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제주 개발은 ‘보존’의 원칙 속에 진행될 것”
제주도가 국제 관광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지난해 1000만 관광객을 돌파하며 하와이·발리를 넘어섰고 해외투자 자본도 잇따른다. 1105년(고려 숙종 10년) 탐라군(耽羅郡) 설치 이후 유례없는 개방의 시대를 맞은 제주는 동북아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와 같은 사명을 안고 제주의 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기관이 바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다. 김한욱 이사장은 국제 자유도시 조성 사업을 구상한 JDC 탄생의 주역으로, 이사장 취임 이후 성과로 카리스마를 증명하고 있다. 제주 토박이로, 9급 공무원에서 초대 국가기록원장과 1급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바 있다. JDC서울 사무소에서 5월 19일김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제주 역사로 첫마디를 시작해 각종 자잘한 수치를 줄줄이 읊으며 ‘행정의 달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오랜 시간 제주도를 지켜보며 최근의 변화상을 실감할 것 같습니다.
“제주는 중국과 가깝고 아름다운 섬이면서 독특한 전통을 갖고 있죠. 2002년 국제자유무역지구로 조성되면서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지역 경제와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제주로 탈바꿈하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1997년 제주도청 기획관리실장 시절 국제 자유도시 조성 사업을 구상해 실무 총책을 맡고 제주 발전 방향을 모색했는데, 이렇게 기관장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JDC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까.
“국제 자유도시 조성의 일환으로 다섯 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관광·의료·교육·농업·첨단 중심의 핵심 사업이죠. 관광 분야의 핵심 프로젝트는 ‘신화역사공원’ 조성입니다. 동북아 최대 복합 리조트 사업으로, 홍콩 람정그룹, 싱가포르의 겐팅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올해 2월 착공에 들어갔어요. 총 네 개 지구가 조성되는데, 이 중 J지구는 JDC가 직접 개발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신화·역사·문화 체험 공간이어서 외국 기업에 맡길 수 없죠.”


신화역사공원 외자 유치에 남다른 비결이 있다면요.
“약 2조56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어요. 이 밖에 헬스 케어 타운 조성 사업에 중국 녹지그룹을 통해 약 1조6000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신화역사공원은 2006년 이후 16차례에 걸쳐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엎어진 바 있습니다. 호텔에서 식사를 대접하며 투자를 설명하는 리셉션 방식으로는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죠. 현지 대사관·KOTRA·은행 등을 통해 투자 여력이 되는 기업을 찾고 실무자를 직접 모셔왔어요. 이는 정부 투자 기관이나 민자 유치 과정에서도 참고할 만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2년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부임하고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정부 경영 실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 등급을 받은 상태였어요. 부채비율은 176%로 높고 은행 차입금은 2860억 원으로 하루 이자가 약 1억 원, 1년이면 365억 원이 빠져 나가고 있었어요. 큰일이다 싶었죠. 초긴축을 하고 생존이라는 표현을 꺼내 들었어요. 살아남기 위해 기구를 축소하고 인력도 줄이는 피나는 긴축을 했습니다. 낮에는 전등도 켜지 않고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환풍구에 얼음을 넣어 가며 일했습니다. ‘마른 수건에 물 짜는 사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직원들에게 고마운 점은 그 시간을 견뎌준 것입니다. 노동조합도 따라 줬어요. 그렇게 초긴축을 통해 실적이 정상 궤도로 들어왔습니다. 부채비율을 33.3%로 낮추고 차입금도 800억 원으로 줄였는데, 내년이면 전액 상환할 예정입니다. 기획재정부 경영 실적 평가에서도 E 등급에서 지난해 A 등급 없는 B 등급으로 최고 등급을 받았어요. 반부패 경쟁력, 청렴도, 고객 만족도 모두 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면세점 매출도 많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올해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면세점 한도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되고 19세 이상 구매 연령도 폐지된 게 주요 요인입니다. 이사장 발령을 받고 국무총리께 직접 건의했습니다. 일본은 면세 한도가 약 200만 원, 중국은 약 160만 원인데 비해 한국은 40만 원이면 너무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새로운 제도로 개선됐어요.”


핵심 교육 사업으로 영어교육도시가 있습니다. 제주 국제학교 졸업생들의 진학 성적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NLCS) 제주가 첫 졸업생 54명을 배출했습니다. 이 중 52명이 해외 대학을 희망했는데 세계 100위권 대학에 100% 합격했습니다. 영국계 학교여서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맨체스터대 등의 명문대 합격률이 높고 미국의 예일대·스탠퍼드대, 아시아권의 베이징대·싱가포르국립대 등으로 진학했습니다. 올해에는 NLCS 제주 2기 졸업생과 브랭섬홀아시아(BHA)의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데 지난해보다 성적이 더 좋습니다. 올해 입학 경쟁률이 더 올라갔어요. 그런데 국제학교 발전에 한 가지 걸림돌이 있어요. 국제학교 영리법인 투자자에게 이익 배당을 하는 문제입니다. 국제영어학교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익잉여급 배당을 허용해야 합니다. 학교에 필요한 예산, 또 미래 발전에 필요한 기금을 제외하고 영리 법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그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의료 분야에서 헬스 케어 타운 조성 사업과 관련해 영리 병원 설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영리 병원은 제주특별법상 ‘외국 의료기관’이 정확한 명칭입니다. 외국 기업이 100% 출자해 외국 환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영리 병원이라는 용어 때문에 의료비 폭등 등의 오해를 많이 하는데, 외국 의료 기관이 외국인 성형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것으로 내국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주로 안티에이징·성형·피부미용 분야로 육성하고 의사 및 간호사 인력은 내국인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목적으로, 현재 중국의 녹지그룹이 100% 출자하고 일본 의료기관과 합작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자가 양날의 검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중국인 투자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올해 2월 기준으로 제주도 내 외국인 토지 소유 비율은 0.9%입니다. 이 중 중국인 소유가 50%로 중국인 토지 매입 규모가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아직은 전체 토지 대비 미미한 수준이에요. 건전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 자본이라고 배척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개발과 보존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데요, 제주도는 작은 섬이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자산이기 때문에 보존을 우선으로 개발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대외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잘 활용해 한 차원 높이 도약하는 제주를 만드는 데 전력 질주할 계획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