪽에서 특허 무효 소송을 내요. 그러니까 특허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숫자는 별 의미가 없어요. 세계적으로 로열티를 받을 만한 의미 있는 특허가 아니라면 말이죠. 특허의 취지를 살려 보호의 범위에서 유연한 판결을 내려 줘야 하는데 약간만 변형하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판례가 나오고 있는 점은 고쳐 나가야 합니다.

최 교수 팬택이 보유한 특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외국 기업으로부터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 준비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쌓였던 것이지 그 자체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한계 온 벤처 제조업…새로운 변신 나서야”
양 상무 대단히 동의하는 부분이 특허를 비롯해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부흥을 시켜 줘도 모자랄 판에 약자를 어느 정도 보호해 주는 정부 시책을 왜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못할까 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중소기업을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안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해야 국가 전체의 힘도 세질 것이라고 보는데, 주장해도 반영이 안 됐어요.

김 교수 얘기를 들으면서 가장 큰 단어 하나가 울리고 있는데, 공정하지 않다는 거죠. 공정한 거래 관행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고 불평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누더기식으로 고쳐 나가는 시간을 보내 온 거죠.

최 교수 성숙되지 않았던 겁니다. 실질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중소기업을 살려주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양 상무도 얘기했습니다만, 제조업 쪽에서는 유통시장 구조만 해결된다면 여러 가지 해볼 수 있는 게 많았는데 그게 아쉬운 거죠. 과거 삼보컴퓨터가 ‘2년 뒤 모든 것을 바꿔 드리겠다’며 체인지 업 광고를 했는데, 제조업이라면 그런 플레이를 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팬택은 아니었죠. 단지 팬택만의 경쟁력으로 도태됐다고 하기에는 구성원들이 조금 억울한 면이 있는 거예요.


IT 시장 불공정 경쟁은 셰계적 현상
양 상무 단통법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게, 중소기업들은 그로 인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조금만 약자 기업을 보호해 주는 법적 장치가 있었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 거예요. 우리도 제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었어요. 디자인 강점의 회사와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기획을 하고 개발까지 완료했는데 그것을 선보일 수 없게 된 거죠.
“한계 온 벤처 제조업…새로운 변신 나서야”
임 이사 전 세계적으로 IT 시장이 불공정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아요. IoT나 클라우드 얘기가 나오고 있고 개별 벤처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야이지만 결국 그것 또한 플랫폼으로 엮이고 이런 형태의 것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 진영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죠. IoT 시대에도 시장 장악력을 가진 사업자들만 경쟁력을 갖고 국내에선 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 교수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는데, 중국은 더 이상 대한민국이 벤치마킹 대상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새로운 선언을 했습니다. 2025년까지 일본과 독일을 따라 잡는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애기를 합니다. 국가 경제가 기술 중심의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서비스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게 바로 중국입니다. 한국은 규제나 기득권으로 정체돼 있는 생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빨리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지혜를 리더들이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사회 팬택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 달리 제조 기반 벤처로 성공 신화를 썼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그런데 결국 구조적 한계를 맞았죠. 또 하이닉스나 아이리버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김 교수 제조업의 특성상 기술이 카피되기 쉬운데다가 자본력이 많은 기업이 가져갈 수밖에 없거든요. 시장에 자본력이 몰려 있으면 자본주의 특성 자체가 빈익빈 부익부예요. 창업 자본이 제조업으로 크게 성장하는 데는 제약 조건이 클 수밖에 없죠.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는 시작 당시 퍼스트 무버였고 자본이 쉽게 카피하지 못하는 성격의 것이죠.

최 교수 실패 경험이 쌓이는 것에 대해 용인하고 이겨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팬택의 구성원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팬택은 청년 벤처의 상징이었는데, 한때 교과서에 실렸던 팬택이 실패한 기업으로 기억되면 누가 다시 도전에 나서겠습니까.

