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제주의 청정 자원, 생태 산업으로 키울 것”
5월의 화려한 봄날, 제주도를 찾았다. 국제 관광도시로 양적 성장을 거듭 중인 제주의 변화상을 알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지난해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으며 하와이·발리를 넘어섰다. 5월 4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원희룡(52)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취임 2년을 맞아 친환경 생태계라는 도정 화두를 꺼냈다. 현재의 양적 팽창이 지역 경제에 촘촘히 흡수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는 구상에서다. 제주에 불어오는 투자 바람과 물·에너지 등 청정의 공유 자원이 든든한 밑천이 된다. 여기에 공공의 힘을 더해 도민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전기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원 지사는 이와 함께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항·대중교통 등 인프라 확충’, ‘하이엔드 셀러브리티 관광 전환’, ‘미래 가치 산업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제주 포럼에 대한 남다른 견해도 밝혔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포럼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며 다른 국제 포럼과 차별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제주도가 국제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추세는 어떻습니까.
“양적인 면에서 최근 몇 년간 예상을 초과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30만 명이 제주를 방문했는데요, 이 가운데 외국인은 330만 명입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표는 일단 외국인 380만 명을 포함해 1300만 명으로 잡았습니다. 다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어요. 이는 단기간에 완성될 과제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주민 이익으로 연결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구조로 개혁하려고 합니다.”


관광은 인프라가 따르기 마련인데, 인프라적인 측면에선 어떻습니까. 공항 포화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인프라 면에서 치명적인 미비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항, 둘째는 크루즈를 비롯한 선석, 셋째는 대중교통입니다. 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죠. 인천공항은 하루 11만 명이 이용하는데 우리는 8만7000명까지 올라왔습니다. 현재 공항 수요의 최고 한도까지 가동되고 있는 상태인데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한 인프라 확충, 기존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이 최대 과제입니다. 또한 동아시아 크루즈 산업이 본격적인 이륙 단계로 성장하고 있는데 제주도가 필수 경유지예요. 2014년 240회 이상 제주에 입항해 기항지로는 아시아 1위입니다. 지금은 선석이 없어 1년에 50회 이상 돌려보내고 있어요. 서귀포 강정에 15만 톤급 크루즈 선석 2개를 추가로 짓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2배 이상 크루즈 산업이 커질 것입니다. 공항과 항만은 중앙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고 10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시급한 문제는 대중교통입니다. 개별 여행객 위주의 다양한 문화 활동 체험 관광으로 질적 제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먼저 이동성이 보장돼야 해요. 본격적인 용역을 시작해 내년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유커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지역 경제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되고 있습니까.
“중국인 관광객이 2010년 41만 명에서 불과 4년 만에 286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최소 300만 명 이상은 될 겁니다. 한국으로 오는 유커의 50% 가깝게 제주도를 찾고 있어요. 유커들은 기본적으로 제주도를 좋아해요. 인구 수로 계산하면 중국인이 평생 한 번씩 제주도를 다녀가는 데 지금 속도로 500년이 걸립니다. 500년 동안 손님이 대기 상태인 셈이죠.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홍콩과는 또 다르게 이국적이면서도 동양 문화의 편안함이 있거든요. 입지로서 충분한 강점이 있어요. 그런데 현재 문제는 단체 관광객의 바게닝 파워(가격 협상력)가 중국 여행사에 있다는 거죠. 저가 패키지 위주의 관광 코스로는 지역 경제 기여에 한계가 있습니다.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지역 경제에 흡수되는 구조로 가야 하는데 여행사 독점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거든요. 우리가 수용 태세를 길러 중국의 개별 여행객들을 유인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이를 위해 ‘제주 스타일’을 살려야 합니다. 우선 친환경 개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1차적 가치인 자연 생태계를 지켜 나갈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를 아시아 최고의 장기 체류형 휴양 관광지로 만들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관광인 ‘셀러브리티 관광’을 적극 육성할 계획입니다. 스페인의 마요르카, 미국의 마이애미 등은 유명 인사가 찾는 셀러브리티 관광지로 고부가가치 관광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한류 스타를 비롯한 셀러브리티의 방문과 체류가 관광지로서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인 투자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외국인 투자는 최근 5년 사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0년부터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도입되면서 많이 늘어났어요. 21개 사업 9조3433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 가운데 18건이 중국과 화교 자본입니다. 주로 숙박 시설 중심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죠. 이 같은 투자 자체는 반갑지만 난개발이나 환경 파괴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에요. 지난해 이 부분에 대해 총량 조절을 선언하고 미래 가치를 높이고 산업 간 균형에 걸맞은 투자를 유도하고 있어요. 지역 경제 순환에 도움이 되는 투자로 방향 전환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홍콩처럼 물류·금융 쪽보다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생태 산업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관광은 관광대로 키워야 하고 제주의 가치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전기차·정보기술(IT)·풍력·헬스케어 등 친환경 첨단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물론 중국 사람들의 투자를 감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합법적으로, 보편 상식적으로 중국 자본을 관리하고 제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키우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용중술’로 가야 합니다. 실용적으로 보자는 거죠. 제주의 ‘미래 가치를 키우는 투자’를 핵심 원칙으로 중국 자본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올해 초에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도청 내에 ‘중국협력팀’을 만들었어요.”


