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억 보수 따져보니 대부분 퇴직금…등기이사 사임, 퇴직금만 152억 원

유경선 회장, 1분기 ‘보수 왕’ 등극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제쳤다. 올해 1분기 국내에서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등기 임원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었다.

재벌닷컴이 올해 1분기 보고서를 공시한 상장사 1716개 사와 비상장사 601개 사 등 2317개 사의 임원 보수 내역을 조사한 결과다. 그러니 유 회장의 ‘보수 왕’ 소식을 둘러싸고 재계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유진그룹의 모기업인 유진기업은 국내 레미콘 1위 사업자인 국내 대표적 중견기업이다. 유 회장은 유재필 창업주의 장남으로 1985년부터 경영을 도맡아 왔다.

2012년 이후 유진기업의 공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의 도움을 받아 유 회장의 보수 내역을 뜯어봤다.


과거 영업이익 감소에도 상여금 늘어
총 154억2200만 원. 2015년 1월 30일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유 회장의 보수 총액이다. 지난 5월 15일 공시한 유진기업의 201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유 회장의 사임 전인 1월 한 달간의 급여는 1억2500만 원이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 회장의 2015년 연봉으로 책정된 15억 원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와 함께 2014년 성과 달성에 따른 특별 상여금으로 월 급여의 50%에 해당하는 6250만 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조정실장은 “사실상 국내에서는 공시에 나와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임원의 보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어렵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표이사의 급여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 연계돼 있고 특히 상여금은 그 연관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3~4년간(2012년 이후) 유진기업의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을 살펴보면 그 연관성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유진기업의 매출액은 7390억 원으로 2013년 대비(6790억 원) 9%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4년 말 기준으로 각각 303억 원과 161억 원으로 2013년 대비(영업이익 381억 원, 당기순이익 921억 원) 각각 20%, 83% 감소했다. 2013년(6790억 원)에는 2012년 대비(6650억 원) 매출액이 소폭 증가했다. 또 2012년 영업 손실(-67억 원)과 순손실(-290억 원)을 보였지만 2013년에 영업이익 및 순이익으로 전환됐다.

유 회장의 과거 보수 내역을 살펴보면 2013년과 2014년 기본급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연봉 15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2013년에는 상여금 1억2500만 원과 기타 근로소득 3000만 원을 더해 총 16억5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2014년에는 3억6250만 원의 상여금을 더해 총 18억625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중 2014년 상여금에 대해서는 ‘2014년 상반기 영업이익 120.4% (42억4800만 원 초과 달성) 및 레미콘 출하량 110.6% 달성에 따른 특별 상여금’이라고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2014년 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상반기 실적 달성을 이유로 3억6250만 원의 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2014년 상반기 영업이익(약 145억 원)이 2013년(약 381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당초 목표를 낮게 설정해 달성률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관계자는 “당시 레미콘 업황이 전체적으로 불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목표율을 설정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과도한 상여금 논란은 2015년에도 마찬가지다. 2015년 1월 한 달간 재직한 유 회장의 상여금은 6250만 원이다. 오 연구원은 “이를 12개월로 환산하면 7억5000만 원 정도가 되는데, 이는 2014년 상반기 실적에 따른 상여금 3억6250만 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관계자는 “상여금이나 급여와 관련해서는 내부 규정을 따랐다”며 “상여금은 전 임직원에게 동일한 비율로 지급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등기이사 사퇴에 퇴직금까지 ‘일석이조’
그러나 올해 유 회장이 ‘보수 왕’으로 등극 할 수 있었던 데는 기본 급여나 상여금보다 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한 ‘퇴직금’의 덕이 컸다.

2015년 1분기 보고서에서 이를 확인해 보면 급여 부분에 ‘기타 근로소득’ 65억4079만 원이 따로 표시돼 있다. 그 옆에는 ‘퇴직금 중 근로소득 인정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관계자는 “2012년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퇴직금 중 일정 비율을 웃도는 부분은 기타 근로소득으로 분류하도록 돼 있다”며 “기타 근로소득은 일반 퇴직소득(10%)보다 과세율(40%)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퇴직소득은 86억9300만 원이다. 결론적으로 유 회장의 퇴직금은 기타 근로소득과 퇴직소득을 더한 152억3400만 원 정도인 셈이다.
유경선 회장, 1분기 ‘보수 왕’ 등극
퇴직금이 이처럼 많은데 대해 유진기업 측에서는 “유 회장은 1985년 이후 올해까지 등기이사로 근무했다”며 “30년간의 퇴직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정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유 회장의 퇴직소득에 대해서는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주주총회 승인)에 의거, 산출된 금액을 퇴직 시 지급한다’고 설명 돼 있다. 정 실장은 “기본급여나 상여금과 마찬가지로 퇴직금 역시 내부 지급 규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적정성을 따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다만 일반 직장인들의 퇴직금을 기준으로 유 회장의 퇴직금을 역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직원들은 1년간 재직 시 1개월분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이와 비교해 유 회장은 1985년부터 올해까지 30년간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대략 1년 재직 시 4개월분의 급여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1억2500만 원×4개월×30년=약 152억 원).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대부분의 기업이 임원들의 퇴직금은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4~6개월, 많게는 12개월 이상을 받는 곳도 적지 않다”며 “유 회장도 일반 직원들의 퇴직금과 비교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총수들과 비교하면 유독 과한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회장의 퇴직금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유 회장은 지난 1월 유진기업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사퇴했지만 유진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들어 적지 않은 기업의 오너들이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비등기 임원으로 전환하면 법적인 책임을 피해 가면서 높은 보수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거액의 퇴직금은 덤이다.유 회장 역시 이 같은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유 회장은 최근 연이어 재판에 휘말린 바 있다. 그의 등기이사 사퇴 배경을 두고 이와 같은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유 회장은 2012년 김광준 서울고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2014년 5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하이마트 2차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선종구 하이마트 전 회장과 이면 계약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지판을 받았으며 지난 1월 관련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유 회장은 등기이사 사퇴 이후에도 그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유 회장은 유진기업의 지분 11.56%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장남인 유석훈 경영지원실 총괄부장을 사내이사(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켜 이사회 내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