김 교수 하이닉스나 아이리버는 둘 다 SK그룹에서 인수했습니다. 인수하자마자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가 백업해 준 거죠. 아이리버는 구조조정할 수 있을 만한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팬택은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규모예요. 직원도 상당히 많죠. 법정 관리에 들어가 있고 휴대전화 생산을 작년에 중단했는데 생산직·연구직·관리직 인력 1200명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청산 가치가 1500억 원이고 존속 가치가 1100억 원인데, 1년에 500억 원이 인건비로 나가기 때문에 누가 섣불리 인수하기 어렵죠. 또 오랜 기간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브랜드 파워를 상대적으로 잃어버린 부분이 많아요. 노키아는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어요. 상황이 나빠지면서 과감하게 팔고 기존 직원들에게 새로운 창업 기회를 주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했으니 우리와 상당히 다른 거죠.


이제 누가 벤처 신화를 꿈꾸나
사회 더 이상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다시 대기업이 되는 또 다른 벤처 신화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김 교수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557개나 된다고 하는데, 거의 모든 곳에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첫해에 무조건 흑자를 내야 합니다. 서비스업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제조업에서는 공장 만들고 돌리면 첫해 흑자를 내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적자가 나면 은행에서 신용 등급이 내려가고 이자가 올라가 기업이 같은 담보로도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해요. 수조 원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하나의 조건에 다 묶여 있는 셈이에요. 다시 말해 제조업이 어떤 식으로든 첫해 흑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법을 쓴다는 얘기죠. 매출이 생기기 시작하면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낸다거나 5년 이내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믿음하에 분식회계를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진짜 투명한 사람들은 못하는 거죠. 그런 지원 정책에 대한 생산성이 높을 수 없습니다. 557개 정책 중에서 특별한 경우 42번까지 중복 지원을 받는다고 해요. 다시 말해 지금의 정부 정책은 소위 말하는 좀비 기업이 살아 남는 풍토를 만드는 거예요.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더 열악해지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과연 우리가 원천 기술이나 기타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겠어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하는 겁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법치를 바로 세우는 겁니다.

임 이사 어느 때는 정부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은 상황도 있어요. 뭘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고요. 최근 스타트업계에서는 제조업 벤처들에 정부 지원금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품을 개발해 제조까지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주지는 않고 초기에 작은 규모로 지원하면서 그 또한 제약 조건을 많이 걸어놓고 있어요.

사회 벤처 제조업이 성장을 지속하다가 결국 어느 시점에는 팬택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일까요.

최 교수 팬택을 벤처 제조업이라고 말했는데, ‘벤처와 제조업이 양립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조 경쟁력은 애플 같이 유니크한 기술이 아니라면 찍어 낸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이 성숙되고 플랫폼화되면 사실상 벤처 제조업의 운명은 정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휴맥스는 어떻게 존재했느냐 하면 대기업과 중첩되지 않은 시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벤처라는 것은 계속 연구·개발(R&D)만 해야 할까’, ‘계속 유니크한 것만 만들어 내야 할까’, ‘대한민국 청년으로 태어나 삼성 같은 회사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꿀 수 있을까’, ‘도대체 뭐가 안 돼 이게 어려운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해결해야 하죠.

김 교수 벤처와 제조업을 구분할 수는 없다고 봐요. 어떻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니치 마켓을 찾아가느냐가 지혜겠죠. 한국은 인재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데, 관건은 이러한 기업의 이윤이 보장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거겠죠. 그러면 강소 기업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한계 온 벤처 제조업…새로운 변신 나서야”
최 교수 벤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합니다. IT 산업의 변곡점마다 벤처들이 무모한 도전을 통해 혁신을 해왔어요. 숱한 벤처들이 망하고 그래서 살아남은 하나가 그 역할을 하는 거죠. 산업이 정체되는 시점에 오면 이것을 깨야 하는데, 툭 튀어나와 판을 깨는 게 바로 벤처들입니다. 지금도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양 상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래도 팬택이라는 회사가 대한민국 산업계에서 끊임없이 도전해 왔고 엄청난 기업과 싸우면서도 이길 수 있다는 꿈을 품어 왔다는 점에서 실패뿐만 아니라 성공도 조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임 이사 초기 벤처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것 같고,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청년들이 좌절감이나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데, 어떻게 전 시스템적으로 지원해 줘 창업을 붐업 시킬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사회·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