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일관 생산’ 체계 갖춰, 미국 전력사에 1조 원대 모듈 납품

효자 된 ‘큐셀 인수’…턴어라운드 ‘날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뚝심의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계륵과 같았던 태양광은 지난해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한화그룹의 2014년 태양광 실적은 매출액 2조298억 원, 영업이익 86억 원으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2528억 원 적자, 2013년 1040억 원 적자와 비교하면 의미 있는 실적이다.

실적 회복의 배경은 대외적·대내적 환경 변화에 있다. 먼저 글로벌 태양광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 시대를 마무리하고 시장 성장에 따른 수급 균형을 맞추며 회복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은 상위 업체가 지난해 3분기 이후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한화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어 업황 불황이라는 터널을 거쳐 이룬 성과였다.


세계 1위 셀 업체 ‘헐값’ 인수
대내적으로 한화는 제조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 이후 글로벌 화학 업체 중 가장 집중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확장했다. 2010년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을 출범시켰고 2012년엔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탈바꿈시켰다. 두 번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산능력을 완공하며 태양광 밸류 체인을 수직적·수평적으로 확대했다.

한화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한화솔라원 인수(약 4350억 원), 한화큐셀 인수(약 500억 원),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1만 톤 생산 설비(약 7000억 원), 미국 시스템 설치 컨설팅 기업 투자(약 1000억 원) 등 약 1억3000억 원의 투자에 베팅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톱 업체들이 글로벌 경제 변수에 따라 증설 시점을 지연하거나 취소하며 시장을 관망해 온 것과 달리 꾸준하게 투자해 왔다.

특히 독일 큐셀 인수는 한화의 태양광 행보 중 가장 잘한 일로 평가된다. 독일 큐셀은 태양광 셀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였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 불황기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1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버티지 못하고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한화는 독일 본사와 말레이시아 공장에 대해 약 3000억 원의 채무를 초저금리로 장기 변제하는 조건으로 시장가의 10분의 1 수준인 헐값에 인수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셀의 발전 효율을 높이는 게 핵심 기술로, 모듈의 기술이 이곳에 집약돼 있다”며 “셀 공정을 한화가 인수하면서 기술력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한화그룹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관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전지-모듈-발전 시스템에 이르는 태양광 분야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와 같은 수직 계열화의 힘은 가격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실적 개선에도 공을 세웠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 태양광 매출의 대부분이 셀 모듈에서 나오는데, 한화큐셀이 전체 60% 정도의 물량을 담당하며 2~3%대 영업이익으로 지탱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태양광 사업은 올 들어서도 방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먼저 ‘합병 시너지’가 기대된다. 지난 2월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주도했던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합쳐 ‘한화큐셀’로 재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셀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규모를 갖춘 태양광 회사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새롭게 출범한 ‘한화큐셀’은 셀 생산 규모가 3.28GW로,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현재 신·증설이 진행 중인 모듈 생산 규모는 올해 말 3.23GW가 된다.

앞으로 한화큐셀은 다각화된 글로벌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기존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으로 이원화돼 있던 글로벌 영업망의 시너지를 확대하고 다운스트림(태양광발전) 사업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남성우 한화큐셀 대표이사는 “두 회사의 통합을 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재무구조도 개선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2015년도에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 사업 경쟁력 강화 나서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미국 시장 진출에 있다. 한화큐셀은 4월 20일 미국 현지에서 미국에서 둘째로 큰 전력 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 Energy)에 2015년 4분기부터 2016년 말까지 총 1.5GW의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5GW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은 태양광 업계 단일 공급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시장은 현재 글로벌 태양광 수요의 가장 큰 시장이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 시장 수요는 연간 20%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15년 세계 태양광 수요 범위는 52~58GW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미국이 8GW를 차지하며 2014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도 10GW를 넘어서며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가정용 태양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한화큐셀은 전 세계 태양광 주요 시장인 미국 본격 개척의 포문을 열게 됐다. 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향후 시스템 설치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한화큐셀과 넥스트에라에너지는 2017년 이후 넥스트에라에너지가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도 한화큐셀의 모듈을 공급하기 위해 내년 여름부터 우선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을 이번 계약 내용에 포함시켰다.

수출 다변화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국내 태양광 수요는 연간 400MW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일본 시장에서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을 확대하고 주택용 태양광 판매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한화는 지난 1월 일본 오이타현 기쓰키에 24MW 규모의 초대형 발전소를 완공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 밖에 3개 지역 발전소를 잇달아 가동하면서 일본 내 발전 능력이 31MW로 확대된다. 한화큐셀은 올해 일본에서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1GW 규모의 모듈 판매 실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태양광의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관건은 다운스트림 경쟁력에 있다. 제조 영역에서는 소재 가격이 계속 떨어져 규모의 경제로 더 이상 코스트 다운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도 모듈 공급보다 설치 시스템이 더 높은 편이다. 또한 앞으로 미국·중국·일본·유럽을 비롯해 설치 수요가 줄줄이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한화그룹의 태양광은 제조 영역에 비중이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듈 역량을 기반으로 향후 설치 시스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도 기존 모듈에서 시스템으로 전략 축을 옮긴 중국 업체들이 연간 20%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현재 셀 모듈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향후 시스템 등 다운스트림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7년 이후 전체 태양광 포트폴리오에서 시스템 비중을 30%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과의 합병도 이를 대비한 수순으로 알려진다. 강정화 연구원은 “앞으로 시스템 사업 경쟁이 본격화되면 전략이 더 중요해질 텐데 특히 금융과의 연계 상품을 내놓는 게 트렌드”라며 “금융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한화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미국서 보폭 넓히는 김동관 상무
효자 된 ‘큐셀 인수’…턴어라운드 ‘날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진출 초기부터 관여해 온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는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시작으로 일본 도교에서 열린 PV엑스포,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국제 석유화학 산업 콘퍼런스 행사에 참가해 온 김 상무는 올해 1월 미국 경제 전문 케이블 채널인 폭스TV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유가 하락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짐에 따라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본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45차 다보스 포럼에서 ‘새로운 세계 상황(The New Global Context)’이라는 주제에 맞춰 태양광 사업과 글로벌 금융 사업의 미래 등을 모색하며 2010년부터 6년 연속으로 다보스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쳤다. 김 상무는 이 자리에서 ‘기업 자본 비용 감소, 규제 완화,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 투자의 관점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