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크로스보더 인수를 통한 생산성 증대:학습 및 동시적 국내 투자의 역할’

Based on “Productivity Enhancement at Home via Cross-Border Acquisition: The Roles of Learning and Contemporaneous Domestic Investments” by Olivier Bertrand and Laurence Capron(2015,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6(5), pp 640~658)


연구 목적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수의 방안 중 해외시장 진출은 기업의 외형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지식과 자원에 대한 접근 경로 확보 측면에서 생산성 확대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인수와 관련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해당 인수 기업의 자국 내 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선행된 연구에서는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을 통해 피인수 기업(target)의 생산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가 피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둔 경향이 있었다.

올리비에 베르트랑 프랑스 스케마경영대 부교수와 로렌스 카프론 프랑스 인시아드 교수는 전략 경영 저널 최근호에 ‘크로스보더 인수를 통한 자국 내 생산성 증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크로스보더 인수를 진행한 후 인수 기업이 얻는 사후 생산성 효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연구 주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자사의 최대 이득을 끌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크로스보더 인수에 참여해야 한다. 가령 해외 진출 시 드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국 내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크로스보더 M&A에 참여하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해 이 논문의 연구진은 다음 두 가지 조건에서 인수 기업이 크로스보더 인수로부터 생산성 이득을 보다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첫째는 피인수 기업의 본사가 속한 국가로부터 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때, 둘째는 인수 기업이 M&A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국내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자를 행할 때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위 두 조건에 맞춰 크게 네 개의 가설을 설정했다. 첫째, 크로스보더 인수를 한 기업은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지 않은 기업 대비 자국 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피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가 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때 인수 기업은 크로스보더 인수로부터 얻는 자국 내 생산성 증대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셋째, 국내에서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크로스보더 인수와 동시에 이뤄질 때, 이는 인수 기업의 자국 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 효과를 준다. 다시 말해 해외 기업 M&A를 진행할 때에도 자국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실시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 측면에서 더욱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넷째, 셋째 가설에서 언급한 자국 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크로스보더 인수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피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의 경쟁력이 높을 때보다 증대된다는 것이다. 즉, 피인수 기업의 소속 국가가 인수 기업 국가 대비 선진국일 때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 국가로부터 다양한 부문을 학습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에 따라 기술적·경영적 지식 확보가 가능해 수준 높은 지식을 자국에 이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제조·유통·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기업 규모가 1000만 유로 이상인 프랑스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앞서 프랑스 경제산업부 산하의 산업 통계 서비스(SESSI)로부터 1990년부터 2004년까지의 비연결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수집했다.

프랑스 기업을 두 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룹1은 해외 기업을 한 번 이상 인수한 경험이 있는 기업으로, 연구진은 그룹1과 관련해 톰슨 원의 뱅커 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크로스보더 M&A가 전체 M&A 거래 중 25% 이상의 비중을 점유하며 매우 활발히 이뤄지던 1993년부터 2001년까지의 기간 동안 ▷거래 규모 100만 달러 이상 ▷‘합병’을 제외한 ‘인수’ 건에 참여한 기업을 그룹1으로 분류했다. 그룹2는 해외 기업 인수 경험이 없는 기업으로, 연구진이 수집한 기업 데이터 중 그룹1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이 그 대상이 됐다. 크로스보더 인수 후의 그룹1과 그룹2의 생산성을 비교하기 위해 인수 시점으로부터 3년 후를 포함하는 1993년부터 2004년을 비교 분석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그룹1과 그룹2를 합해 총 183개 기업이 최종적 연구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룹1의 피인수 기업 소속 국가는 대부분이 미국·독일·영국·이탈리아·벨기에 등 선진국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진은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들의 경쟁력을 고려해 피인수 기업 국가를 두 개의 그룹으로 구분해 해당 그룹명을 고안했다. 하나는 인수 기업의 국가인 프랑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진 MCC(More Competitive Countires) 그룹, 다른 하나는 프랑스 대비 경쟁력이 낮은 LCC(Lower Competitive Countries) 그룹이다. 연구진은 국가의 경쟁력의 높고 낮음을 가늠하는 기준을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매년 경제적 성과, 정부 효율성, 사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의 요소를 토대로 평가한 ‘세계 경쟁력 연감’에 실린 순위를 바탕으로 설정했다.

연구진은 해외 기업 인수가 국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비선형 모형인 프로빗 모델 모형을 적용했다. 프로빗 모형은 종속변수가 연속형 변수가 아닌 이산형일 때 활용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업의 투입· 산출과 관련해 내부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노동생산성을 종속변수로 뒀다. 주요 독립변수는 해외 기업 인수, 투자율, 자본 집약도, 수출 집약도, 산업 집중도 등이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분석 결과 크로스보더 인수로부터 인수 기업은 자국 내 생산성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에 따라 첫째 가설이 채택됐다. 또한 저자들은 해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국 내 생산성 증대 효과는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더욱 커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조건은 피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가 인수 기업의 국가보다 경쟁력이 높을 때다. 이때 피인수 기업이 속한 국가로부터 인수 기업은 다양한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둘째 가설이 입증됐다. 피인수 기업 국가를 인수 기업 국가와의 경쟁력 차이를 고려해 구분한 LCC(인수 기업 국가 대비 경쟁력이 낮음) 그룹과 MCC(인수 기업 국가 대비 경쟁력이 높음) 그룹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해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얻는 생산성 향상 효과는 실제로 피인수 기업 국가가 인수 기업 국가 대비 높은 경쟁력을 지닐 때 더욱 크게 나타났다.

둘째 조건은 인수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와 동시에 자국 내 생산성 증대를 위한 활동에 대한 투자를 행할 때다. 즉, 크로스보더 인수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인수 기업이 자국 내에서도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해 투자할 때 크로스보더 인수로 얻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더 커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셋째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피인수 기업의 국가로부터 습득한 지식을 국내 생산성 증대를 위한 활동에 활용·적용할 수 있을 때 학습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또한 첫째 조건과 둘째 조건이 어우러지면 인수 기업이 크로스보더 인수로부터 가지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가설 네 개가 모두 채택됐다.


시사점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기업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분명 자국 내 입지 또한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고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내부에서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이에 따라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데 더더욱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둘째,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자원으로의 접근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공 가도를 향한 필수적 관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은 새로운 역량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각종 자원과 지식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크로스보더 인수로부터의 혜택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한 지식과 자원을 활용해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자국 내 시장에서의 추가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김수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sookyungkim@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