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가격 200g에 평균 1만 원 선…직접 만드는 재미도 ‘쏠쏠’

커피도 ‘셀프’ 시대…홈 카페 문화 확산
“내가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마실 수 있어요.” 20년째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는 김미영(45)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커피를 워낙 좋아해 하루에 머그잔으로 5~6잔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기 시작하면서 굳이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언제든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비용이 저렴해 여러 잔을 마셔도 부담이 없다.

원두는 종류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200g에 1만~1만5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김 씨가 커피를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데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여과지와 원두 가격을 포함해 3만 원 내외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브루잉(brewing) 커피는 일반적으로 1잔 기준으로 15~20g의 원두를 사용한다. 1만 원대에 판매하는 원두 200g이면 카페에서 커피 10잔을 마실 수 있다. 평균 4000원에 커피를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집에서 내려 마신다면 2.5배 이상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커피도 ‘셀프’ 시대…홈 카페 문화 확산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홈 카페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실제로 커피 유통 전문 브랜드 어라운지의 핸드 드립 용품 판매율은 2013년에 비해 2014년에 200% 이상 증가했다. 업체 외 일반 소비자의 원두 구입은 42% 늘었다.

홈 카페족은 캡슐 커피는 물론이고 드리퍼를 이용해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거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하기도 한다. 홈 카페족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원두는 종류마다 신맛·단맛·쓴맛 등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 자신이 원하는 맛과 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핸드 드립에서 시작되는 홈 카페
가정에서 원두를 구입해 잘못 보관하면 신선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씨는 “원두는 신선할 때 바로 마셔야 맛과 향이 풍부한데 기한 내에 소비하지 못할 때도 있어 처음 마실 때보다 맛과 향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두는 1주일에 한 번씩 적은 양만 구매해 마시는 게 가장 좋다. 사 온 원두는 습하지 않고 햇빛이 들지 않는 선선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간혹 냉동 보관이 좋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원두를 냉동 보관하면 결로 현상이 일어나 좋지 않다.

원두를 로스팅한 정도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로스팅은 원두만큼이나 커피의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바리스타들은 원두의 향을 제대로 맡기 위해 로스팅 전에는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집에서 직접 로스팅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진정한 홈 카페족들은 홈 로스팅도 서슴지 않는다. 가정용으로 나오는 로스팅 기구들은 가스불만 있으면 로스팅이 가능하게 만들어져 사용이 간단하다. 최근에는 원두 100~200g 정도를 로스팅할 수 있는 소형 기기들도 많이 나왔다.
커피도 ‘셀프’ 시대…홈 카페 문화 확산
단순히 ‘맛있는 커피’만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것보다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를 찾는 것이 낫다. 홈 카페족은 ‘나만의 커피’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이다. 주로 가정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는 박경희(53) 씨는 “커피를 내리다 보면 집 안 가득 커피 향이 퍼져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내리는 커피를 마실 사람을 생각하면 기대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못지않은 수준의 소비자들도 많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그만큼 커피에 공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면 누구나 간편하게 커피를 만들 수 있다. 핸드 드립은 낙차와 중력만으로 자연스럽게 커피를 만들어 낸다.

박창규 어라운지 바리스타는 “일반 가정에서는 브루잉 머신도 많이 사용하지만 가격대가 비싸기 때문에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곳이 더 많다”며 “그중 칼리타 드리퍼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칼리타 드리퍼는 물 빠짐 속도가 빠른 편으로 정교한 드립이 숙달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동·세라믹 재질의 드리퍼가 있고 각각 4600원, 8만3700원, 1만300원(어라운지 판매 가격)이다. 박 씨는 “1년째 칼리타 드리퍼를 사용 중인데, 세척하기도 쉽고 잘 깨지지 않아 다루기 편하다”며 “무게가 가볍고 열전도율이 낮은 점도 좋다”고 말했다.

드리퍼의 종류는 크게 멜리타·칼리타·고노·하리오가 있다. 각 드리퍼의 종류에 따라 리브의 모양과 추출 구멍의 개수와 크기가 다르다. 핸드 드립을 하기 위해서는 이 밖에 드립 필터, 드립 포트, 그라인더, 드립 서버가 필요하다.

핸드 드립 외에도 일반 가정에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모카포트를 이용하거나 캡슐 커피,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를 이용하는 등 수많은 방법이 있다. 드리퍼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면 커피 고유의 향미를 잘 느낄 수 있고 분쇄 입도, 물의 양에 따라 기호에 맞게 추출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기구의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단 라테 같이 진한 원액의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커피를 만들 수는 없다.


사용법은 커피클래스에서 익혀
모카포트를 이용하면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는데, 끓는 물의 증기압으로 추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에스프레소보다 크레마의 양이 적고 풍부함이 다소 떨어진다. 반면 핸드 드립과 달리 에스프레소를 활용해 카페에서 판매하는 바닐라 라테, 카라멜 마키아토 등 라테류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캡슐 커피는 버튼 하나로 짧은 시간에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다른 방법에 비해 훨씬 간편하지만 캡슐에 따라 일정한 맛이 정해져 있어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지 못하며 초기 구매 비용이 많이 든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캡슐 커피의 단점이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용하면 가장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지만 가격대가 100만 원을 훌쩍 넘어 주로 마니아들이 이용한다.

박창규 바리스타가 추천하는 가정용 커피 추출 기구는 ‘클레버’와 ‘에어로 프레스’다. 맛이 좋은 것은 물론 사용이 편리하고 휴대하기 좋아 실용적이다. 클레버는 일반 핸드 드립과 사용법이 비슷하지만 도구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과정이 단순하다. 에어로 프레스는 기구 안에 원두를 넣고 손으로 눌러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의 기구다.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여러 커피 업체들이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어라운지에서는 2014년 2월부터 매월 2회씩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에 대해 배우는 커피 아카데미와 핸드 드립 세미나를 운영한다. 무료 교육이지만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회당 4명의 소수로 진행하고 있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주부나 자영업자, 학생에서부터 나이 많은 어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한다. 참가자가 기구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 밖에 투썸플레이스·폴바셋·루소랩 등 여러 커피 전문 브랜드에서 커피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2007년부터 매월 진행되고 있는 투썸플레이스의 커피클래스는 핸드 드립 커피 실습, 로스팅 체험 등의 주제로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폴바셋·루소랩의 커피클래스도 커피 추출 기구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김수아 인턴기자 sa04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