카지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8개의 영세 카지노가 있습니다. 대부분이 영세합니다. 매출을 다 합쳐도 2200억 원 정도이고 싱가포르 2곳 매출액이 58억90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 불가죠. 또 기존 제주나 국내에 있는 카지노의 이미지가 국제적인 신용도에 비춰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감독이 잘되고 세금도 제대로 내는 카지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기존 카지노의 경쟁력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키우고 투명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체계, 특히 제대로 된 감독 기구가 필요합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주도는 1차산업 비중이 18%입니다. 전국 평균이 3%인데 높은 수준이죠. 감귤과 같은 농산물 쪽 비중이 큽니다. 문제는 농산물 가격 안정이에요. 관광업도 소상공인이나 가치 사슬의 밑단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공공의 역할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민간 기업의 주체가 약하기 때문에 삼다수·풍력에너지·전기차 부문에서 공기업들이 선도적으로 고용에 나서고 지역과의 협력을 늘리면서 선순환 구조를 일으켜야 해요. 제주도가 갖고 있는 자원의 파이를 키우면서 지역 주민들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제주의 청정 자원, 생태 산업으로 키울 것”
국회의원 시절 외교통상위원장을 하셨습니다. 취임 후 첫 번째 맞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제주 포럼을 준비하는 소감이 어떻습니까.

“외교통상위윈장은 두 달 했습니다(웃음). 제주 포럼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논의에 참여하고 지원했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릅니다. 2005년부터 5년간 다보스 포럼에서 영 글로벌 리더로 참여한 경력도 있어 제주 포럼의 위상이나 현주소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중심 포럼이라는 본래 모습에서 초점이 흐려진 면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평화와 번영이라는 일관된 브랜드를 갖고 국가 정상급과 현직 대통령, 한중미 중심의 전문가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토론을 총괄하는 본질에 충실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포럼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결국 사람을 모으는 힘이 포럼의 힘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50여 개국 4000여 명이 참여할 계획입니다.”


이번 포럼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이번 제주포럼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의 축사와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의 기조연설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막식에 앞서 슈뢰더 전 총리의 ‘통독 이후 구조 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 조건’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의 대담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88년부터 8년간 독일을 이끈 세계적인 정치인입니다. 이 밖에 홍석우 지식경제부 전 장관 사회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의 ‘무엇이 세상을 리드하는가’라는 창조 경제 대담 특별 세션이 열립니다. 또 글로벌 제주 세션도 앞으로 제주의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장이 될 텐데, 이 세션은 특히 제주특별자치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내에도 보아오 포럼과 같은 유명한 국제 포럼들이 있습니다. 이런 포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차별화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우선 다루는 이슈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주 포럼은 다루는 이슈에서 다보스 포럼이나 보아오 포럼, 국내 기타 국제 포럼과도 차별화됩니다. 제주 포럼은 이들 포럼과 달리 다양한 이슈들, 즉 경제·경영, 환경·기후변화, 교육·문화·여성, 글로벌 제주 등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에 대해 다양한 논의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는 군사·안보, 평화와 관련된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는 포럼입니다. 이런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주 포럼이 국제 포럼으로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기 위해 여타의 국제 포럼과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고 이 점에는 한 가지 새로운 평화 개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를 평화의 시각에서 다루는 문제입니다. 화석연료를 넘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미래 인류의 삶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에너지가 갈등의 원천이 될 수도 있고 평화의 메신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평화의 개념을 미래 지향적이고 인간 중심적이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른바 ‘에너지 평화’로 개념화하면서 제주가 주창하는 새로운 평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역점 과제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제주도는 지금 대규모의 투자 자본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비즈니스 역량과 대외 개방적인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게 필요하겠죠. 제주도에는 전기차·풍력에너지·삼다수를 비롯한 청정 자원들이 있습니다. 또 제주라는 동아시아에서 통하는 브랜드가 있죠. 이를 기본 밑천으로 기존의 전통 산업을 넘어 창조 경제가 싹트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봅니다. IT를 비롯한 지식·문화 산업, 이런 부문에서의 새로운 발전 모델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문명을 선도해 가는 사업 모델을 정립해 출발시키는 게 제가 4년 이내에 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게 전기차 프로젝트입니다. 제주도는 국내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전기차를 관용차로 도입했습니다. 전기차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전기차 전담 조직과 산·학·관 연계 네트워크도 조직했습니다. 탄소로부터 자유로운 섬, 신·재생에너지가 충만한 섬, 전기차와 함께 새롭게 성장하는 섬, 그것이 제주의 미래입니다. 현재 중앙 정부에서 전기차를 야심차게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에요. 전기차에서 파생되는 미래 산업과 기술들을 선도해 나가는 최소한의 규모를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주도를 모델 시트로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전기차를 비롯한 제주의 공유 자원들을 어떻게 자본력으로 바꿔 나갈 것인지가 제가 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 = 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